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품과 미술연구 / SeMA 소장품
저(楮) No.88055, 1988, 정창섭
  • 제작연도 1988
  • 재료/기법 캔버스에 한지
  • 작품규격 182×258
  • 액자규격 -
  • 관리번호 1988-0022
  • 전시상태 비전시
작품설명


정창섭(1927―2011)은 1951년 서울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였다. 1953년 제2회 국전에서 특선하며 화단에 등단했다. 1996년 〈정창섭〉(갤러리현대), 2010년 〈정창섭〉(국립현대미술관), 2015년 〈묵고〉(조현화랑) 등 개인전을 개최하였으며, 1986년 〈개관기념 한국현대 미술 어제와 오늘〉(국립현대미술관), 1986년 〈살롱 데 자르티스트 프랑세〉(그랑팔레미술관, 파리), 1992년 〈자연과 함께―한국현대미술에 깃든 전통정신〉(테이트갤러리, 영국), 1998년 〈침묵의 화가들―오늘의 한국전〉(뷔르템베르그미술관, 프랑스), 2000년 광주비엔날레 등 단체전에 참여하였다. 1962년 제1회 사이공국제 비엔날레 동메달 및 ESSO상, 1980년 국전 초대작가상, 1987년 제3회 중앙문화대상, 1993년 국민훈장목련장을 받았다. 1961년부터 1993년까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교수로 재직하였다. 정창섭은 종이의 원료인 ‘닥’을 주재료로 하여 물아합일(物我合一)의 세계를 추구하는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보인 작가이다. 전쟁의 상흔이 깊이 자리한 1950년대 후반에는 당시 젊은 작가들의 저항의식을 공유하면서 새롭게 떠오른 앵포르멜 회화를 실험하였으나, 1970년대 중반 자신의 체질에 맞는 재료인 한지를 만나게 되면서 물아합일이라는 그의 예술적 지향점을 본격적으로 탐구하기 시작하였다. 한국의 전통 건축은 창호지를 바른 문을 통해 안팎의 공기와 빛이 그대로 침투하는데, 정창섭은 이러한 종이의 속성을 반영하기 위해 캔버스에 한지를 배접하고 그 위에 먹이 스며들도록 하였다. 이러한 〈귀(歸)〉연작은 종이와 먹, 그리고 작가의 감수성이 상호침투하여 일체감을 이룬 것이었다. 이후 1980년대부터는 닥 자체를 주재료로 하는 대표적인 작업 〈닥〉과 〈묵고(默考)〉연작이 시작된다. 〈닥〉연작은 물에 푼 닥을 캔버스 위에 올려 손으로 매만진 후 닥이 마르면서 자연스럽게 종이 자체의 결을 드러낸 작업이다. 인위성을 최소화하고 작가의 손과 닥이라는 물질이 하나로 융화하는 데 주안점을 둔 이 작업은 종이의 본원적 모습을 발견하는 과정일 뿐 아니라 작가가 지향한 물아합일을 구현한 것이었다. 그리고 닥을 주재료로 하지만 모노톤의 색감과 사각형이라는 최소한의 시각언어로 귀의한 1990년대 〈묵고〉연작에 이르러 그의 예술세계는 완성에 이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