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1층 전시실 1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2층 전시실2
2021.03.23~2021.06.06
무료
회화, 디지털페인팅, 사진, 영상, 사운드, 설치, 텍스트 등
기획
구현성, 김보영, 김희천, 듀나, 람한, 롬버스, 루시 매크래, 배명훈, 앤 리슬리가드, 양아치, 장서영, 장종완, 정소연, 최윤
30여점
송가현 02-2124-5268
서울시립미술관의 기획전시 《SF2021: 판타지 오디세이》는 SF(science fiction, 과학 소설)의 확장하는 장르적 스펙트럼을 배경으로 동시대 미술이 새로운 사유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양상을 소개한다.
지금 우리는 과거의 SF가 그려왔던 미래들이 하나둘씩 도착하는 지점에 서있다. 그 오래된 미래들이 얼마나 정확히 지금의 현실을 예측했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기후변화, 인공지능, 자율주행 자동차 등 어쨌든 우리는 그들이 상상하던 세계를 실제로 살고 있다. 이 전시는 팬데믹 시대의 혼란스러운 세계와 가상 같은 현실을 탐구하는 한 가지 방식으로 SF적 상상력의 예술적 실현을 통해 새롭게 설정된 세계관 위에서 현재 속에 야기된 미래들에 접속을 시도한다. 이를 위해 전시는 SF의 시간성이라는 특징을 추출하여 다음과 같이 SF를 정의한다. ‘이미 있으나 아직 오지 않은 것’, 혹은 ‘이미 현재 속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로 존재하므로 판타지의 형태로 말할 수밖에 없는 것’. 따라서 이 전시는 판타지를 SF와의 대립항이나 장르적 다양성과 같은 ‘내용’이 아닌, 현실을 구성하는 ‘가능조건’으로 바라보고, SF를 독해하는 동시에 전시를 구성하는 코드로 삼는다. 동시대 미술과 마찬가지로 SF는 재현될 수 없는 것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판타지다. 그렇다면 SF는 현실이 이미 판타지라는 것을 보여주는 유용한 창이 될 수 있다. 이 전시는 현실과의 관계 속에서 SF를 살펴보고, ‘SF를 창작하고 감상하는 것이 우리에게 가져다줄 수 있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SF2021: 판타지 오디세이》는 열네 명의 국내외 작가를 초대하여 회화, 디지털페인팅, 사진, 영상, 사운드, 설치, 텍스트 등 다양한 매체의 작품을 선보인다. 우주, 시간, 가상현실, 디스토피아, 포스트휴먼 등 이른바 SF적 주제와 배경은 전시를 구성하는 개별 작품 속에서 지금 우리의 삶을 지속적으로 갱신하는 새로운 사유의 가능성으로 제시된다. SF의 특수성은 우리에게 세계를 바라보는 비판적 틀을 제공함으로써 다른 세계를 상상하고 창조하는 동력으로 작용한다. 그 세계는 언제나 ‘현실에 발 딛고 새롭게 상정된 세계’다. 우리에게 없는 것, 잘못되었거나 바로잡고자 하는 것, 혹은 영원히 지속하고자 하는 것 등을 선취하는 세계이자, 다른 삶의 가능성을 지금–이곳에서 타진하는 장소다. 그 세계를 통해 우리가 선취하는 것은 예컨대 인간 중심적 사고방식의 전환, 나아가 타자에 대한 성찰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이미 우리의 이해를 넘어 마법과 같은 경지에 이르는 근미래, 혹은 이미 여기 와있을지도 모르는 시공간에서 지속적으로 다원화되는 타자들과 우리는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 새로운 형태의 포스트휴먼을 맞이하고, 각기 다른 형태의 존재 조건들을 모색하는 과정은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가. 낯선 존재들이 조우하여 그려내는 소리, 아직 오지 않은 미래가 현재 속에서 부딪치는 소리를 상상하며 지속적으로 현실에 대입해봄으로써 현실을 돌아보는 것이 이 전시의 목적이다. 인종, 젠더, 장애, 빈곤과 같은 인류의 문제가 호전과 악화를 거듭하는 역사의 시간 속에서 SF의 세계가 스스로를 구축함으로써 현실의 시계를 – 바라건대 종말의 반대 방향을 향해–앞당기고 있다면, 바로 그런 점에서 SF의 세계는 우리 사회의 소외되고 배제된 존재들과 고집스럽게 연대하려는 윤리적 세계다. 그 세계가 비록 암울한 폐허일지라도 그 바탕에는 이 삶을 긍정하고 받아들임으로써 궁극적으로 진화하려는 의지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이 전시는 SF에 담긴 복합적인 사유가 매체 간의 경계를 횡단하여 현대 문화예술 전반으로 확산되는 양상을 살펴보기 위해 서로 다른 두 방향의 이해와 접근을 시도한다. 그중 하나는 전시와 프로그램을 통한 ‘매체 실험’이다. 즉 시청각 이미지와 텍스트의 결합, 교차, 순환을 통해 SF의 다양한 장르적 스펙트럼의 확장가능성을 실험해보는 것이다. 전시는 SF의 장르적 기원인 소설에서 출발하여 시청각 이미지와 텍스트의 결합으로 나아간다. 네 명의 SF 소설가는 SF의 기원과 본질, 현재성을 탐구하는 글을 제안하고, 이 글은 시청각 이미지와 결합하고 어우러지며 전시 내부에서 SF를 조망하는 역할을 한다. 한편 전시 연계 프로그램에서는 관객 참여를 통해 ‘글과 이미지의 연대’를 실천하는 공동의 창작물을 생산한다. 웹사이트를 통해 다수의 창작을 매개하는 실험적 형태로 이루어지는 본 프로그램은 매체 실험을 통해 SF에 담긴 미래적 사유의 확장가능성을 살펴본다는 전시의 의도를 최종적으로 탐구하는 장이다. 전시의 방법론을 구성하는 다른 하나는 ‘SF적 정서의 탐구’다. 미래를 경유하여 언제나 다시 현재로 돌아오는 SF적 상상력은 단순한 경이감 이상의 복합적인 정서를 불러일으킨다. 무엇보다 그것은 현실을 다시 써나갈 수 있는 주체의 삶을 스스로 재구성하는 의지를 품고 있다. SF가 제시하는 변화의 가능성은 ‘현실에 발 딛고 새롭게 상정된 세계’로부터 유래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SF가 촉발하는 정서는 삶을 긍정하는 무한한 창조의에너지를 동반한다. 결국 이 전시는 현실의 초월이 아닌 지금 이 세계와 존재에 대한 공통의 이해로부터 연대의 가능성이 생겨난다는 믿음에 기초하고 있다.
《SF2021: 판타지 오디세이》는 우리가 세계를 새롭게 사유할 수 있는 도구로서 SF를 소개하고, 미래를 위한 광대한 서사를 탐구하는 여정의 문을 열어주고자 한다. 무한히 펼쳐지는 세계로 통하는 그 문에 들어서는 것은 인류의 존재론적 성찰의 과정이 담긴 한 권의 책을 펼쳐 읽는 것과 같다. 각 챕터별로 무한한 이야기를 담은 책 속에는 우주로 떠나는 커다란 배가 등장하고, 관객이 탑승하는 순간 새로운 시공간을 탐험하기 위한 항해가 시작된다. ‘SF에 관한 전시’는 그렇게 관객의 경험과 상상을 통해 비상을 꿈꾸고, 궁극적으로 지금 이곳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들로 인해서 ‘SF 전시’로 진화할 것이다.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가 뼈다귀의 인류를 우주선에 태워 진화의 길로 항해를 떠났던 미래가 도착한지 20년이 지난 지금, 《SF2021: 판타지 오디세이》는 모든 관객의 발걸음에서 한 편의 환상 모험기(fantasy odyssey)이자, 도래할 장소가 펼쳐지는, SF적 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
전시 웹사이트 바로가기: www.fantasy-odyssey.com
2013년에 문을 연 북서울미술관은 서울시립미술관의 첫 번째이자 가장 큰 분관입니다. 서울 동북부 지역의 동시대 미술 문화를 선도하는 미술관으로서, 전시와 배움의 새로운 형식을 만들어 나가는 데 주력합니다. 북서울미술관은 예술대학이 다수 포진한 지역사회와 함께 생동하며, 특히 청년 작가들의 실험 정신을 동력으로 하여 다양한 융합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예술가, 교육자, 시민들과 더불어 미래를 위한 협력의 장이 되고자 합니다. (전경사진: ⓒ Kim YongKw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