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판 접기>(2000)는 철판의 재료적 특성을 최대한 수용하면서 작가의 의도적인 제작 행위는 최소화하는 조형적 실험이다. 작가는 크고 작은 면들으로 철판을 분할하고, 철판을 접었을 때 생기는 면과 면의 접점이 상호작용을 이루면서 공간을 형성하도록 했다. 각 면이 서로 어긋나면서 긴장감이 창출되고 독특한 면의 분할로 시각적 역동성이 연출된다. 제각기 다른 면과 면의 접힌 각도와 절단 방식 그리고 각 면의 각도 차이로 각각의 모서리는 서로 기대고 어긋나지만, 그러한 형태를 작동시키는 원칙은 하나이다.
홍석호(1967- )는 1992년 중앙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했다. 2000년 《철판접기》(서경갤러리, 서울), 2010년 《상생의 시간》(지노공간, 서울), 2012년 《벽, 소통》(서울시의회 전시실, 서울), 2014년 《서울 국제조각페스타》(한가람미술관, 서울)등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2009-11년 《남양주 야외조각전》(와부행정타운, 남양주), 2010년 《중앙조각회전》(연세재단, 서울), 2016년 《배열과 산만함》(아트스페이스 H, 서울), 《용의 비늘》(한가람미술관, 서울), 《성북미술전》(혜화갤러리, 서울) 등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홍석호는 작품을 통해 상생과 공존을 말하고자 한다. 함께 할 수 없을 것 같은 대상이나 관계는 어울려 공존하기까지 긴 시간과 과정을 필요로 한다. 공존이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나 긴 시간과 과정을 거쳐 마침내 공존하게 되는 대상과 관계들에서 작가는 나름의 의미와 가치를 찾고자 한다. 그리고 이러한 대상과 관계들이 서로의 존재감으로 호흡하여 조화를 이루는 것에 주목하여 그것을 시각적으로 표현해왔다. 작가는 따뜻한 느낌의 나무와 차가운 느낌의 쇠처럼 서로 대조적인 느낌을 가진 대상을 어울리게 하여 상반되는 느낌을 희석시키고자 한다. 또한 오래된 것에서 새롭게 태어나는 생명과 그 성장을 가시화하기 위해 옛집의 대들보 같은 나무에 깊이 팬 홈을 파고 싹을 틔우기도 했다. 오랜 시간과 긴 호흡, 기다림을 통해 비로소 가능해지는 상생과 공존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홍석호의 예술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