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관내
2016.10.06~2016.10.16
무료
회화, 설치, 영상 등
난지입주작가
권혜원, 박보나, 박윤경, 신형섭, 임현정, 허수영, 홍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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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브제를 통해 감정을 전달하는 일,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오브제들이지만 작가의 눈을 통해 다른 것을 보기도 한다. 존재하지 않지만 보여지게, 보이지 않지만 들리도록, 작가들은 그 어떤 다른 무엇으로 표현한다. 영감을 받는 수많은 생각들 중 여러 단계를 지나 점점 완성된 작품에 다가간다. 작가들은 늘 작품을 통해 무언가 표현하려 애쓰고 공감하려 하지만 예술의 모호한 표현에 일반 관객들은 늘 우리에게 질문한다.
작가 내면의 감정들이나 관념적인 생각들을 시각화시켜 완성되는 과정을 보여주며 작가가 생각하는 생각의 태도와 작가의 눈을 통해 보이는 새로운 시선들을 보여주고자 한다.
권혜원의 '기억 박물관-구로' 는 구로공단의 변두리에 존재하는 실제 건물의 과거를 추적하며, 그 과거에서 건져 올린 이야기를 통해, 이 건물을 상상의 박물관으로 변형시킨다. 이 상상의 박물관은 유물도 기록도 남아 있지 않고, 다만 과거의 기억들만이 보존되고 재생된다. 현재에서 과거까지 이어진 다른 시간의 연대기를 보이며, 아무 흔적이 남지 않은 현재의 공간 위로 과거의 기억들을 위한 무대가 공존하게 된다. 작가는 과거의 이야기들이 현재에 이르기까지 어떤 연관이 있을까 말하고 있다. 이 작품의 사운드 트랙은 지하의 비밀스러운 집수정에서 녹음된 현장의 사운드로, 마치 건물 어딘가에 고여 있던 과거의 사운드가 벽을 타고 재생 되듯이, 건물의 구조를 통과하며 변형된 전체 공간의 소리를 모은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박보나는 미술 시스템을 포함한 사회적 구조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와, 그 구조 뒤에서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하며 어떤 개별성을 만들어 내는지에 관심이 있다. 이 전시에 보여질 작품은 2011년부터 발표했던 퍼포먼스를 기록한 사진에서 손 주변만 크롭하여 기록한 사진이다. 퍼포머들의 손 주변만 크롭한 이 기록 사진들은 손을 통해 인종 및 성별, 노동 강도 (직종) 등의 정보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기록이다. 이 기록 사진은 사진의 액자를 만든 사람의 손 사진을 포함함으로써, 미술 작업 뒤에서 작업과 전시를 만들기 위해 일하는 사람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상징적인 언급을 시도한다. 이처럼 작가의 작업은 보이지 않게 일하는 사람들을 드러내어 구조에 미세한 균열을 내고자 의도한다. 이번 전시의 비가시적인 것의 가시화 주제에 맞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박윤경의 작품은 텍스트를 이미지화하는 과정과 페인팅 설치라는 형식을 통해 앞면과 뒷면이 서로 다른 추상적 이미지의 회화를 관객에게 보여준다. 작가는 "작품 안에서 텍스트가 이미지로 변환되는 과정은 우리가 언어라는 그릇으로 의미라는 내용을 전달하려고 할 때 소실되는 영역과 맞닿아 있다."고 얘기한다. 추상적인 이미지는 보는 이의 개성과 경험에 따라 다르게 읽혀지고, 작가가 최초로 제시하는 이미지는 의미가 소실되고 변이되어 보는 이에게 전달된다. 이렇게 추상성은 서로간의 '다름'을 받아들이는 중립적인 영역으로, 일방향의 정보전달로 생성되는, 예술작품과 감상자의 위계를 지우고 작품과 관객, 공간이 각각 동일한 권위를 부여받는 예술공간이 가능하게 한다. 또한 반투명한 화면과 설치를 통해 반영되는 실제 공간 역시 보는 이와의 상호작용, 즉 관계맺기를 통해 열린 해석이 가능한 회화를 제시한다.
신형섭은 산업용 소재나 일상의 용품으로 전혀 새로운 형태의 사물을 표현하는데 이때 주목할 점은 작가의 시선과 시각적인 표현 방식이다. 인공적인 전선으로 자연을 닮은 뿌리의 형상을 재현하거나 부서트릴 수 없는 사물을 오히려 부서진 파편처럼 표현한다. ‘Energy Field(에너지 장)’작품은 자석과 자력에 반응하는 오브제들을 이용한 가변설치 작업이다. 작품에서 자력이 미치는 범위 내에서 오브제들은 일정한 형태를 구성하지만 다른 물리적 힘에 의해 쉽게 모습이 바뀐다.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바닥에 떨어진 오브제를 늘어 놓는다. 물질의 특성을 작가만의 다른 시점으로 해석하며 작가가 작품을 표현하는 방식을 생각하고 전시를 관람하면 작가의 시선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임현정은 상상 속 내면적인 풍경을 담아내어 동화적이고 원시적인 무의식의 세계를 시각적 이미지로 표현하고, 보는 이에게 그에 따른 다양한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것에 관심이 있다. 작품 속 풍경들은 작가 자신에게만 보이는 사적인 이미지들을 나열하여 보이지 않는 것들의 진리에 대해 질문을 한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서 사람들의 마음 속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연결 고리들을 보이게 만들면, 서로 자라온 배경과 문화가 다른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바탕이 되지 않을까하는 질문을 하고 있다.
허수영은 작가의 눈으로 보이는 이미지를 계속 중첩 시켜 작가가 의도하는 시각적 다수성 효과를 극대화 한다. 작품을 보고 있으면 마치 움직임이 있어 보이고 들리지 않는 소리 또한 들리는 것 같아 보인다. 보이는 다수의 것들을 빈공간 없이 화면에 계속 담고 있다. 언제 끝내야 할지 모르지만 보이는 것을 모두 담으려 하고 있다. 작가는 그리는 대상들 사이로, 그려진 것들 위로 더는 개입이 불가능할 때까지 계속 침투하듯이 무언가를 그려 넣는다. 더 이상 손댈 수 없을 때 비로소 겨우 그리기를 마치지만, 그렇게 끝난 그림도 시간이 지나면 빈틈이 보인다고 말한다.
홍승희는 일상과 삶에서 느끼는 감정의 깊이를, 보이지 않는 주름을 이용해 표현 한다. 오브제 주위의 딱딱한 고유의 물성을 강제적으로 빼앗아 의도된 중력을 만들고. 그것으로 인해 가라앉혀진 모습과 오브제 형태로 인해 생긴 주름은 그 때 느낀 감정의 깊이만큼이라 말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는 ‘깊이에의 강요_같은 책상’ 작품은 같은 크기의 책상에서 변형된 세 가지의 책상을 제시한다. 보이지 않는 진동에 의해 사물의 변화된 모습을 통해 작가는 관객에게 책상이 놓인 공간과 시간의 관계를 보여준다. ■홍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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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는 변화하는 시각예술 환경에서 창·제작 공간으로서 협업과 과정 중심의 프로그램을 통해 경쟁력 있는 작가 및 연구자를 육성하고자 입주를 지원합니다. 또한, 입주 작가와 기획자를 대상으로 협약을 통해 해외 기관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