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1층 야외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2층 전시실
2026.07.29~2026.11.15
무료
전시 기간 중 오후 1시 (개막일, 추석연휴 제외)
회화, 조각, 설치, 사진, 퍼포먼스, 드로잉, 아카이브
기획,국내
조숙진
100여 점
주최: 서울시립미술관 / 후원: Jo Lewis Foundation, 중봉미래재단 / 협찬: 오드
김아영 02-2124-8970
안내 데스크 02-598-6246,6247
“자신이 지향하는 삶의 태도는 작품의 근본이다.” 작가노트, 1986.
《조숙진: 지나가는 자리》는 남서울미술관 ‘한국 대표 조각가’ 시리즈의 두번째 전시로, 지난 40여 년간 뉴욕을 중심으로 회화와 조각, 설치, 사진, 퍼포먼스, 공공 프로젝트, 건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식으로 작업해 온 조숙진의 작업 태도와 존재에 대한 성찰을 조망합니다. 1960년 전라남도 광주에서 태어나 1982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에 진학한 조숙진은 규정된 매체 문법에서 벗어나 1980년대 초부터 합판, 장판, 보드지 등 비전형적인 재료를 적극적으로 실험하며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1983년 《제10회 앙데팡당》을 시작으로 1985년 관훈미술관에서의 첫 개인전 《저 너머》, 《프론티어제전》, 1986년 《제11회 에콜 드 서울》 등에 참여하며 동시대 한국 미술의 현장과 긴밀히 호흡한 작가는, 1988년 뉴욕 이주 후 아시아계 작가라는 범주를 넘어 뉴욕 미술계의 비평적·제도적 인정을 받으며 국제적인 성취를 이어왔습니다.
전시의 제목인 ‘지나가는 자리’는 조숙진의 작업 세계를 관통하는 존재론적 통찰을 함축합니다. 우리 모두는 선형적 시간 속에서 결국 지나가는 존재이지만, 작가에게 지나감은 단순한 소멸이나 상실을 뜻하지 않습니다. 조숙진은 버려진 나무와 사물을 그저 재료로 다루는 대신, 인간보다 오랜 시간을 지나오며 고유한 기억을 품은 존재로서 받아들이고, 예술을 통해 그 안에 내재한 생명의 가능성을 발견해 왔습니다. 만물을 동등한 위치에서 바라보며 그 관계에 대해 겸손한 질문을 던지는 그의 태도는, 무언가를 견고하게 구축하고 정박하려는 인간 중심적 욕망과는 거리가 멉니다. 작가의 사유에 깊은 자양분이 된 『도덕경』, 『채근담』, 『선문답』, 『성경』의 세계관은 특정한 교리나 사상으로 수렴되기보다, 자신을 비우고 낮추며 세계를 더 넓은 관계 안에서 바라보는 태도로서 그의 작업 안에 스며 있습니다. 이러한 사유는 그동안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나누어 왔던 대립항 사이의 경계를 허뭅니다. 그의 작업에서 반복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주제인 인간과 자연, 존재와 비존재, 물질과 그 너머의 세계, 삶과 죽음, 개인과 공동체 등은 분리된 것이 아니라 서로 기대고 이어지는 하나의 관계망 안에 있으며, 조숙진에게 있어 이 모든 것은 또 다른 시작이자 순환적 질서 속에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그리고 세 개의 파트로 구성됩니다. 전시는 프롤로그 ‘목격자’를 시작으로 파트 1 ‘존재와 비존재’, 파트 2 ‘공간 사이’, 파트 3 ‘만물의 이치’를 거쳐 에필로그 ‘하나를 이루는 세계’로 이어지며, 야외 정원과 전시장 전반에 걸쳐 작가의 40여 년에 걸친 여정을 주제별로 조망합니다. 그동안 조숙진의 작업이 특정 시기나 일부 작업군을 중심으로 소개되어 왔다면, 이번 전시는 작가의 주요 작품과 신작, 미공개 드로잉 및 아카이브를 포함한 100여점의 작품을 통해, 초기 작업부터 최근 프로젝트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이어져 온 그의 예술적 실천을 조망합니다.
이를 통해 작업 초기 한국에서 시작된 재료적 실험과 공간에 대한 감각, 존재를 둘러싼 사유가 뉴욕 이주 이후에도 단절되지 않은 채 버려진 사물과 장소, 공동체를 향한 관심으로 확장되어 왔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전시는 조숙진이 지나온 자리를 따라가며, 매체와 지리적 경계를 넘나들며 삶의 태도를 예술로 실천해온 그의 일관된 궤적을 한국 현대미술의 맥락과 확장된 국제적 지평에서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남서울미술관은 역사의 정취가 가득한, 오래 머물고 싶은 미술관입니다. 미술관이 둥지를 튼 이곳은 대한제국(1897~1910) 시절 벨기에 영사관으로 사용된 건물(사적 제254호)로, 1905년 회현동에 준공되어 1983년 지금의 남현동으로 옮겨졌습니다. 길게 뻗은 복도를 중심으로 양옆으로 자유롭게 배열된 두 개 층의 방들에서는 다양한 층위의 관람객에 특화된 공공 프로그램을 소개합니다.(전경사진: ⓒ Kim YongKw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