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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ndscaping a Machine〉(2013)은 자동차 한 대를 차체와 내부의 부품들로 분해한 뒤 그 중 일부를 펠트 천으로 재현한 작품이다. 정승은 부품의 크기를 사람이 앉거나 누울 수 있는 크기로 과장하거나 축소하였고, 1년 여에 걸친 손바느질로 제작하였다. 이 작품은 차가운 기계부품이 따뜻한 천으로 재탄생하였다는 점에서 루이즈 부르주아의 ‘부드러운 조각’을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관람객들이 작품 위에 자유롭게 앉거나 누워서 하나의 풍경으로 어우러질 때 비로소 그 의미가 완성된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자동차 한 대를 이루는 셀 수 없이 많은 부품들이 하나라도 없으면 안 될 정도로 중요한 가치를 갖는 것처럼 자본주의 사회에서 거대한 산업구조를 형성하면서 저마다의 삶을 이어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하였으며, 그러한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전달하기보다 관람자들과의 어우러짐 속에서 나누려 시도하였다. 정승의 ‘스펙터클’과 ‘낯설게 하기’에 담긴 이러한 시적인 태도는 대상에 대한 인식뿐만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관조로 관람자를 유도한다.
정승(1976― )은 2004년 파리―세르지 국립고등미술학교를 졸업하고 2006년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 2007년 국립창동미술창작스튜디오를 시작으로 금천예술공장, 뉴욕 아트오마이,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인천아트플랫폼 입주작가로 활동하며, 현재까지 4회의 개인전을 열었고, 2008년 홍제천 프로젝트, 2010년 부산비엔날레, 2011년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 2012년 광주미디어아트비엔날레, 2013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개관기념 야외조각프로젝트 등 단체전에 참여하였다.
정승은 일상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공산품들을 사용하여 작품을 제작한다. 자동차, 복사기 등의 기계를 자르거나 부수어 분해하고 그 외관을 수많은 케이블타이로 고정시켜 기괴한 형태를 만들거나 네온, IKEA 의자, 빨래집개 등 비교적 작고 단순한 물건들을 반복적으로 이어 붙여 거대한 구조물을 만든다. 이러한 변형으로 인해 각종 소비재들은 본래 가지고 있었던 기능과 용도를 상실하고 일종의 ‘돌연변이’가 된다. 작가는 이 같은 방식으로 익숙한 물건들을 낯설게 함으로써 인간을 위해 생산된 물품들이 종국에는 생산을 위한 생산으로 치닫고 있는 후기자본주의 사회의 이면에 감추어진 비합리성을 지적한다. 최근작에서는 이전의 구조적인 작업들에 비해 산업사회의 거대 시스템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에 조금씩 더 주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2013년 〈스펙터클리스 콤플렉스〉는 거대한 반원구조의 선반 위에 장난감 인형 수백 개가 열을 맞춰서 저마다 고개를 까딱까딱 움직이다가 하나 둘 바닥으로 추락하는 모습을 통해 대량생산체계라는 익명의 시스템이 유지, 확대, 재생산되면서 벌어지는 현대인의 소외를 화두로 삼았다. 일상의 모습을 조금씩 더 직접적으로 투영하는 이러한 작업들에서 오브제는 무력한 개인의 대리물로서 작동한다. 이와 같은 현대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은 냉정한 현실 속에서의 예술의 역할에 대한 나름의 해답을 모색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