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사람>(2005)은 이제의 2005년 첫 개인전에 포함되었던 작품으로, 전시를 앞두고 ‘뭔가를 기록하고 싶다’라는 작가의 바람을 담아 진행한 작업이다. 당시 작가의 눈에 들어온 것은 재개발로 곧 사라져 버릴 금호동의 풍경이었다. 금호동은 그가 20년 넘게 토박이로 살아온 동네다. 화면을 가득 메운 고층 아파트의 질서 정연한 층간, 창문, 벽 위로 마치 한 점의 얼룩과도 같은 형상이 눈에 띈다.
희미한 줄에 몸을 의지한 채 벽 틈을 칠하고 있는 사람이다. 이 인물의 묘사로 인해 삭막한
도시 풍경화로 보였던 화면이 급격하게 달라진다. 애초 작가의 관심은 풍경이 아니라 인물이었다. 인물을 위해 풍경은 더 균일하고 꼼꼼하게 그려져야 했다. 그 결과 그림은 작가의 의도대로 기억 속의 공간과도 같은, 그리하여 도래하지 않은 과거 혹은 지나온 미래처럼 불가능하고 낯선 장면이 된다.
이제(1979- )는 2002년 국민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2004년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2005년 《우리의 찬란한 순간들》(조흥갤러리, 서울), 2006년 《풍경의 시작》(대안공간 루프, 서울), 2010년 《지금, 여기》(OCI미술관, 서울), 2017년 《손목을 반 바퀴》(갤러리조선, 서울), 2021년 《페인팅 기타 등등》(산수문화, 서울) 등 개인전을 열었고, 2001년 《시차, 그-거》(대안공간 풀, 서울), 2003년 《물 위를 걷는 사람들》(서울시립미술관, 서울), 2006년 《친숙해서 낯선 풍경》(아르코미술관, 서울), 2009년 《원더풀 픽쳐스》(일민미술관, 서울), 2015년 《다시, 그림이다》(우민아트센터, 서울), 2020년 《자연을 들이다: 풍경과 정물》(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서울) 등 단체전에 참여했다. 2010년 송암문화재단의 OCI 젊은예술가상과 2019년 종근당예술지상을 수상했다.
이제는 도시의 정경과 일상, 공간과 사물, 그것들과 관계하는 자신을 포함한 주변의 사람들을 유화로 표현하면서 회화의 의미와 가능성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왔다. 그에게 그림은 세계를 몸으로 감각하고 물질의 흔적으로 남기는 행위이며, 정물, 풍경, 인물, 그리고 어떤 추상적인 개념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소재와 주제를 다룬다. 또한 그는 작품에 따라 기법이나 형식에 있어서도 유연하고 변화무쌍한 필치를 망설임 없이 구사해왔다. 이는 다분히 의도적이라 할 수 있는데, 그는 자신이 있는 곳, 자기가 바라보는 것을 반복해서 그리지만 화가로서 세상과 끊임없이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고자 한다. 이후로도 그는 관습적인 재현을 벗어나 불확실한 시공간을 탐구하는 다양한 실험적 회화를 모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