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A 벙커 B1 전시실
2022.11.01~2022.11.16
무료
회화, 영상, 사운드, 설치
시민큐레이터
김을지로, 박미라, 보이스엔진, 정혜진
서울시립미술관
송희진 02-2124-8945
《Mapping Memory: The Bunker》는 여의도 벙커의 역사적 구멍을 포착하고 벙커를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진 존재로 설정하며, 이를 경유한 가상의 기억들을 마주하는 전시입니다.
여의도 벙커는 1970년대 말 유사시 북한의 공격에 대비하여 구축된 VIP들을 위한 대피소로, 2005년 여의도 버스환승센터 공사 중 우연히 발견된 장소입니다. 하지만 벙커에 대한 기록은 과거 문서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왜 벙커는 존재하지만 기록되지 못하고, 소멸한 것은 아니나 찾을 수 없었을까요? 왜 사람들은 벙커를 떠났을까요? 정말로 벙커는 사람들에게 버려지고 잊혀진 곳, 그래서 어떤 생명도 살아가지 못하는 폐허일까요?
모든 것이 송두리째 사라졌다고 생각할 때, 바로 그곳에서 새로운 존재들이 솟구치고 비로소 이야기가 시작되곤 합니다. 쉴 새 없이 사람들이 밀려드는 분주하고 번잡한 여의도 한복판에서, 전시는 세계로부터 밀려난 혹은 일상에서 비가시화된 존재들을 떠올립니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다’를 ‘보지 않고 듣지 않았다’로 고쳐 쓰고, 자리 없는 이름들을 만나기 위해 관객을 아래로, 아래로, 한없이 아래로 초대합니다.
전시에서 벙커는 지상의 논리와 체계에서 미끄러진 (비)장소입니다. 작가들은 전시의 설정과 벙커의 공간적 특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작품을 선보입니다. 보이스엔진(신종원, 최혜리)는 근원적인 생명력을 표출하는 원소의 목소리를 소환하고, 김을지로는 제6의 감각이라 불리는 피트 기관을 소유한 뱀을 출현시킵니다. 박미라는 검은 눈물로 지은 이야기를, 정혜진은 다른 세계로 이어지는 동굴을 파 타자에 대한 공감과 연대에 대해 말합니다. 이로써 전시는 지표(index)를 잃어버린 기억들을 엮은 가상의 지형도를 그리고, 벙커가 은유하는 비존재의 지대에 살아가는 희미하고 파편적인 존재들이 스스로 드러나고 또렷해지는 순간을 도모합니다.
자, 이제 탐험을 시작할 때입니다. 관객은 벙커의 문지기가 보낸 편지와 지도를 펼쳐 들고 이 세계를 여행하기를 요청받습니다. 관객이 작품을 직접 방문하여 관계를 맺고 감정을 나누는 과정에서 또다른 기억이 포개어지고 이야기가 지속되기를 기대합니다.
첫번째 미션입니다: "건물들 사이로 피어오른 녹색 연기를 찾아오세요. 당신이 이제껏 무심코 스쳐 지나간 그곳이, 이곳으로 향하는 유일한 입구일 수도 있습니다."
SeMA 벙커는 서울시의 오래된 미래 유산입니다. 1970년대 군사 정권 시절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벙커는 2005년 여의도 환승센터 건립을 위한 현지 조사 중 발견되었고, 이후 미술 공간으로 탈바꿈했습니다.
한국 근현대사의 질곡을 상징하는 이 시설에서는 역사 갤러리 특별전과 더불어 공간의 미학적 특성과 장소성을 반영한 프로젝트를 선보입니다.(전경사진: ⓒ Kim YongKwan)
서울시립미술관은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시민큐레이터 프로그램을 운영하였습니다. 미술과 전시에 관심과 열의가 있는 시민을 대상으로 시민큐레이터 양성 교육을 진행하고, 수료생 중 10명의 시민큐레이터를 선발하여 전시 기획과 전시 공간을 지원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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