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의 대표 연례전인 타이틀 매치는 2025년, 12회를 맞이하여 장영혜중공업과 홍진훤 작가를 초청한다. 전시는 사회가 끊임없이 ‘하나의 공동체’라는 이상을 설파하지만, 현실은 복잡한 이해관계들이 충돌하며 분열된 채 작동한다는 문제의식으로부터 시작한다. 분열이 봉합된 상태보다 공동체 내부의 갈등과 균열, 그로 인해 발생하는 정치적 불화의 순간에 전시는 주목하며, 정치적 행위가 출현하는 조건을 장영혜중공업과 홍진훤의 작업을 통해 살펴본다. 두 작가는 예술이 어떻게 사회 현상에 개입하고 새로운 정치의 가능성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 탐색한다.
장영혜중공업이 가상의 시나리오나 문학적 발언을 통해 현대 사회의 모순을 지적하고 논쟁을 촉발하고자 한다면, 홍진훤은 과거의 사건을 현재 시점에 재맥락화하면서 사진 이미지에 내재한 현실 추동의 힘을 일깨우고자 한다. 두 작가는 텍스트와 이미지의 미끄러짐, 분절, 재결합, 지연, 복구와 같은 과정을 통해 텍스트와 이미지의 한계를 짚어내는 동시에 이것들의 가능성을 실험한다. 이를 통해 예술이 진정으로 현실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있는지 질문을 던진다. 이들은 작업에서 특정한 주제를 다룰 때 단순히 하나의 결론이나 답변으로 귀결시키지 않는다. 오히려 그 안에 내재하는 분열과 충돌의 지점을 섬세하게 짚어내고 다층적인 시선과 해석을 통해 관객 스스로가 판단할 수 있도록 결론을 유예함으로써 개별적 존재의 각성을 도모한다.
전시 제목은 장-자크 루소의 『사회계약론』에서 발췌한 문장이다. 일반의지에 대해 ‘중간 지대는 없다’라는 원 뜻을 재해석하여 전시는 사회 구성원이 모두 합의한 평화로운 상태나 양자택일, 흑백논리와 같은 극단적인 두 상태를 상정하기보다, 다수가 불화하는 역동적인 상황에 주목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주어진 상황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능력이다. 두 작가는 각각의 방식으로 공동체 내부의 긴장과 갈등을 시각화하면서 예술이 질문과 논쟁을 유도하는 공간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두 작가의 작업을 통해 공동체 내부의 불협화음에서 비롯되는 긴장과 잠재된 에너지, 양자택일로 환원되지 않는 복합적인 해석을 마주하며 동시대 현상을 다각도로 성찰하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전시 연계 강연
예술, 정치, 민주주의 – 일상을 통한 연결
허경(철학학교 혜윰)
- 일 시 : 2025년 8월 14일(목) 오후 2시 – 4시
- 장 소 :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다목적홀
- 참여 방법 : 신청 페이지로 이동(링크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