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품과 미술연구 / SeMA 소장품
맥 아래서; 주문을 건다, 2012, 구동희
  • 제작연도 2012
  • 재료/기법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스테레오)
  • 작품규격 15분30초
  • 액자규격 -
  • 관리번호 2012-0164
  • 전시상태 비전시
작품설명
〈맥 아래에서; 너에게 주문을 건다(Under the Vein; I spell on you)〉(2012)는 개울가에 만들어진 산책로를 배경으로 두 명의 인물이 등장하는 HD 비디오 작품이다. 작품 속에서 등장인물은 L―로드를 들고 걸으며 수맥을 찾고 있다. 그러나 이 개울은 자연적으로 형성된 것이 아니라 인공으로 만들어진 것이며, 따라서 이 개울의 ‘수맥’이란 구청직원이 틀어주는 수도꼭지다. 작가는 실제 자신이 개울가를 따라 걸으면서 느꼈던 즐거움과 그것이 인공 개울임을 알았을 때 느낀 일종의 배신감을 토대로 이 작품을 구성하였다고 한다. 한편 보이지 않는 수맥은 우리 몸속에 보이지 않는 ‘맥’인 혈관과 중첩된다. 등장인물이 자신의 팔뚝에 뭔가를 그려 넣는 것은 마치 수맥을 찾듯 혈관을 찾아 그리는 것이다. 개울의 수맥을 찾는 행위와 자신의 혈관을 찾는 행위는 ‘맥(vein)’이라는 단어 위로 겹쳐지며 언어유희를 만들어내고, 주인공이 팔뚝의 선들을 씻어내면서 전해지는 허무함은 인공 개울에 대한 실망감과 연결된다. 이처럼 작품 속에서 중첩되는 여러 단서들의 연쇄작용은 리얼리즘과 시뮬레이션의 경계를 넘나드는 체험적 사고를 가능케 하며, 구동희는 자신의 경험에서 출발하여 즉흥적으로 선택된 요소 위에 이와 같은 의미의 연속성을 덧씌우고 그로 인해 다시 일상, 또는 사회의 어떤 것들에 대해 재고해보게 한다.

구동희(1974― )는 1998년 홍익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하고 2000년 예일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2년 쌈지스페이스 입주작가로 국내 활동을 시작하였고, 독일 슈투트가르트 아카데미 슐로스 솔리튜드 펠로우십과 일본 도쿄 원더 사이트(Tokyo Wonder Site)의 작가 지원프로그램을 거쳐, 특히 미디어 작품을 중심으로 국내외 미술관의 단체전과 각종 비엔날레에서 활약하였다. 2010년 제1회 두산연강예술상, 2012년 제13회 에르메스미술상을 수상하였으며, 2014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후보에 선정되었다. 구동희의 작업은 대부분 아주 사소한 일상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그동안 개인적인 경험과 그에 대한 주관적인 직관을 토대로 특정한 주제를 발견하고, 그에 대한 이미지와 정보들을 집요하게 추적하고 수집하는 방식으로 작업해왔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의 작품은 자전적인 내러티브를 형성하지 않는다. 그는 인터넷 검색을 통한 이미지의 홍수와 마주하면서 본래의 의도와 달리 각색된 가상의 새로운 내러티브를 재탄생시킨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경험자’에서 ‘관찰자’로 자신의 포지션을 자연스럽게 이동시킨다. 이렇게 만들어진 작가의 세계는 실재 같으면서도 어딘가 뒤틀린, 가상과 현실이 묘하게 중첩되면서도 완전히 일치하지 않고 미끄러지는, 어떤 ‘빈틈’에 대한 이야기다. 구동희는 인공적인 풍경, 현실적인 합성체 등이 선사하는 모호한 경험을 관객과 나누면서 우리가 아무런 의심 없이 살아가는 시공간과 모든 보편적인 시각적 실체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