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1980)은 어두운 색조가 주를 이루면서도 중간 중간 다채로운 색들이 혼합되어 거친 터치감과 강한 마티에르를 형성한다. 이러한 거친 터치는 고단한 삶을 살아온 소시민의 깊게 파인 주름이 되기도 하고, 인고의 세월을 보여주는 개념적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권순철은 1960년대 말부터 촌부와 도시 노동자의 모습 등 평범한 서민의 얼굴 속에 사회상을 담아내고자 했다. 시장에서 행상하며 삶에 지쳐있는 할머니, 기차역 대합실에서 쪽잠을 자는 아저씨 등 주변에 가난하고 소외된 수많은 이들의 얼굴은 지속적으로 스케치되고 캔버스에 옮겨졌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얼굴이라는 단일한 소재가 주를 이룸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새롭게 다가온다.
권순철(1944- )은 1971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하고, 1984년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89년 프랑스로 이주해 작업에 매진했다. 1978년 그로리치 화랑(서울), 1982년 서울미술관(서울), 1992년 프랑크 헤넬 갤러리(Galerie Frank Hanel, 프랑크푸르트, 독일), 1993년 《제4회 이중섭미술상 수상기념전》(조선일보미술관, 서울), 2000년 가나아트센터(서울), 2003년 두산갤러리(대구), 2012년 가나아트센터(서울), 2016년 대구미술관(대구) 등 개인전을 개최했다. 1972-77년 《신체제》(미술회관, 서울), 1979년-88년 《한국미술협회 정기전》(국립현대미술관, 과천), 1983-89년 《인간》(관훈미술관, 서울), 1998년 《회화 속의 봄》(한림미술관, 서울), 2004년 《평화선언 세계 100인 미술가》(국립현대미술관, 과천), 2009년 《성령의 불꽃》(루멘갤러리, Galerie Lumen, 파리, 프랑스), 2016년 《한국 현대미술의 눈과 정신 2: 리얼리즘의 복권》(가나아트센터, 서울) 등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1993년 제4회 이중섭 미술상을 수상했다.
권순철은 리얼리즘 경향의 작품을 제작하면서도 거친 붓칠, 두꺼운 마티에르, 뭉개진 형상, 탁한 색조를 통해 표현적인 측면을 강조한다. 그는 주로 ‘산’과 ‘얼굴’, 그리고 ‘넋’을 작품의 소재로 삼아 삶의 애환을 표현했는데, 이 세 가지 주제는 초기 작업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압도적이지는 않지만 반복적이고 거친 붓터치를 겹겹이 쌓아올린 산은 단단하고 힘 있는 산줄기를 형상화 한다. 한편 그가 주된 소재로 삼은 얼굴은 “온갖 풍상을 겪으며 살아온 한국의 노인네들”(미술비평가, 김윤수) 혹은 노동자의 얼굴이다. 그는 민중의 피땀에 빚지지 않도록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끊임없이 현장을 찾아다니며 스케치했는데, 그가 그린 얼굴 속에는 한 인간의 개성보다 인고의 세월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러한 흔적을 강조하듯이 그가 그린 얼굴의 표면은 마티에르가 강렬하게 드러나도록 강조되고 주로 어두운 색의 물감을 두텁게 발라 표현되었다. 강렬하고 표현적인 붓 터치는 넋을 소재로 한 작품을 제작할 때 더욱 극명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