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술계의 중간 세대를 조망하는 SeMA 중간허리 2012를 위해 나는 음반제작에서 사용되는 용어인 ‘히든 트랙’을 전시 컨셉으로 제안한다. ‘히든 트랙’은 음악앨범 어딘 가에는 들어 가 있으나 선곡 리스트에 명기되지 않은 ‘곡’ 혹은 ‘단편’을 말한다. 주로 뮤지션들이 발표하지 않았던 미완성의 파편들을 편집해서 음반 맨 마지막에 제목 없이 수록했기 때문에 ‘히든 트랙’이란 이름을 갖게 되었으며, 이것은 감상자들에게 정규 곡 외에 추가로 제공되는 ‘짧은 시간’을 의미하게 되었다. 히트곡, 신곡, 완성된 곡들 사이에 무명으로 존재하는 ‘히든 트랙’의 형태는 발표되지 않은 곡의 일부분, 독특한 사운드, 소음 등 매우 다양하나 뮤지션들의 음악세계를 이색적으로 연장하거나 반추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기회가 된다. 뮤지션들에게 ‘히든 트랙’은 정규앨범을 만드는 과정에서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즐거움, 유희, 자유의 ‘한 순간’이 되며, 대중에게는 예기치 못한 ‘놀라움’을 가져다 준다. 나는 이번 를 위해서 ‘히든 트랙’의 이러한 특징을 한국의 중견작가 19명에게 제안했다. 짧게는 20년 길게는 30년이 훌쩍 넘는 기간 동안 자신의 ‘길’만을 닦아 온 ‘오륙십대’ 작가들의 작업세계를 색다르게 연장할 수 있는 방식은 없을까? 이름만 대면 금방 작품을 연상할 수 있는 확고한 작업세계를 가진 이 작가들의 긴 여정을 어떻게 반추해 볼 수 있을까? 이들의 저력을 어떻게 표출시킬 수 있을까? 그리고 이들은 현재 미술현장에 어떻게 반응하고 있을까? <히든 트랙> 전시는 초청된 오륙십대 작가들이 이러한 일련의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아 나가는 과정이다. 한국 미술계의 중견작가들의 ‘히든 트랙’으로만 구성되는 이번 전시는 이들의 독특한 제안과 함께 그 저력을 감지할 수 있는 ‘이색 경로’가 될 것이다. 익숙한 작품, 잘 알려진 스타일, 대표작들 사이에서 무명으로 또 생각으로만 존재 했던 이 작가들의 ‘히든 트랙’은 이들의 작업세계와 30여 년이 넘는 긴 여정을 반추할 수 있는 각별한 ‘순간들’이 될 것이다.
초빙 큐레이터 김 성 원(국립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관람포인트
전시는 참여 작가들의 이미 알려진 대표작품과 양식을 탈피한 작품(일명 히든트랙)으로 구성되어, 출품 작품들 간의 예기치 못한 충돌과 대립을 통해 풍요로운 내러티브 창출을 의도하는 새로운 형식의 그룹전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