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A 창고 1층 전시실
2022.10.11~2022.10.26
무료
설치, 조각, 영상 등
시민큐레이터
김온, 서해영, 주다은, 脫렌트
서울시립미술관
송희진 02-2124-8945
《내밀한 추동》은 인간을 움직이는 ‘사물의 행위 능력’에 대해 이야기하는 전시입니다. '사물의 행위'란 의인화된 수사적 표현이 아닙니다. 사물이 가진 변화무쌍함, 생동적인 활력 또는 생성의 힘에 주목하는 것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사물들은 인간이나 동물처럼 의지, 의도를 가진 물리적 행위를 할 수 없습니다. 다만, 그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행동합니다. 다른 존재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 그게 바로 사물이 행위 능력을 갖고 있다는 반증 아닐까요?
사물들은 내밀하게 다른 존재들을 추동(推動) 합니다. 그들은 “우리를 움직이거나 자신을 느끼도록 강요합니다.” 본 전시는 이러한 사물의 내밀한 추동을 기민하게 느끼는 예술가 4인 김온, 서해영, 주다은, 脫(탈)렌트의 작품을 소개합니다.
예술가들의 창조는 작가의 내면에서 독자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닙니다. 예술 작업 속에는 예술가와 관계 맺은 사물들의 행위 역시 녹아들어있습니다. 서해영은 예술가의 길을 걷기까지 과거 한 사물로부터 추동 당했던 경험을 자신의 프로젝트 〈조각가를 위한 생츄어리1 – 바위 옮기기〉(2021-2022)로 풀어냅니다.
작품 역시 예술가가 사물과 관계 맺으며 추동 당하고, 추동하며 상호적으로 만들어낸 또 다른 사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주다은은 멸종된 식물들의 이미지와 유전자 데이터를 접하면서, 영상 작품 〈Silent Orchestra〉(2021)과 사운드 조각 설치 작품 〈Silent Oscillation〉(2021)을 제작하게 됩니다. 만일 작가가 식물들이 생전에 남긴 흔적들에 강하게 붙들렸다면, 그는 자신도 모르게 그들의 부활 욕망에 추동 당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일상에서 관계 맺는 사물들이 내밀하지만 강력하게 작가를 통제하기도 합니다. 脫렌트는 2020년부터 삶과 예술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생애-퍼포먼스 〈脫렌트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작가는 자신이 세운 규칙으로 인해 사물과 자신의 관계가 역전되거나 혼재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됩니다. 누구에게는 먹고 입고 쓰는 일상 속 소비재에 불과하지만, 脫렌트에게 사물은 인간의 효용만을 위한 것으로써 수동적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구에게 쓸모 있는 존재가 되도록, 사물들이 작가를 밀어붙이고 추동합니다.
사물은 어디에 어떻게 자리했는지, 누구와 관계 맺는지에 따라 상이하게 행동하며 각기 다른 효과를 촉발합니다. 김온의 신작 〈귀를 위한 시간 No.1~No.4〉(2022)은 전시장 내에서 관객들이 리딩 퍼포먼스를 수행하도록 유도합니다. 각 작품은 관객들에게 자신을 읽어 달라 유혹하고 추동하지만, 관객은 계속해서 예상했던 소리로 발화할 수 없는 실패를 맞닥뜨립니다. 그뿐만 아니라 그 소리는 누가 읽느냐에 따라 다르게 생성됩니다.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지구는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만일 우리가 점차 사물의 내밀한 추동을 기민하게 느끼게 된다면, 언젠가는 공고하게 구축된 인간 중심 세계에 금이 갈지 모릅니다. 본 전시가 이러한 태도의 형성에 미약하게나마 기여할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시민큐레이터 프로그램을 운영하였습니다. 미술과 전시에 관심과 열의가 있는 시민을 대상으로 시민큐레이터 양성 교육을 진행하고, 수료생 중 10명의 시민큐레이터를 선발하여 전시 기획과 전시 공간을 지원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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