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우먼: 돌봄의 제국>, 2021, 뮤직비디오와 설치, 컬러, 사운드, 12분 17초, 가변 크기.
아이사 혹슨과 버니 카닥, 캐서린 고, 테레사 보로조, 프란체스카 카사우아이(aka 필리핀 슈퍼밴드).
촬영 및 편집: 브랜든 렐루시오. 제11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제작 지원. 작가 제공
아이사 혹슨은 전세계의 호텔, 바, 카바레에서 공연하는 필리핀 이주노동 뮤지션에 영향을 받아 2019년 <필리핀 슈퍼우먼 밴드>를 결성했다. 사랑을 구하는 헌신적인 여성 화자를 내세운 팝송 <슈퍼우먼>(1989)의 가사를 여러 언어로 개사해 부르면서, 뮤직비디오와 공연 등 다양한 형식으로 그를 제시한다. 필리핀의 뮤지션 산업과 대중문화를 적극적으로 차용하는 한편, ‘나는 슈퍼우먼이 아니야’라고 노래하는 원곡의 맥락을 비틀어 국가주도의 노동자 수출 현실과 서구의 문화를 대리하는 식민주의적 상황을 꼬집는다. 신작 <슈퍼우먼: 돌봄의 제국>은 팬데믹 시대에 의료서비스업계 종사자가 국가적 영웅으로 추앙받지만, 기본적인 처우는 좌절되는 필리핀의 현실을 다룬다. 블랙핑크의 <킬 디스 러브>(2019)에서 영감을 받아 매시업한 음원과, 아이돌의 안무와 의상을 참조한 뮤직비디오 연출은 케이팝이라는 형식을 실험적으로 확장한다.
<나도 이해해...>, 2021, HD 비디오, 컬러와 흑백, 사운드, 21분
<나도 이해해...>는 팬데믹이라는 재난의 상황이 지속되고, ‘흑인의 삶도 소중하다’ 시위가 미국에서 지구 전역으로 퍼져나가는 동안 베를린에서 체류하던 작가의 생각과 경험을 서술하는 영상 작업이다. 인종차별적 상황을 비롯해 극단적인 상황에 몰린 개인들이 보이는 분노와 갈등의 양상을 관찰하면서 시작하는 작가의 내레이션은 나와 다른 입장을 지닌 타인과 연결되려는 정치적이거나 개인적인 노력의 한계와 가능성을 고민한다. 영상에는 베를린과 몇몇 도시의 시위 장면 외에도 가수이자 시민운동가로 활동했던 니나 시몬의 인터뷰 클립과 60년대 반전운동과 시민운동의 상징적인 노래를 불렀던 음악가 밥 딜런의 노래가 등장한다. 작가는 과거의 투쟁과 현재의 시민운동을 병치하면서 오늘날의 복잡한 세계에서 차이와 공감이 공존할 수 있는 방식을 섬세하게 살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