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SeMA)는 전년도에 수집한 작품을 소개하는 신소장품전을 개최하여 미술관의 소장품을 대중에게 공개하고 미술사적 연구 및 동시대 미술의 흐름을 읽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이를 위해 미술관은 기존 소장품을 분석하여 미술사적/장르적으로 미진한 부분을 보완하고, 동시대 가치 있는 작품들을 매년 구입하고 있다. 현재 서울시립미술관이 보유하고 있는 소장품은 약 4,700점으로 이 중 지난해에 수집한 작품은 188점이다.
신소장품 전시는 기정 주제와 개념을 중심으로 출품작을 선정하는 기획 전시와는 차별성을 가진다. 이와 같은 성격을 내포한 전시의 일정한 형태나 구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수집한 작품을 통해 역사를 다시 읽고 범주화 해보는 시도가 필요하다. 그러한 과정 후에는 단일한 풍경이 아닌 여러 패러다임의 교차 속에서 다양한 주제와 다채로운 양태의 작품이 공존하는 현상이 목도되기 마련이다.
이러한 풍경을 담은 전시 《하늘 땅 사람들》은 서울시립미술관이 2017년에 수집한 새로운 소장품을 소개하는 전시이다. 전시의 제목은 당대 한국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역사, 정치, 사회 및 자연이라는 관점에서 분석하고, 그 안에 처한 예술가의 모습을 표현한 오경화의 비디오 설치 작업 <하늘, 땅, 사람들>(1990)에서 빌려왔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구조 속에 자리한 미술의 현재는 예나 지금이나 시차를 달리해도 여러 상관관계 속에서 끊임없는 변주를 하고 있는 것을 포괄하는 의미로 차용한 것이다.
하늘, 땅, 사람들 – 이 3개의 큰 프레임을 통해 들여다 본 전시는 2, 3층에서 만나볼 수 있고, 이 공간에서는 한국화, 회화, 드로잉&판화, 사진, 조각, 설치, 뉴미디어, 공예 작품 66점이 전시된다. 2층에서는 미술 안팎의 자연 풍경을 조망하고, 3층의 전시실에서는 역사를 중심으로 파생되는 시대의 공명에 귀를 기울일 수 있을 것이다. 각각의 프레임이 특정한 측면을 드러내지만 서로 연관되어 현시대 미술의 전체적인 모습을 만들어 낼 것으로 기대한다.
소장품은 미술관의 역사와 현재의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로서 미술관의 정체성을 확립시킨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서울시립미술관이 연례적으로 개최하는 신소장품전은 미술관의 소장품에 대한 이해를 돕고, 과거의 반추를 통해 오늘날 현장의 모습을 읽을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할 것이다. 이 밖에 미술관의 소장품은 신소장품전을 비롯한 각종 기획전에 출품되고, 서울시 자치구나 여타 기관과의 대외협력전, 서울시 유관기관에 조성한 SeMA 컬렉션 라운지에도 활용되고 있다.
미술관의 컬렉션은 아직 끝나지 않은 역사인 동시대 미술을 충실하게 진단하는 일을 위해 필요한 자료이며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 비전을 제안하는 키워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