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2층 전시실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1층 야외
2025.09.24~2026.02.22
무료
매일 오후 2시 운영 (월요일 휴관일 제외)
조각
기획
전국광
80여 점
서울시립미술관
방소연 02-2124-8940
안내 데스크 02-598-6246,6247
《전국광: 쌓는 친구, 허무는 친구》는 한국 추상조각에 있어 주목할 만한 발자취를 남겼으나 불의의 사고로 45세에 타계한 조각가 전국광(全國光, 1945~1990)의 개인전이다. 전국광은 작가로 활동한 20여 년 동안 조각의 본질인 매스를 끊임없이 탐구하며 스스로를 뛰어넘고자 부단히 노력하였으며, 자신만의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하였다. 본 전시는 전국광의 조각 작업을 “쌓다’와 “허물다”라는 상반된 조형적 개념에 집중해 이에 해당하는 그의 대표 연작인 〈적(積)〉과 〈매스의 내면〉을 중심으로 석조각, 목조각, 금속조각, 드로잉, 마케트 등 작품 100여 점을 소개한다.
1945년 서울에서 태어난 전국광은 아버지의 부재로 어려운 환경에서 중고등학교를 마쳤으며, 할아버지의 주선으로 기념조각을 제작하던 박재소를 만나 조각의 세계에 입문하게 되었다. 이 같은 환경은 전국광에게 그가 대학에 입학하기 전부터 이미 조각 제작의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전국광은 한국 추상 조각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조각가 박석원(1942~), 1세대 여성 조각가인 윤영자(1924~2016)의 작업 보조로 일하면서 자연스레 조각가로 진로를 정하고 1967년 홍익대 조각과에 입학한다. 주변인들의 증언에 의하면 홍대에 입학했을 때 전국광은 이미 기술적 완성도를 갖추었을 뿐 아니라 작업에 대한 엄청난 집중도와 열정을 보였다고 한다. 그 결과 전국광은 국전, 공간미술대전 등에서 수차례 수상하고 생전 5회의 개인전과 30회에 이르는 그룹전에 참여하는 등 활발히 활동하며 한국 조각사에 깊은 발자취를 남겼다. 비록 45세에 예기치 못하게 떠나 그의 조각 세계가 어떻게 발전했을지 볼 수 없다는 점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나, 전국광의 예술에 대한 열정과 고민, 조각에 대한 통찰력은 시대를 초월해 빛을 발하며 보는 이에게 깊은 울림을 남긴다.
전시는 ‘쌓다’에 해당하는 〈적〉 시리즈와 ‘허물다’에 해당하는 〈매스의 내면〉 시리즈를 알리는데 집중해 다음의 네 개의 섹션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섹션 〈쌓는 친구: 적(積)〉에서는 1970년대 구축한 작업세계의 결과로 전국광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형태를 쌓아 올리면서 주름 등 형태의 변주를 꾀한 〈적(積)〉 시리즈를 소개한다. 두 번째 섹션 〈매스를 기리며: 매스의 비(碑)〉는 1981년 제30회 국전 비구상부문 대상을 수상한 작품 〈매스의 비(碑)〉를 통해 전국광 작업세계의 변곡점을 짚어낸다. 세 번째 섹션 〈허무는 친구: 적(積)의 적(敵)〉은 매스의 제약에서 벗어나고자 실험한 결과 이르게 된 〈매스의 내면〉 시리즈를 두 개의 공간에서 나누어 소개한다. 네 번째 섹션 〈예술가의 목소리〉는 작가에게 조형작업의 중요한 토대이자 또 다른 예술적 창작 활동이었던 문학적 글쓰기를 소개하며 전방위 예술가 전국광의 입체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전국광의 작품은 조각의 본질을 탐구하는 깊은 고민과 치열한 작업의 결과임에도 그가 다루는 돌, 브론즈 등의 재료가 지닌 물성과 부피를 초월하는 매스의 무게를 덜어낸 간결함을 보여준다. 이는 조각이라는 전통 매체가 지닌 일종의 중압감을 드로잉에 가까운 선적이며, 유기적 혹은 기하학적인 구조로 치환함으로써 새로운 조형성을 획득하게 한다. 전국광의 작품이 4-50여 년이라는 시간적 간극을 뛰어넘어 관람객에게 동시대의 작품으로 와닿을 수 있는 이유이다. 시대의 화두에 귀를 열어두면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에 집중하며, 본질에 다가가기 위해 자신이 쌓아 올린 것을 허묾을 감행하는 자. 그가 바로 쌓는 친구, 허무는 친구 전국광이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작업실에 고요히 존재하던 전국광의 끊임없는 실험의 결과물을 꺼내어 빛을 비춰봄으로써 한 예술가의 진정한 예술 열정을 관람객에게 소개하는 특별한 기회이다. 나아가 《전국광: 쌓는 친구, 허무는 친구》전시가 한국 추상조각의 전개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충분히 연구되지 못했던 전국광에 대한 후속 연구를 촉발해 한국 현대조각사의 층위를 확장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남서울미술관은 역사의 정취가 가득한, 오래 머물고 싶은 미술관입니다. 미술관이 둥지를 튼 이곳은 대한제국(1897~1910) 시절 벨기에 영사관으로 사용된 건물(사적 제254호)로, 1905년 회현동에 준공되어 1983년 지금의 남현동으로 옮겨졌습니다. 길게 뻗은 복도를 중심으로 양옆으로 자유롭게 배열된 두 개 층의 방들에서는 다양한 층위의 관람객에 특화된 공공 프로그램을 소개합니다.(전경사진: ⓒ Kim YongKw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