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갑_자연에 길을 묻다>전은 2009년 서울시립미술관에 36점의 작품을 기증해주신 유산
민경갑(酉山 閔庚甲, 1933~ ) 화백의 작품기증을 기념하고 그 작품 세계를 조명해보고자 하는 전시다. 작가는 현재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으로 한국화의 독특한 화맥(畵脈)을 형성한 원로작가이다
민경갑 화백은 60여년 한국화의 외길을 묵묵히 걸으며 과거 “동양화”가 가졌던 고루함, 획일성을 일소하는 현대성과 “한국화”의 전통성을 결합한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일궈냈다. 그는 한국 미술계가 활발한 그룹 운동을 통해 발전을 모색하던 1960년대 초 한국화단에서는 유례없는 전위 그룹인 “묵림회(墨林會)”의 창립에 참여하며 한국화 영역에 추상을 도입, 한국화의 “현대화”를 주도했다. 당시 의욕적인 청년작가로서 동양화의 전통적인 관념을 타파하는 동시에 비구상 및 반추상(半抽象) 등 조형적, 양식적으로 과감한 시도들을 통해 한국화단의 신선한 발전을 이끌었던 주역이다.
이후 민경갑 화백은 서양화가 약진해나가는 상황에서 “한국화는 서양화와 다른 무엇을 보여줄 수 있는가?”라는 한국화의 정체성을 고민하기 시작했고, 이는 만년에 이른 현재까지도 그의 평생의 예술적 탐구 과제가 되었다. 그는 한국적인 매체를 통해 한국인의 정서와 정신을 표현하는 것이 한국화의 길이라고 보았으며, 그의 이러한 생각과 평생을 동행한 주제가 바로 “자연自然”이었다. 70년대 초반 사실적인 풍경의 구상화로 회귀하며 자연을 본격적인 주제로서 다루기 시작했다. “산”으로 상징되는 “자연”이라는 주제를 담고 있는 그의 현대적 산수는 자연의 외경을 그리는 것을 넘어서 자연과 일체를 이루고자 하는 정신세계의 표현을 확장해가는 과정 그 자체다. “자연”이라는 대(大)주제 하에 80~90년대 초반 “자연과의 조화”, 90년대 중․후반 “자연과의 공존”, 2000년대 초반 “자연 속으로”, 2000년대 “무위(無爲)〔무위자연無爲自然〕”, 2010년대 “진여(眞如)” 등 일련의 작품들을 통해, 눈에 보이지는 않으나 생성과 소멸이 순리처럼 이루어지고 일체의 기교와 인위가 작용하지 않는 “자연의 섭리”에 조화하려는 태도에서 한국인의 정신적 원형과 자신의 예술세계의 근본을 찾으려했다.
민경갑 화백은 화선지와 묵(墨), 천연 안료라는 재료의 전통성을 고수하면서,
자연친화적이며 자연과의 합일을 추구하려는 한국인의 정서와 정신세계를 “자연”이라는 주제에 꾸준히 천착함으로써 한국적 특성을 강화하였다. 그는 한국화의 전통적 특질을 이어가는 동시에, 현대적인 조형감각으로 구상과 추상을 넘나드는 유기적인 구성의 화면을 만들어냈고, 유화의 색감을 넘어서는 투명하고 깊이 있는 독특한 한국화의 색감을 만들어냈다. 민경갑 화백은 한국화가로서 자신의 예술이 나아갈 길과 한국화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멈추지 않는 여정 속에서 오늘도 자연에 그 길을 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