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은 삶의 바깥에 놓인 도구가 아니라 감각과 관계를 조건 짓는 환경이 되었습니다. 스마트폰 알람으로 잠에서 깨고, 위성이 가리키는 길을 따라 움직이며, 알고리즘이 골라낸 소식을 접하며 하루를 보냅니다. 그 안에서 우리가 기억하고 관계 맺는 방식도 함께 바뀌어 갑니다. 이 전시가 오래 들여다보고 싶은 곳은, 변화하는 풍경 속에서도 사람을 사람 곁에 머물게 하는 힘이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하는 데에 있습니다. 서울시립미술관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개관 20주년 기념전 《사랑의 기원》은 그 자리에 사랑이라는 말을 다시 놓아 봅니다. 전시는 오래된 이야기의 원형을 빌려, 기술이 신체에 스며드는 장면에서 시작해, 기억과 망각이 뒤섞이는 강을 건너고, 낯선 세계로 돌아온 자들의 풍경을 지나, 마침내 각자의 자리에서 사랑의 의미를 다시 붙들어 보는 여정으로 구성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