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80주년 가나아트컬렉션 특별전 《서시: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서시(序詩)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1941.11.20.
서울시립미술관은 광복80주년을 맞이하여 가나아트컬렉션 특별전을 기획하였다. 가나아트컬렉션은 2001년 가나아트 이호재 대표가 서울시립미술관에 기증한 200점의 작품군으로 1980-90년대 한국의 사회 현실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민중미술 및 리얼리즘 계열의 작품들을 포괄한다.
광복 이후 80년의 세월이 흘렀다. 일제강점기, 광복, 6.25전쟁, 남북분단을 직접 겪었던 세대는 이를 경험하지 못한 세대로 이어졌다. 현재 대한민국 인구의 95%는 광복 이후에 출생하였으며, 이들은 남겨진 기록을 통해 역사적 사실로서 광복 전후 일련의 근현대사를 접하고 배웠다. 이번 전시는 예술작품을 통해 한국 근현대사의 거대담론에서 부각되지 않았던 사회, 정치, 역사적인 맥락과 개인의 서사를 살펴봄으로써 시대적 상황에 더 깊이 공감하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다.
전시는 총 네 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파트에서는 일제강점기와 독립운동을 주제로 고난과 희생의 역사를 살펴본다. 이어지는 두 번째 파트에서는 6.25전쟁의 참혹함과 동족상잔의 비극을 다루며, 세 번째 파트에서는 전쟁 이후 지속된 분단이 초래한 비극과 사회, 정치적 이슈를 성찰한다. 마지막 네 번째 파트에서는 전쟁과 갈등을 넘어 평화로운 공존을 그려낸 작품들을 통해 미래의 가능성을 탐색해 본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1940-50년대 현실에 대한 저항과 극복 의지를 담은 시를 작품과 함께 구성하여, 시대적 울림을 생생하게 전달하고자 하였다. 광복에 대한 간절한 염원, 죽음이 드리운 전쟁의 잔인함, 이념 대립으로 갈라진 남북의 현실에 대한 슬픔 등이 시 구절에 고스란히 담겨 있어, 역경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갔던 그 시대를 간접적으로나마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1919년 일본 도쿄에서 조선 유학생들이 선포한 「2.8 독립선언서」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등장한다: “우리 겨레는 일찍부터 뛰어난 문화와 반만년 국가생활의 경험을 갖고 있다. 비록 많은 세월 전제정치의 해악과 경우의 불행이 우리 겨레를 오늘로 이르게 했지만 정의와 자유를 기초로 한 민주주의 위에 선진국의 전범을 따라 새로운 국가를 건설한 뒤에는 문화, 정의, 평화를 애호하는 우리 겨레는 반드시 세계평화와 인류문화에 공헌할 것이다.”
현재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자유는 앞선 세대의 희생에 빚을 지고 있다. 그들의 헌신과 용기로 이루어낸 자유는 우리가 미래 세대에 물려주어야 할 소중한 유산이다. 이번 전시는 광복80주년을 계기로 광복의 가치를 되새기며, 평화와 화해의 미래를 여는 서시가 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