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k drop>(2006)은 녹아 흘러내리는 검은 덩어리로 표현되었다. 땅 속 깊은 곳에서 솟아나는 기름 덩어리나 유기물을 연상시키며 마치 덩어리에서 액체가 흘러나오듯 혹은 솟아나오듯 유동적 흐름이 강조되었다. 자연의 물질로 보이는 검은 액체는 일시적이고 우연적인 형태로 바닥으로 흘러내리며, 전시장에서 관객은 순간 동굴 안의 종유석을 마주한 것처럼 느끼게 된다. 오랜 동안 퇴적하여 형성되는 자연의 동굴을 차가운 인공소재를 사용하여 작가만의 지질학적 상상력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정소영(1979- )은 파리 국립고등예술원을 졸업했다. 설치 뿐 아니라 무용가, 건축가와의 협업 프로젝트, 책 작업, 벽화, 공공미술 등 다채로운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2006년 《Innerscape》(Gallery Misschina Beauty, 파리, 프랑스), 2007년 《A different kind of tension》(금호미술관, 서울), 2011년 《On the ground floor of the Geology building》(OCI미술관, 서울), 2013년 《움직이지 않고 여행하기》(대림미술관 구슬모아 당구장, 서울) 등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2004년 《Premiere vue》(파사쥬 드 레츠 미술관, 파리, 프랑스), 2006년 《Cosmogonies》(느와르지섹 현대미술관, 느와르지섹, 프랑스), 2007년 《Outside perspective》(크러퍼드 시립미술관, 코크, 아일랜드), 2008년 《repose 7 vol.3》(금호미술관, 서울), 2011년 《Space Study》(플라토미술관, 서울), 2012년 《간헐적 위치 선정》(아라리오갤러리, 천안), 《갈라파고스》(일민미술관, 서울) 등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2006년 Award Map XXL of Pepinieres Europeennes pour Jeunes Artistes, 2016년 제16회 송은 미술대상 우수상 등을 수상했다.
정소영의 작업은 지질학적 관심에서 시작된다. 자연에 존재하며, 실제로 경험가능한 개인적 기억에서 떠올린 사물들을 부스러기, 각질, 지층, 껍질 등을 전시장에 흩뿌리는 방식으로 펼쳐놓는다. 사라지고 나타나고 지워지고 드러나는 세상의 수많은 이야기들을 지질학의 세계와 연결하여 지표면의 단층, 분출하는 용암 등 자연이 만들어내는 질서를 연상시키는 형태로 시각화한다. 이러한 물리적인 요소들이 펼쳐진 전시 공간은 일종의 긴장감을 조성하며 관람자는 그의 전시장에서 심리적 공간을 탐험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