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1957)는 초기 파리 시대의 작품으로, 양식적으로는
손동진이 한국적인 소재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시도를 한 초기 작업들 가운데 하나다. 작가는 탈춤 장면을 근거로 신명스러운 춤사위를 하나의 정지화면처럼 조형화했다. 화면 전체적으로는 비정형화된 도형의 면들이 조우하는데, 이는 불에 그을린 색감으로 묘사되어 도자기의 표면을 보는 듯한 질감을 만들어낸다. 이는 손동진이 ‘한국적인 것’에 대한 탐구로 민족적 미의 원형을 찾기 위해 주제와 양식면에서 시도한 작품으로 읽혀진다.
손동진(1921-2014)은 1952년 일본 도쿄예술대학(東京藝術大學) 예술학부를 졸업하고 1954년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54-58년 프랑스 파리 국립미술대학(Ecolo des Beaux-Arts)에서 벽화와 근대회화를 전공했다. 1955년 《파리국제미술전》(파리, 프랑스), 1956년 《파리 앙데팡당전》(파리, 프랑스) 등의 단체전에 참여했고, 1959년 귀국 후 《손동진 귀국작품전》(중앙공보관, 서울)을 개최했다. 1962-64년 유영국(1916-2002), 장욱진(1917-1990), 이대원(1921-2005) 등과 ‘신상회(新象會)’ 동인으로 활동했다. 1976년 재차 도불하여 1979년에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프랑스 명예 예술가’ 회원으로 추대되었다. 프랑스에서는 1992년 Exposition D’Art Courcouronne 대상, 1983년 Exposition D’Art Plastique 대상, 1986년 Salon de la Societe D’Art 대상을 수상했고, 한국에서는 1999년 대한민국 문화훈장, 2000년 대한민국예술원상을 수여한 바 있다.
손동진의 작품세계는 시기별로 파리 시대(1950년대), 서울 시대(1960-75), 파리 시대(1976-2014)로 구분할 수 있다. 그러나 작품의 양식적인 변화를 기준으로 분류하면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하나는 1957-59년의 <탈춤> 시리즈를 기점으로 1976년에 제작한 <기마상>, <우월성>에 상징적으로 드러나는 민속적이고 토속적인 한국적 양식이고, 다른 하나는 재차 도불 이후 1980년대에 추상적 표현으로 굳혀진 구성주의 양식이다. 작가는 한국 전통의 소재들을 추상적인 형태로 표현하여 구상에서 비구상에 이르는 과정을 필연적 연관성 속에서 보여주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