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5월 3일부터 6월 4일까지 <미술관 ‘봄’ 나들이>展을 개최한다. 이는 겨우내 움츠리고 있던 생물들이 따뜻한 봄기운과 함께 기지개를 펴며 활동을 시작하고, 미술관 정원의
나무들이 상큼한 푸른빛을 띠며 미술관을 더욱 생기있는 공간으로 바꾸어 가는 즈음, 야외 공간에서 미술작품을 즐기며 교감하는 축제의 장을 마련하는 야외미술 프로젝트로 올해 3회째를 맞이한다.
실내에 제한적으로 설치되던 작품들을 바깥 공간으로 끌어내어 나들이에 나선 가족들이 함께 체험하고 작품에 참여하며, 시민들과 미술관 사이의 간격을 좁히고 열린 문화공간을 지향하고자 하는 취지로, 올해도 푸르른 5월에 시립미술관 야외 공간에서 펼쳐진다.
<2006 미술관 ‘봄’ 나들이>는 ‘가장(假裝)’, ‘~인 체하다’라는 내용으로 꾸며진다. ‘~인 척’ 가장, 혹은 위장하고 있는 작품들은 시사성을 담아내기도 하고, 역설적인 해석을 요구하기도 하며 관객들의 발길을 붙들고 웃음을 자아낸다.
미술관 마당과 오솔길 양 옆으로 펼쳐진 정원 여기저기에 설치된 작품들은 동물, 사람, 벤치 등으로 위장하고 있는, ~인 척 하고 있는 10명 작가의 작품들이다.
미술관 초입으로부터 정원 중간 중간에는 강영민의 <
집으로 가는 길> 네온작품이 설치된다. 작품은 연인이 여러 사물들에 유혹되며 집으로 돌아가는 내용으로 관람객들을 유혹하여 미술관 진입로를 따라 미술관 입구까지 안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정원 중간쯤에는
김민경의 <웰빙 토끼>가 설치되어 토끼인 척 하고 있는 사람 혹은 사람인 척 하고 있는 토끼가 웰빙 시대에 맞추어 요가 동작을 보여주고 있다. 정원의 나무숲에는
신현중의 <
공화국 수비대>의 도롱뇽들이 숲에서 기어 나올 듯한 기세로 미술관으로 향하던 시민들을 흠칫 놀라게 한다. 또 다른 쪽 정원에는 송지인의 작품 <삼두화수(三頭花獸)-3개의 꽃으로 이루어진 머리를 가진 동물>와 <홍예칠색마(虹霓七色馬)-7가지 색을 지닌 말>라는 동물 두 마리가 화려한 색채로 관람객들의 시선을 잡아끈다.
정원에서 노닐고 있는 사람과 동물들의 움직임에 심취해 있다가 잠시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 볼라 치면, 조용히 시야에 들어오는 작품들이 있다. 정원을 비추는 가로등 위에 천연덕스럽게 걸터앉은
정국택의 작품들로 거리를 오고가는 시민들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듯이 각자 나름대로의 시선과 행동을 보이고 있다. 바쁘게 달려가는 도시인 같기도 하고, 잠시 벤치에 앉아 구인광고를 보고 있는 우리네 모습 같기도 한 작품들은 고개를 올려 바라보지 않으면 아쉽게도 작가의 재미있는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말 것이다.
정원을 지나 미술관 마당 앞에는 여러 작품들이 어우러져 하나의 휴식공간을 제공한다. 김태중은 <나들이 벤치>를 설치하는데, 공간에 맞추어 제작한 벤치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작가가 그린 재미있는 스토리들이 전개된다. 또 다른 쪽의 벤치와 그 주변에는 작가 노준이 8가지 동물을 캐릭터로 만든 <mother & son>이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관람객들의 시선을 기다리고 있다. 또 한 쪽에는 다양한 모양으로 바닥에 편안하게 안착되어 있는 나무 벤치들이 놓여 있는데, 백연수의 <동물 벤치> 작품들로, 통나무를 깎아 만든 동물인 척 하고 있는 혹은 벤치인 척 하고 있는, 동물인지 벤치인지 모호한 형태들이 푸르른 수목과 어우러져 시민들에게 즐거운 휴식공간을 제공한다. 벤치들이 놓여진 나무 위를 살짝 올려다보면 실물인지 작품인지 알 수 없는 거미줄이 여기저기 걸려 있다. 이것은
함연주 작가가 머리카락으로 만든 <거미줄> 작품으로, 송글송글 맺힌 이슬이 더욱 거미줄의 실체를 위장하고 있다.
그리고 미술관으로 들어서는 시민들을 파사드 위에서 팔을 괴고 내려다보고 있는 유인원과 3층 옥상에서 1층 파사드 위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유인원은 고풍스런 외관의 위엄을 비웃기라도 하듯 재치있는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야간 10시까지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시립미술관의 개관 시간에 맞추어, 몇몇의 작품들은 야간동안 빛을 발하고 늦은 저녁 미술관을 찾는 시민들에게 야외 전시의 묘미를 보여주며 시민들의 시선을 잡아 둘 것이다.
신록이 아름다움을 더해가는 5월, 서울의 중심에서 자연과 어우러진 작품들을 통해 시민들에게 좀더 가까이 다가가 작품과 관람객과의 거리를 좁히고 적극적으로 미술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2006 미술관 ‘봄’ 나들이>는 한달 여 동안 미술관 야외 공간에서 나들이 나온 시민들을 반가이 맞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