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1층 전시실 1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1층 전시실 2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2층 전시실 3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2층 전시실 4
2026.08.13~2026.10.25
무료
8.14.-10.25. 매일 오전 11시, 오후 3시 추석 연휴(9.24.-9.26.) 제외
영상, 사진, 설치, 텍스트
기획
오인환, 장서영
23점
주최: 서울시립미술관, 협찬: 삼화페인트
유은순 02-2124-5268
안내 데스크 02-2124-5248,5249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은 2026년 13회 타이틀 매치에 오인환과 장서영 작가를 초청한다. 두 작가의 작업은 주제와 형식 면에서 달라 보이지만, 인간의 존재 조건과 속성을 깊이 탐구한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2026 타이틀 매치 《오인환 vs. 장서영: 휴먼 에러》는 최첨단 기술이 인간의 창작을 대체할 수 있다는 믿음이 팽배해진 시대에 도리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창작의 본질을 탐구한다.
전시는 인류가 다시금 인간만의 창작을 사유해야 할 시대가 도래했다고 보고,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창작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전시 제목 ‘휴먼 에러’는 이에 관한 잠정적인 답변이다. ‘인간의 신체적, 정신적 불완전함 때문에 발생하는 오류 혹은 실수’를 뜻하는 용어인 휴먼 에러는 주로 산업현장에서 사고 원인을 판별할 때 사용된다. 이러한 표현은 인간을 시스템의 일부로 간주하고 기계와 같이 오류가 없는 완전무결함을 지향해야 한다는 심리를 반영한다. 이러한 논리는 사회 시스템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주류 사회는 자신이 설정한 규범과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존재를 비정상으로 규정하고 배제하거나 교정하려 했으며, 그 과정에서 다양한 소수자들이 억압되어 왔다. 그러나 창작자로서 인간은 마땅히 그러해야 한다고 요청되는 것들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일탈을 감행하고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에 의문을 제기해 왔다. 에러의 라틴어 어원이 ‘제 위치를 벗어나 헤매는 물리적 행위’를 뜻하듯, 전시는 정해진 시스템을 거부하고 의도적으로 에러를 일으키는 존재로서의 예술가에 주목하고 시스템에 순응하기보다 교란하고 벗어나려는 두 작가의 실천을 살펴본다.
오인환은 고착된 사회 시스템에 의도적으로 오류를 일으키는 능동적인 존재로서 인간에 주목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하나가 아닌 우리, 하나가 아닌 나’를 주제로 참여형 작업부터 설치, 영상, 사진, 텍스트 등 다양한 작업을 선보인다. 작가는 사회적 관습이나 통념에 의문을 제기하고 하나로 귀결되지 않고 변화하는 정체성을 가시화하면서 한국 사회의 집단주의에 균열을 내고자 한다. 장서영은 신체 내부에서 예기치 않게 발생하는 오류를 겪어나가는 불완전한 존재로서 인간에 주목한다. 이번 전시를 아우르는 주제는 ‘실리콘 바니타스’로, 반도체의 주요한 재료를 뜻하는 실리콘(규소)와 삶의 덧없음에 관한 예술 형식인 ‘바니타스’를 결합한 것이다. 작가는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한계를 모르고 발전하는 기술과 노화하고 병들고 결국 죽음에 이르는 인간 신체를 대비시키는 영상 및 조각 설치 작업을 선보인다.
두 작가는 세계를 완벽하게 통제하는 주체가 아니라 기술과 환경,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으며 변화하는 존재로 인간을 바라본다. 그들에게 오류는 극복되어야 할 결함이 아니라 인간 존재를 규정하는 근본적인 조건이자 창작의 원천이다. 전시는 최첨단 기술이 인간의 능력을 대체하고 확장하는 시대에, 전시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조건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해 보기를 제안한다.
1부 오인환
하나가 아닌 우리, 하나가 아닌 나
오인환은 사회와 제도라는 거시적인 차원과 개인의 삶이라는 미시적인 차원이 시·공간의 맥락과 관계 속에서 어떻게 교섭하고 변화하는지 추적해 왔다. 이를 통해 정체성이 고정되지 않고 계속해서 형성되고 변화하는 과정에 있음을 보여준다. 1부 제목은 ‘하나가 아닌 우리, 하나가 아닌 나’로, 동명의 작품명을 전시 전체 주제로 삼는다. 작가는 ‘우리는 하나다’를 외치는 세계에 저항하며 집단의 구성원도 저마다 다양한 개성을 갖고 있으며, 나라는 개인조차도 하나로 규정될 수 없다고 본다.
이번 전시에서 오인환은 경직된 사회 시스템에 의도적으로 오류를 발생시키는 능동적인 존재로서 인간에 주목한다. 작가에게 정체성은 내밀한 사적 경험을 고백하기 위한 소재가 아니라, 사회·문화적으로 구축된 규범과 권력 구조를 드러내기 위한 비판적 장치다. 작가는 주변화된 것들을 가시화하고 너무도 당연해 보였던 현상을 다르게 봄으로써 정상성과 보편성의 질서를 교란하고, 그 안에 내재한 차이와 정체성의 다양성을 드러낸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종종 하나의 ‘프로젝트’로 간주하는데, 오랜 시간 구상과 준비를 거쳐 프로젝트가 실행되며 단발적인 결과물로 종결되지 않는다. 정체성이 하나의 본질로 환원될 수 없는 것처럼, 작업 또한 단일한 형태의 완성된 결과물로 수렴되지 않는다. 작업의 또 다른 특징은 타인을 호출하고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작업에 예측 불가능한 변수를 둔다는 점이다. 작가는 만남과 참여를 위한 조건을 마련하지만 그 결과를 통제하려 하지 않는다. 응답과 침묵, 참여와 거절, 우연한 만남과 기약 없는 기다림 모두 작업의 일부분으로, 작업은 참여자의 선택과 우연한 상황, 시간의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한다.
오인환은 사회 시스템 바깥으로 완전히 이탈하기보다 그 내부에서 규범을 비틀고 다르게 반복한다. 누구도 사회를 벗어나 존재할 수 없고 사회적 존재 구조 내에 있어야만 우리는 자신이 누구인지를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실천은 규범을 단순히 따르거나 거부하는 양자택일이 아니라, 반복의 방식을 변주함으로써 질서에 균열을 내는 것에 가깝다. 작가가 수행하거나 요청하는 행동들은 일상생활에서 익숙한, 어쩌면 사소해 보이는 것들이다. 그러나 당연하게 여겨졌던 규범을 낯설게 만들고, 그 행동을 다른 방식으로 수행하도록 함으로써 그것이 자연스럽거나 보편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구성된 것임을 드러낸다. 하나의 행동은 미약할지 모르나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실행된다면 지형 자체를 재배치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출현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이다.
2부 장서영
실리콘 바니타스
장서영은 인체를 작동시키는 반복된 시간, 물질적 신체의 유한한 시간, 그리고 사회 시스템이 요구하는 규칙적이고 선형적인 시간에 얽매인 인간 존재에 관심을 가져왔다. 초기 작업에서 작가는 이러한 시간성을 영상 매체의 다양한 속성과 연결해 탐구했다. 2010년대 중반부터 작가의 관심은 신체와 기술문명의 관계로 더욱 확장된다.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 기술만능주의가 요구하는 완전성과 거기서 탈락할 수밖에 없는 연약하고 취약한 신체를 가진 인간 존재를 대비시킨다. 작가는 그리스 신화부터 과학기술 기사, 숏폼 플랫폼에 이르기까지 서로 다른 시대와 매체로부터 영감을 받으며, 끝을 모르는 인간의 욕망과 언젠가는 끝을 맞이할 신체 사이에 존재하는 위화감을 드러낸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실리콘 바니타스(Silicon Vanitas)’로, 작가는 인류의 오래된 미술사적 주제인 바니타스를 동시대 기술환경 속에서 새롭게 해석한다. 실리콘(규소)은 반도체의 핵심 재료로 컴퓨터, 스마트폰, 인공지능 등 디지털 기술 전반을 가능하게 하는 물질이자 현대 기술문명의 기반을 상징한다. 반면 바니타스는 삶의 덧없음과 죽음의 불가피성을 상기시키며 유한성을 성찰하게 하는 예술 형식이다. 작가는 영속한 삶을 향한 인류의 무분별한 발전에 제동을 거는 인간 신체를 대비시키면서 인간의 조건을 다시 묻는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신체 내부에서부터 예기치 않게 우연히 발생하는 오류를 겪어나가는 불완전한 존재로서 인간 신체에 주목한다. 기억의 휘발이나 체력의 소진과 같이 일상 생활 속에서 겪는 사소한 일부터 악성신생물이나 유전 질환과 같은 심각한 질환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의지로 통제할 수 없는 신체의 사건들을 작업의 모티프로 삼는다. 장서영은 질병과 죽음, 노화와 같은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특유의 언어유희와 유머를 통해 인간 존재의 취약성을 낯설고도 유쾌하게 바라보게 만든다. 한편 장서영의 조각 설치 작업은 전시와 영상 작업의 개념을 물질적으로 구현하며 전시장이라는 물리적 공간을 점유한다. 시간 기반의 무빙 이미지인 영상에 공간 기반의 정지 이미지인 조각을 결합함으로써, 관객은 작품을 시각적일 뿐만 아니라 촉각적이고 신체적인 방식으로 경험하게 된다.
장서영의 작업은 개별 작품이 독립적으로 존재하기보다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모티프와 개념을 통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이미지와 개념들은 작품마다 다른 방식으로 변주되며 하나의 거대한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관객은 서킷이나 컨베이어 벨트를 연상시키는 미로 같은 전시공간을 이동하며, 흩어져 있는 단서들을 연결해 나가는 과정 속에서 장서영이 구축한 세계의 지도를 더듬어 따라가게 된다.
2013년에 문을 연 북서울미술관은 서울시립미술관의 첫 번째이자 가장 큰 분관입니다. 서울 동북부 지역의 동시대 미술 문화를 선도하는 미술관으로서, 전시와 배움의 새로운 형식을 만들어 나가는 데 주력합니다. 북서울미술관은 예술대학이 다수 포진한 지역사회와 함께 생동하며, 특히 청년 작가들의 실험 정신을 동력으로 하여 다양한 융합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예술가, 교육자, 시민들과 더불어 미래를 위한 협력의 장이 되고자 합니다. (전경사진: ⓒ Kim YongKw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