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A 창고 전시실
2022.08.31~2022.09.18
무료
사진, 설치, 영상
신진미술인
서울시립미술관
이지민 02-2124-8942
우리는 편집된 과거를 기억합니다. 행복한 순간들만 선별적으로 수집한 가족앨범처럼 우리의 무의식은 부정적인 과거를 선택적으로 제외해 현재의 의식을 보호합니다. 하지만 가족앨범에서 탈락한 부정적인 과거 또한 우리의 내면 깊은 곳에 자리 잡고 보이지 않는 무의식을 형성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영원한 휴가》는 시각적 재현이라는 사진의 본래 기능에서 벗어나 오히려 사진의 일부를 가림으로써 사진에 담을 수 없는, 즉 눈에 보이지 않는 무의식을 조명하는 전시입니다.
이번 전시에서 안진균 작가는 가족사진에서 반복되는 두 가지 형식인 ‘미소’와 ‘차렷자세’에 주목합니다. <영원한 미소들>(2022)은 가족앨범에 편재한 전형적인 미소의 위와 아래를 기준으로 원본 사진의 좌와 우를 가로지르는 긴 틈새만을 남겨두고 나머지를 흙으로 덮은 작업입니다. 문맥으로부터 분리된 익명의 미소는 그 의도와 목적을 상실하고 전시장의 고요함과 맞물려 그 무력감이 배가됩니다. <영원한 다리들>(2022)은 차렷 자세의 사진을 거꾸로 뒤집어 얇은 알루미늄판에 압착시킨 후 정교하게 가공된 판재에 삽입한 작업입니다. 가족사진의 정형화된 차렷 자세에서 다리의 시작 부분을 기준점으로 삼아 판재를 베어내듯 삽입된 사진은 마치 다리가 거꾸로 잘린 듯한 착시를 일으킵니다.
가족앨범의 기능은 기억을 지속함으로써 과거의 생명력을 연장시키는데 있습니다. 안진균 작가가 수행하는 사진적 절단은 이러한 생명력을 절단시킴으로써 궁극적으로 ‘죽은사진’을 만들어냅니다. 문맥이 훼손된 사진은 기억의 지속성이라는 본래의 기능을 상실하고 가족사진으로서의 생을 마감하며 ‘영원한 휴가’를 떠나게 됩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역량 있는 신진미술인들에게 전시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2008년부터 전시지원금(제작비, 홍보비, 인쇄비, 전시장 대관료 등), 내부 학예인력 매칭을 통한 멘토링 등을 지원해오고 있습니다. 2016년부터는 작가뿐 아니라 기획자로까지 지원의 폭을 확대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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