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삶에 어디 생채기 한번 나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삶의 행로에서 무릎 팍 한번 안 까여본 사람이 있을까.
혹 삶의 재주에 웃음 한번 지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서울시립미술관의 소장 작품에서 우리들의 얼굴을 발견한다면 아마도 모두들 ‘그땐 그랬지’, 혹은 ‘이건 내 상처랑 많이 닮았어’ 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동시대를 같이 살아 나가고 있는 우리들은 같은 사건을 목격했고 같은 위기에 처했었으며, 같은 기쁨을 나누기도 했다. 비록 각자의 삶을 들여다보면 그 정도와 종류는 다를지라도 살아간다는 것에서 오는 고단함과 피로감은 같을 것이다. 왜냐하면 누구나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소장 작품 기획전은 서울시립미술관이 꾸준히 수집해왔던 작품들 중에서도 특히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작품들로 구성되었다. 사람에 대한 이야기만큼 광범위하거나 추상적인 것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전시 주제의 방만함을 피하고 구체성을 부여하기 위해 이번 전시는 우리들의 모습을 역사와 애환이라는 견지에서 구성하였다. 크게 나누어 사진과 회화,
판화, 조각 등을 통해 지난 시기 역사의 현장과 그 자취들을 기록하고 서술한 성격이 강한 작품과 시간의 흐름과 삶의 과정에서 결과하는 애환이라는 슬프고도 아릿한, 혹은 짠한 감정을 표현하는 작품을 통해 이 가을, 작품에 비친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고 그것에 감성이 통하여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