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시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과 동시대 진행되는 미술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대처해야 하는 동시적 과제는 분명 쉬운 것은 아니다. 이에 더하여 공공미술관으로서 서울시립미술관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그리고 이미 진행되었던 작품들을 수집하여 그 복잡한 결들을 가려내고 추려서 우리의 정신적 자산으로 보존하고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하는 의무 또한 함께 지니고 있다.《2004 신소장품》전은 위와 같은 큰 과제와 의무 아래에서 시립미술관이 조심스럽게 잡아가고 있는 수집방향을 알려줄 수 있는 전시이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인터넷이 보편화된 시대에 맞게 작품수집에 대한 방향을 인터넷을 통해 알리고 이에 더하여 작가 및 소장자들의 참여를 확대할 수 있는 공고라는 방식을 일차적으로 선택하였다. 이러한 경로를 통해 수집된 작품으로
안창홍의 〈누드〉(1974)를 들 수 있다. 이것은 작가의 초기양식을 보여줄 수 있는 〈누드〉(1974)의 수집은 시립미술관이 시민 참여적 수집경로를 통해 얻은 의미 있는 성과이기도 하다.
2003년은 시립미술관의 기획전시가 어느 해보다 활발히 진행된 해였다. 특히 젊고 새로운 경향의 미술을 수용하여 다양한 에너지를 발산하였다. 청계천 복원사업과 궤를 같이한 전시인 《물 위를 걷는 사람들》(2003. 7. 11∼8. 17) 전은 사회와 환경에 대한 여러 사유와 관점들을 담아낸 전시로 실험적인 작품들이 많이 출품되었다. 이 전시에서 출품된 작품들 중 수집된 작품으로
안세권의 〈
청계 Scape Ⅰ〉(2003)과
유비호의 〈기록〉(2003)이 있다. 또한 미술에 있어서 수공적 성격의 회복을 걸고 개최되었던 《유쾌한 공작소》(2003. 9. 5∼10. 10) 전을 통해서도 이러한 실험적일 수 있는 수집이 이루어졌다.
전준호의 〈
부유하다〉(2003)의 수집도 이러한 맥락에 서있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은 아직 젊은 작가들의 뉴미디어 작품을 수집한 것으로 시립미술관이 현대미술관으로 그 정체성을 잡아가고 있다는 행보로 여겨질 수 있을 것이다.
중진 이상의 작가들의 경우에도 시립미술관은 기획전을 통해 출품된 작품의 수집에서 그치는 것은 아니었다. 기소장작품과 연결하여 볼 때 작가의 양식적 변화를 보여줄 있는 작품의 수집을 위해 미술관 자체 조사와 연구를 선행하였으며, 특히 중진 이상의 작가들이 참여한 《서울미술대전》(2003. 10. 17∼11. 2)의 경우, 여기에 출품된 작품을 수집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참여 작가들의 양식적 전환과 전형적 특징들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의 수집에 더 큰 노력을 기울였다. 이에 대한 성과가
김영원의 〈중력 무중력 88-2〉(1988)로 작가의 대표적인 작품 이라할 수 있으며,
윤명로의 〈TABLEAU MⅢ.207〉(2003)은 시립미술관이 이미 소장하고 있는 윤명로의 기존양식과는 다른 양식을 보여주는 것으로 기소장작품의 질적 보강이라는 측면에서 의미 있는 성과이다. 또한
권영우의 근작인 〈무제〉(2003)와 모노크롬의 전형적 특징을 보여주고 있는
정상화의 〈무제96-11-2〉(1996)의 수집도 이에 크게 일조하고 있다.
2003년도에는 기증경향에도 변화가 있었다. 예전의 대량기증 풍토와 달리 수준작에 대한 선별적 기증이 이루어졌다.
김종복의 유화(총 5점),
이진용의 조각설치(1점), 김영원의 조각(1점) 등인데, 작가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러한 수작들만을 기증하였다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이기에 더욱 의미 깊은 일이다. 위와 같은 기증풍토의 변화는 미술관으로 기증하는 작품에 대해 높은 기준을 적용하기 시작하였다는 신호이자 그에 따른 결과로 미술관의 문화적 가치의 상승까지 기대함을 알리는 신호이다.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오현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