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2층 유휴공간
2026.06.25~2027.04.11
무료
본 전시는 도슨트를 운영하지 않습니다.
사운드, 영상, 설치, 퍼포먼스
기타
심이다은
3점
주최: 서울시립미술관
김민하 02-2124-5274
안내 데스크 02-2124-5248,5249
소리의 역사는 언제나 경계를 허무는 과정이었다. 20세기 초 미래주의자들은 기계 문명의 굉음을 예술의 매체로 끌어들였고, 존 케이지(John Cage)는 침묵 속에서 오히려 세상의 모든 소리를 발견했다. 머레이 셰이퍼(R. Murray Schafer)는 한 발 더 나아가 도시의 소음부터 자연의 바람 소리까지, 우리를 둘러싼 모든 환경음을 ‘사운드스케이프’라는 하나의 거대한 음악으로 정립하기까지 했다. 이 흐름은 하나의 질문을 계속 밀어붙여 왔다. 과연 무엇이 들을 만한 소리인가. 오늘날 그 질문은 인간의 귀 너머로 향한다. 동물이 감지하는 주파수, 도심 속에서 조용히 지워져온 존재들의 흔적―이제 소리를 듣는 일은 인간 중심의 감각 바깥을 향한 생태적 실천이 되고 있다.
심이다은(b.1995)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닫힌 귀에 균열을 낸다. 작가는 2023년부터 〈보편타당한〉 시리즈를 통해 생태계를 둘러싼 조건과 환경에 관심을 가지며, 야생동물과 멸종위기종의 발자취를 따라 직접 현장을 걷고 소리를 채집해왔다. 걷기인지 퍼포먼스인지, 쉽게 이름 붙이기 어려운 이 활동에서 채집한 소리는 마이크, 스피커, 실시간 스트리밍 장치를 통해 전시 공간으로 흘러 들어온다. 관람객이 직접 구조물을 작동시키며 소리에 개입하는 순간, 듣는 행위는 수동적 감상에서 능동적 참여로 전환된다. 쉽게 지나쳤을 존재들의 소리를 몸으로 직접 감각하게 만드는 것, 이것이 작가의 방법론이다.
전시 제목 ‘보편타당한’이라는 말은 어떤 상황에서도 똑같이 성립하는 조건을 뜻하지만, ‘당신’은 특정한 몸과 감각을 가진 단 하나의 존재를 가리킨다. 작가는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를 나란히 놓으며 되묻는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감각의 기준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이번 전시는 상상의 존재인 ‘고양이 A씨’에 관한 이야기다. 도심 속 작은 존재 고양이 A씨는 오늘도 북서울미술관 일대를 배회한다. 작가는 미술관 일대에 실시간 오디오 스트리밍 장치를 설치하고, 그 소리를 라운지 3의 구조물로 흘려보낸다. 핸들을 돌리면 톱니바퀴와 광목천의 마찰음이 주변 장소의 실시간 환경음과 뒤섞이며, 익숙했던 일상의 소리가 서서히 낯선 소리로 뒤바뀐다. 당신의 움직임은 라운지 2의 원형 스크린으로 연결된다. 화면 속에서 당신의 동선이 고양이의 것과 포개지는 순간을 목격한 후, 관람객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고양이 A씨가 노원구 일대에 남긴 이동 경로 위로 발을 얹게 된다. 화면 속에서 나의 동선이 고양이의 궤적과 포개지는 경이로운 목격의 순간을 지나면, 서랍들로 구성된 〈보편타당한 숲〉이 눈앞에 펼쳐진다. 서랍을 열면 그가 지나갔을 흙의 생생한 감촉, 그가 가장 사랑했던 새의 깃털, 물가를 구르던 작은 돌멩이들, 그리고 마침내 하나의 온전한 고양이의 삶이 당신을 맞이한다.
소리는 결코 홀로 존재하는 법이 없다. 어딘가에 끊임없이 부딪히고 기어이 울려 퍼지는 동안, 소리는 내 안의 아늑한 벽을 허물어 타자를 향해 스스로를 열어젖히게 하는 다정한 사건이 된다. 핸들을 잡고 돌리는 순간, 우리는 이미 자신만의 안락한 방에서 걸어 나와 지워진 존재들의 낮고 외로운 주파수 속으로 스며들기 시작한다. 익숙한 소음의 층을 하나씩 들추어내며 감각의 촉을 기민하게 세우는 최후의 주체는 결국 지금 여기, 보편타당한 당신이다.
2013년에 문을 연 북서울미술관은 서울시립미술관의 첫 번째이자 가장 큰 분관입니다. 서울 동북부 지역의 동시대 미술 문화를 선도하는 미술관으로서, 전시와 배움의 새로운 형식을 만들어 나가는 데 주력합니다. 북서울미술관은 예술대학이 다수 포진한 지역사회와 함께 생동하며, 특히 청년 작가들의 실험 정신을 동력으로 하여 다양한 융합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예술가, 교육자, 시민들과 더불어 미래를 위한 협력의 장이 되고자 합니다. (전경사진: ⓒ Kim YongKw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