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에서 회화, 조각, 사진 등 장르의 경계 및 위계는 무의미하다. 민주주의가 자유와 평등을 추구하는 것처럼 예술도 자유와 평등을 부르짖고 실천하는 시대이다. 회화가 중심이 되던 시대에 사진은 변방에서 조용히 자신의 세를 확장하기 위한 힘을 길러왔고 그동안의 인내심에 상응하듯 점점 더 그 빛을 발하고 있다. 이는 사진 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작품’으로 간주되기 시작한 최초의 사진 형식으로서 객관적 관찰과 기록을 목적으로 대상을 스트레이트로 찍은 다큐멘터리 사진이 여전히 건재한 가운데, 주제는 물론이거니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형식의 사진작품들이 등장하여 제목소리를 내고 있다.
앨프레드 스티글리츠(Alfred Stieglitz, 1864-1946)를 위시하여 사진 분리파가 그들의 공식적인 잡지 『카메라 워크 Camera
Work』를 통해 사진이 회화에 버금가는 예술임을 주창했다면, 전시 <Camera Work>는 이미 회화나 조각 등과 대등한 지위에 올라선 사진의 다양한 양상을 선보임으로써 관람객들의 현대사진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마련되었다.
전시 구성은 서울시립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사진작품을 주축으로 하고 여기에 외부 작가 10명의 사진작품을 더하여 다큐멘터리 사진(임석제,
홍순태,
한영수,
전민조, 최광호), 내용적인 측면에서 객관적 현실의 기록이라는 다큐멘터리 사진의 성격을 갖지만 형식적인 측면에서는 순수한 또는 회화적인 사진(
강용석,
김장섭,
구본창,
이갑철), 다큐멘터리 사진의 한 축을 형성하는 인물사진 중에서 예술가를 기록한 사진(
주명덕,
임영균, 이종수), 자연풍경을 찍었으나 그 자체의 가치보다는 작가의 내면과 만나 새로운 의미가 획득된 심상 풍경 사진(
최병관,
정동석,
민병헌,
김대수,
배병우), 마찬가지로 사물을 피사체로 하였으나 작가의 선택과 재구성으로 새로운 의미로 창출된 사진(조성연,
이병용,
이정진,
권순평), 일상적 소재가 본래의 문맥에서 벗어나면서 예기치 않은 아름다움으로 가득 찬 사진(
방명주, 문 범,
황규태), 작가가 일종의 제작자이자 연출가로서 대상을 조작하거나 오브제를 만들어 상황을 연출하기도 하고 연극의 한 장면처럼 어떤 이야기를 구성하여 찍은 사진(
곽덕준,
이형구, 함 진,
정은정,
박영숙,
김아타,
정연두) 등 일곱 가지 내용으로 느슨하게 묶어보았다.
10개의 방을 따라 걷다보면 결국 사진은 어떤 의미를 전달하는 하나의 효과적인 표현방식으로 존재함을 알 수 있다. 현상은 다를지라도 본질은 같을진대, 이제 우리는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다양하게 펼쳐진 사진작품들을 향유하면 되는 것이다.
ㅇ 전시부문 및 작품수 : 사진/ 81점
ㅇ 참여작가 : 31명
임석제, 홍순태, 한영수, 전민조, 최광호, 강용석, 김장섭, 구본창, 이갑철,
주명덕, 임영균, 이종수, 최병관, 정동석, 민병헌, 김대수, 배병우, 조성연,
이병용, 이정진, 권순평, 방명주, 문 범, 황규태, 곽덕준, 이형구, 함 진,
정은정, 박영숙, 김아타, 정연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