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S.―채택된 불일치〉(2009)는 여의도 한강 유람선으로 관객들을 초대한 뒤 유람선 안과 밖에서 진행된
퍼포먼스를 담은 영상 작품으로, 개발과 보존, 인간과 도시에 대한 담론들이 연극적 연출로 구성되어 있다. 유람선에 초대된 관객들은 한강 다리를 차례로 통과하며 노들섬과
절두산 성지, 잠두봉 선착장 등을 지나는 동안 선장의 스피치, 한강 둔치 중간중간의 특정 장소에 작가가 미리 준비해둔 거울을 든 시위대, 갈 곳 없는 연인들의 퍼포먼스, 비전향 장기수 출신 보안관찰 대상자의 목소리 등을 만나게 된다. 유람선에 설치된 조명은 교각 구석구석, 강변의 아파트와 대형 빌딩, 공사 현장 등 한강 주변의 풍경을 쉴 새 없이 비추어댄다. 여기서 관객은 퍼포먼스의 객체이자 주체라고 할 수 있으며, 관객이 겪는 공감각적인 경험 또한 작품의 주요한 일부가 된다. “이 퍼포먼스는 속도와 기억의 관계, 그것으로부터의 저항, 인간과 도시 속 자연의 관계에 던지는 질문이다. 너무 빨리 변하는 환경 속에서 점점 가속화되는 ‘세계화’는 ‘이미 본 것’같고 ‘벌써 사라진 것’ 같은 시공간감으로 우리를 떠돌게 한다. (...) 서울이라는 무대에 유람선이라는 배우가 움직이고 관람객은 더 이상 구경꾼이 아니라 그 뱃속에 들어가 있다. ‘삼켜진 관람객’은 무대 배우의 ‘젖줄’일 수도 있고 ‘내장’일 수 도 있는 한강 줄기를 타고 ‘안’과 ‘밖’‘여기’와 ‘
저 너머’의 소리를 듣게 된다. 관람객은 의자에 앉아있지만 이동한다.
한강변에서 유람선 안으로 생중계된 사운드는 유람선이라는 퍼포머의 ‘춤사위’(뱃길)를 끌어낸다.(...)” (출처:
임민욱 작가 홈페이지 www.minouklim.com)
임민욱(1968― )은 이화여자대학교 서양화과 재학 중인 1988년 파리로 건너가, 파리 제1대학 조형예술학과를 졸업하고, 1994년 파리 국립고등조형예술학교를 졸업하였다. 파리 체류 동안 그는 동료 작가들과 함께 ‘제너럴 지니어스’라는 팀을 조직하여 다양한 예술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1998년 귀국 후에는 인사미술공간, 아트선재센터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2012년에는 미국 워커아트센터에서 대규모 개인전 〈임민욱: 그림자 열기〉를 열었다. 2010년 리버풀비엔날레, 2012년 〈라 트리엔날레〉(팔레 드 도쿄), 〈미디어시티서울〉(서울시립미술관), 2014년 광주비엔날레 등 단체전에 참여하였다. 2012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후보에 선정되었다.
임민욱은 특유의 예술적 창조력과 대안적 방식으로 현재 우리 사회가 직면한 여러 가지 정치적이고도 현실적인 문제들을 날카롭게 다룬다. 길거리를 달리는 트럭 위에서 개발지상주의에 소리치는 래퍼를 영상에 담는다거나, 한강을 지나는 유람선을 퍼포먼스의 장으로 만들고, 열 감지 카메라로 영상을 촬영하는 등의 독특한 방식들로 저항과 순응, 소유하는 것과 버려지는 것들, 개인과 공동체 사이를 오가며 겪는 번뇌의 과정을 작품으로 담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