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방’은 서울시립미술관 소장품들 중에서 과거의 기억이나 추억 또는 역사적인 사실 등을 떠올릴 수 있는 작품들을 10개의 방에 다채롭게 구성한 전시입니다.
이진용의 <내 서랍속의 동화>(2003)는 작가가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수집한 옛 물건들을 폴리코트라는 화학제품을 사용해 진공상태로 가둔 작품입니다. 갖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러한 물건들은 화석처럼 굳어져 우리를 각자가 간직한 기억과 추억 속으로 이끕니다. 마찬가지로
장화진의 <서랍(Drawer)-II>(2004)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과거의 기억이나 추억을 담은 비밀스런 장소로 볼 수 있겠습니다.
지석철의 <
시간, 기억 그리고 존재>(2003),
한만영의 <시간의 복제> 연작(1998)은 제목 그대로 지나간 시간에 대한 폭넓은 연상이 가능한 작품입니다.
이민 1.5세대인 써니킴의 작품들은 자수화 배경에 교복 입은 여학생의 등장으로 전통의 재해석과 함께 70년대 학창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병용,
이정진 그리고
고명근의 작품들은 과거의 사물에 집중하여 지나간 시간과 의미를 담아냅니다.
호크니의 스타일로 고흐를 떠올린
남경민의 작품과
백남준을 찍은
임영균의 사진 작품은 타계한 거장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공통적입니다. 특히 임영균의 <Nam June Paik> 연작(1982-2001)은 백남준의 전위적인
퍼포먼스와 생활상 등을 기록한 사진으로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의 면모를 다시 한 번 회상해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원종철,
한영수,
전민조의 사진 연작은 1950년대에서 1980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생활상을 사실적으로 기록한 작품들입니다. 불과 반세기도 지나지 않아 아련한 기억으로 남은, 가난했으나 순박하여 정겨웠던 그 시절 우리네 모습과 만날 수 있습니다.
과거의 문화유산과 함께 하는 현대인들을 기록한
김종욱의 <
고분군>(2003)과 <석굴>(2003), 1900년대 초 결혼식 사진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조덕현의 <이십세기의 기억>(1999), 1970년대
박정희 전대통령 서거를 상기시키는
변종곤의 <무제>(1980), 광주민주화운동의 현장인 광주시내를 담은
이부록의 <그날의 추억>(2004), 아픈 과거사를 기록한
최진욱의 <
아침이슬>(1993) 등은 우리가 함께 공유하는 동시에 기억해야 하는 역사적인 사실들을 반영한 작품들입니다.
이처럼 <기억의 방>은 ‘기억’에 관한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입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우리 모두는 살아가면서 기쁘거나 슬프거나 행복하거나 고통스럽거나 한 일들을 겪게 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은 결국 시간이 흘러 기억이라는 이름으로 남게 되고 우리는 가끔씩 그 기억을 더듬어 과거의 시간으로 여행을 떠나곤 합니다.
오늘은 특별히 10개의 방을 따라 비밀스런 기억, 개인적인 추억, 향수가 어린 우리네 모습 그리고 가슴 아픈 역사를 떠올려보는 시간을 가지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