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 소개

<2025 신진미술인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된 유승아 기획자의 《마야》는 어린 소녀를 주인공으로 삼아 이 세계가 지닌 ‘순수함’과 ‘잔혹함’에 관해 이야기하며, 이미 끝나버린 세상에서 쓰이는 동화를 상상하는 전시입니다. 애써 이뤄낸 것들이 허망하게 무너지는 광경과 인간이 저지른 끔찍하고 불가해한 사건들을 목격하게 되는 지금, 우리는 과연 어떤 결말의 이야기를 쓸 수 있을까요? 끝장난 세상 속에서도 매 순간 맑은 얼굴로 태어나는 아이들에게, 우리는 어떤 동화를 들려줄 수 있나요? 전시에 참여하는 고요손, 김현진, 율리아 쇨린, 황예지는 환상처럼 실재하지 않는다고 여겨지는 힘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 ‘마야’의 의미에 기대어, 오직 당신에게만 점지되어 다가오는 신비스러운 우연 같은 존재, 깊고 우묵한 심연과 같은 미래를 발견합니다. 그리고 망가진 미래를 끌어 안는 소녀를 상상합니다. 그러한 방식으로 전시는 체념과 무기력만 남은 것 같은 세상 속에서도, 비현실적으로 빛나고 아름다운 것에 대한, 불가능한 욕망을 포기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 현실에 우리를 개입시켜봅니다. 

■ 기획자 소개

유승아 기획자는 기획의 방법론으로 ‘여성적 글쓰기’를 실험하며, 이를 통해 가능한 미학적이고 정치적인 측면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언어로 명백히 설명할 수 없는 차원의 앎, 무의식적이고 감각·지각적인 차원, 비선형적인 시간성과 같은 ‘여성적 글쓰기’의 주요한 특징을 큐레토리얼의 방법론으로 삼아, 이 세계의 관습적인 작동 방식을 끊임없이 의심하는 힘, 기존의 시야와 전혀 다른 새로운 앎의 방식을 조형합니다. 전시 《Summerspace》(Hall1, 2024)와 《꿀꺽》(두산갤러리, 2024, 이상엽, 이지언 공동 기획) 그리고 큐레토리얼 프로젝트 <AIC(Asian Institutional Critique)>(2025), <How Does Performance Art Work?>(2023)를 기획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