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의 자막
2021 SeMA-하나 평론상 개회
서울시립미술관 수집연구과장 전소록
안녕하십니까? 지금부터 2021년 제4회 SeMA-하나 평론상 시상식을 시작하겠습니다. 저는 사회를 맡은 서울시립미술관 수집연구과장 전소록입니다. 바쁘신 가운데 참석해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시상에 앞서 참석해주신 주요 내빈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평론상을 후원해주시는 하나금융그룹 ESG기획팀 김영주 부장님과 사회공헌팀 박성재 차장님 참석하셨습니다. 이번 평론상의 심사위원장이신 미술평론가 문혜진 선생님 참석하셨습니다. 수상자 트로피를 제작해주신 임소담 작가님 참석하셨습니다. 서울시립미술관 백지숙 관장님이십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평론상 진행을 위해 애써주신 서울시립미술관 김아영, 김진주 학예사와, 이소임 코디네이터입니다.
본격적인 시상에 앞서, 영상으로 제작한 이번 평론상의 진행경과를 보시겠습니다.
2021 SeMA-하나 평론상 소개 영상
서울시립미술관 수집연구과 코디네이터 이소임
서울시립미술관 수집연구과 학예연구사 김진주
서울시립미술관 수집연구과 이소임 코디네이터입니다. 2015년 시작한 SeMA-하나 평론상은 2021년 올해로 4회째를 맞았습니다.
서울시립미술관 수집연구과 김진주 학예연구사입니다. SeMA-하나 평론상은 서면, 심사위원 토론, 응모자 인터뷰. 이렇게 세 번의 과정에 걸쳐 이루어지고, 전 과정은 엄격히 블라인드로 진행합니다.
서울시립미술관과 하나금융그룹은 한국 미술계의 발전과 현대미술에 대한 이해를 넓히기 위해, SeMA-하나 평론상과 SeMA-하나 미디어아트 어워드으로 구성된, SeMA-하나 미술상을 제정해 공동으로 주최하고 있습니다.
SeMA-하나 평론상은 미래를 열어주는 평론, 언어의 힘이 살아 있는 평론을 지향하며, 참신하고 역량 있는 평론가를 발굴해, 한국 현대미술의 발전을 견인하고자 합니다.
SeMA-하나 평론상은 국공립 미술관으로서는 최초로 마련한, 평론가에게 수여하는 상이자 지원제도입니다.
이 상은 열린 평론상을 추구합니다. 어떠한 자격 조건에 대한 제한이나 평가 없이, 응모자가 비평적 논지를 펼치는 글과 인터뷰 역량만을 두고
수상을 결정합니다.
국내외 평론상 부문에 있어 최고로 마련된 상금과 수상 이후 수상자의 비평연구를 다년간 지원하는 본 평론상은, 비평가로서의 가능성을 가지고 비평 활동을 열망하는 이들에게 놓치지 않아야 할 순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참신하고 역량 있는 평론가를 발굴하는 것이, 생동하고 지속가능한 미술 평론의 장을 만드는 일로 이어지고, 이것이 다시, 한국 현대미술 발전을 불러온다고, 확신합니다.
시작은 2014년이었습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미술발전 후원을 표방한 하나금융그룹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SeMA-하나 미술상을 제정하여 2014년을 기점으로 짝수 해에는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미디어아트 어워드를, 2015년을 기점으로 홀수 해에는 평론상을 발표합니다.
여섯 명의 평론상 수상자는 현재 한국 미술 비평계에서 활발히 저술과 연구 활동을 펼쳐 보이고 있습니다.
2021년 8월 1일, 제4회 SeMA-하나 평론상의 공모가 서울시립미술관 홈페이지와 여러 미디어의 보도를 통해 공지되었습니다.
8월 25일까지, 27명의 응모자가 정성껏 고심 끝에 써내려 갔을 평론문 한 편씩을 이번 SeMA-하나 평론상에 응모해주었습니다.
응모작들의 주제는, 기후변화, 에이블아트, 민주주의, 타자, 윤리성, 비디오에세이, 대중문화와 같이 현재의 국내외 미술 현장과 비평적 화두를
드러내는 키워드들이 도드라졌습니다.
여러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회는 4회에 이르기까지 SeMA-하나 평론상을 가능하게 했던, 구성의 큰 축이기도 합니다.
제4회 SeMA-하나 평론상의 심사위원회도 전과 같이, 총 7명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심사 과정에서 심사위원들은 총 27편의 응모작을 두고, 주제의식, 논리전개력, 미술이론적 기반, 비평적 시각, 문체 및 문장력, 발전가능성, 참신성 등의 요소를 단계별로 심층 평가했습니다.
1차 서면심사, 2차 토론 심사를 거쳐, 3차 심사에 오를 최종 후보작을 5편으로 압축했습니다.
인터뷰는 응모자가 향후 펼치고자 하는 평론 활동의 포부와, 미술 담론·현장을 이해하는 진폭을 가늠하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인터뷰 이후, 심사위원단은 최종적으로 종합 토론을 통해 수상자를 가려냈습니다.
다각도의 토론 끝에 수상의 영광은 「‘비체적’ 정서의 내장 만지기 : 이미래의 《캐리어즈 Carriers》」라는 제목의 글을 응모한, 이연숙 님에게 돌아갔습니다.
이 글은 ‘비체(abject)’의 개념을 중심으로, 줄리아 크리스테바(Julia Kristeva), 바바라 크리드(Barbara Creed), 로잘린드 크라우스(Rosalind Krauss) 등의 이론을 경유하여, 여성·퀴어 예술가들의 작품에 담긴 물질성, 조형성, 정서를 분석하는 글입니다.
수상자에게는 상금 2천만 원이 수여되고, 더불어 임소담 작가가 제작한 주신 트로피도 수여됩니다. 올해의 트로피는 그리드로 표상되는 미술의 장, 비평의 장 위에서, 중심뿐 아니라, 그 주변부를 감각하는 손의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이 트로피가 만들어내는 이미지처럼, 오늘의 수상자, 또 내일의 비평가들이 현대미술의 지평 구석구석을 예민하게 포착하고 포용하는 평론의 세계를 담담하면서도 담대하게 보여주시길 기대합니다.
2019년부터 평론상 수상자에게는, 2년에 걸쳐 연구를 기획하고 진행할 수 있는 SeMA 비평연구 프로젝트의 기회 또한 주어지고 있습니다. SeMA 비평연구 프로젝트는 서울시립미술관이 SeMA-하나 평론상의 수상자들과 동반자적 태도로 만들어가는 지원 프로그램입니다.
2019년의 수상자 이진실, 장지한, 두 비평가가 SeMA 비평연구 프로젝트 의 이름으로 이룬 연구 성과인 두 권의 책이 오늘 시상식에 이은 한국 현대미술비평 집담회에서 선보입니다.
미술과 비평에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서울시립미술관 수집연구과장 전소록
다음은 백지숙 서울시립미술관장님의 인사 말씀이 있겠습니다.
2021 SeMA-하나 평론상 시상식 인사말
서울시립미술관장 백지숙
안녕하세요? 서울시립미술관장 백지숙입니다.
2021년 마무리로 한참 바쁘실 시기에 SeMA-하나 평론상 시상식에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올해로 4회를 맞이한 SeMA-하나 평론상은, 2015년 제1회 평론상을 시작으로 격년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19년 3회부터는 시상 이후에도 수상자의 연구와 비평 활동을 지원해 왔습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평론상을 계기로, 조용한 평론계에 모두가 함께 주목하는 순간을 만들어 왔습니다. SeMA-하나 평론상이 만들어낸 이 활력이 한국 문화계로 널리 번져나가리라 확신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제4회 SeMA-하나 평론상 수상자 선정을 축하하고 기념하는 자리입니만, 우선 수상자 축하에 앞서 SeMA-하나 평론상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지루한 심사 과정을 기다려주셨던 모든 지원자분들께 감사와 격려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번 평론상 수상자 이연숙님은 비평이라는 말이 누군가를 다치게 하는 도구가 아니라, 버려지고 상처 받은 자아 또는 타자와, 비체와 함께 함으로써 감각과 인식의 회복을 일으키는 언어가 될 수 있음을 탁월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이 상에 힘입어, 더욱 “날카롭고” 동시에 “포용력 있는” 평론 활동을 꾸준히 실천해주시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번 평론상 심사는 예년보다 긴 시간 동안 온오프라인으로 이어졌고. 미술관 안팎의 전문가들께서 모인 심사위원회는 그 기간 동안 심사의 집중력과 공정함을 지켜주셨습니다. 문혜진 심사위원장님과 김남시, 김영민, 문영민, 이임수 심사위원님께 감사드립니다.
이번 수상자에게 수여되는 평론상 상패는 난지 미술창작스튜디오 15기 입주작가인 임소담 작가께서 만들어주셨습니다. 작품과 작가, 그리고 언어적 사고를 재료로 삼아, 비평적 주장을 형성하는 평론의 과정이 그렇듯이, 상패는 흙이 불과 열기를 거쳐 형태로 바뀌는 과정을 응축하고 있다고 합니다. 제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시다시피 후원자의 역할은 미술에서 언제나 매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예술가와 미술관이 새로움과 역사라는 상반된 가치를 성공적으로 품기까지 그 옆에는 늘 든든한 후원회가 있었습니다. 평론가 옆에도, 이들이 작가와 작품을 탐구하고 비평 역량을 꽃피우기까지, 신의 관계에 놓인 후원사와 지원 프로그램이 함께 합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이 자리를 빌려 2015년부터 SeMA-하나 평론상을 위해 아낌없는 후원을 해주시는 하나금융그룹에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오늘 바쁘신 일정에도 직접 참석하여 축하 말씀을 전해주실
하나금융그룹 ESG기획팀 김영주 부장님, 그리고 함께 해주신 사회공헌팀 박성재 차장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서울시립미술관 후원회 세마인 이영혜 이사장님과 이사진 여러분,
그리고 김태성 사무국장님과 현선영 실장님께도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끝으로 까다로운 평론상 진행을 맡아 온,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부
수집연구과 김아영, 김진주 학예연구사, 이소임 코디네이터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이 모든 분들의 후원과 조력이 충실히 사용되도록 더욱 노력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서울시립미술관 수집연구과장 전소록
다음은 하나금융그룹 대표로 참석해주신 하나금융그룹 EGS기획팀 김영주 부장님의 축하 말씀이 있겠습니다.
2021 SeMA-하나 평론상 축하인사
하나금융그룹 ESG기획팀 부장 김영주
안녕하세요? 하나금융그룹 김영주 부장입니다.
먼저, SeMA-하나 평론상 시상식에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국 문화의 발전과 더불어 국내 미술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세계무대에서 한국 미술계가 차지하는 위상이 급속도로 높아지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아티스트에 대한 지원은 증가하고 있지만, 예술 활동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해주는 평론 작업과 평론가에 대한 지원은 부족하다고 들었습니다.
미술계에 대한 미술 애호가와 대중의 관심만큼, 미술 평론계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관심이 중요할 것입니다.
SeMA-하나 평론상은 한국 미술계의 성장과 더불어 미술 평론을 활성화하기 위한 수상 제도의 모범적인 선례를 제시했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올해 수상자로 선정되신 이연숙 비평가님의 수상을 축하드리고, 앞으로도 활발한 평론 활동을 펼쳐나가시기를 바라겠습니다.
하나금융그룹은 미술 평론계의 활성화가 곧 미술계 발전으로 연결되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한국 미술계에 균형 잡힌 발전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코로나의 어려운 상황에서도 온라인을 통해 소통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신 미술관 관계자 여러분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서울시립미술관 수집연구과장 전소록
다음은 이번 평론상의 심사위원장이신 미술평론가 문혜진 선생님의 심사평이 있겠습니다.
2021 SeMA-하나 평론상 시상식 심사총평
2021 SeMA-하나 평론상 심사위원장 문혜진
국공립미술관 최초이자 유일한 평론상인 SeMA-하나 평론상이 제정된 지 올해로 7년이 되었습니다. 그간 4회 SeMA-하나 평론상은 6명의 신진 평론가들을 배출하며 미술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데 중요하게 자리매김했습니다.
제4회 SeMA-하나 평론상은 총 27편의 평문을 대상으로 3차의 심사를 거쳐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응모의 경우 우열의 양 끝단에 존재하는 경우보다는 중간 범주에 자리한 경우가 대다수였습니다. 작가론과 전시론, 미술사적 분석 등 일반적인 미술비평에 해당하는 평문 외에, 주제 면에서 통상적인 미술비평의 범위를 벗어나는 원고들이 상당수 존재했다는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특정 건축가를 중심으로 한 건축 비평, 미술품 기증을 둘러싼 사회정치적 쟁점, 자연과학적 관점의 적용, 민주주의 개념에 대한 학술적 입장차, 도시 개발과 관련한 사회적 맥락 같은
학제적 시도들이 있었습니다. 이는 SeMA-하나 평론상의 인지도가 상승하면서 좁은 의미의 미술의 범위를 넘어서는 시각문화 일반에까지
비평의 범주가 확대되었음을 의미합니다.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봅니다.
심의는 서면 심사와 토론 심의, 인터뷰 심의로 진행되었습니다. 7명의 심사위원들은 글쓰기의 기본역량, 평론 역량, 발전 역량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5명의 인터뷰 대상자를 선정하였습니다. 심의 과정은 순조로운 편이었습니다. 심사위원 각자의 비평관에 따른 우선적 기준 차이는 존재했으나, 결과물로서 글의 기본적 완성도와 평론으로서의 적절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일치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인터뷰 대상자는 1차 심사 결과를 충실히 따르는 양상으로 확정되었습니다. 3차 인터뷰 심의는 제출한 평문의 의도 및 의의를 보다 명확히 파악하고 응모자의 발전 역량을 가늠하는데 방점을 두고 진행되었습니다. 3차 심의의 경우에도 심사위원 간 이견은 적었습니다. 최종 후보자로 거론된 3편의 평문은 결과적으로 1차 심의 순위와 동일하게 결정되었습니다.
치열한 경합이 벌어졌던 것은 수상자 결정이었습니다. 질적 우수함에 기반을 둔 순위 차이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지만, 최종 수상자를 몇 명으로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상당히 의견이 엇갈렸습니다. 2순위였던 두 원고가 각기 장단점이 뚜렷해 무엇이 나은가에 대해 비등하게 의견이 갈렸기 때문입니다.
긴 논의 끝에 사상 최초로 단독 수상을 의결했습니다. 1순위였던 수상자의 원고가 모든 측면에서 2순위 원고들에 비해 뛰어나다는 점에는
이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연숙의 원고는 문장의 수려함, 구성의 짜임새, 논지의 설득력과 전개 과정의 정합성, 주제의 확장 가능성, 이론에 대한 이해도 및 적용의 적절함 등 모든 측면에서 고르게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특히 글 자체에 내재된 정동과 감각적 생동감, 인터뷰에서 확인한 발전 역량과 강단이 향후 좋은 글을 생산해낼 수 있는 저력이라 판단했습니다. 수상자께 깊은 축하를 드립니다. 학제 간 경계를 가로지르는 전방위적 비평가가 되시리라 믿습니다.
동시대 미술 평단은 제도가 확장되며 물리적으로 기회가 증가했고, 시장의 측면에서도 양적으로 상당한 수요와 플랫폼들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작가 수가 증가하고 현장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비판적 거리감과 성찰이 필요한 긴 호흡의 글쓰기는 역설적으로 어려워진 측면도 있습니다. 글 쓰는 자로서 지속할 수 있는 힘은 외부의 인정보다 자기 충족성(self-sufficiency)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상자뿐 아니라 여러 응모자도 발전 가능성이 크고 어느 이상의 역량을 갖추고 있으니, 부디 지치지 말고 스스로를 인정하며 계속 나아가시기를 당부 드리고 싶습니다. 비평적 시선과 깊이는 점진적이고 누적적으로 형성됩니다. 수상자를 비롯해 응모하신 모든 분들이 그 긴 여정을 꿋꿋이 기쁘게 오랫동안 걸어서 함께 보다 나은 비평 환경을 만들 수 있는 동료가 되어주시기를 바랍니다. SeMA-하나 평론상 또한 이 여정을 함께 하며 한국미술비평의 단단한 지반으로 오랫동안 건재하길 기원합니다. 이 모든 과정을 주관하고 진행해주신 서울시립미술관의 모든 관계자분들께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서울시립미술관 수집연구과장 전소록
이어서, 올해 수상자인 이연숙님의 인터뷰 영상을 잠시 시청하시겠습니다. 수상자들이 수상글을 쓰게 된 계기를 비롯하여, 수상자들의 비평에 대한 생각, 그리고 앞으로의 다짐들이 담겨 있습니다.
2021 SeMA-하나 평론상 수상자
이연숙
비체(卑體 abject) 개념을 가지고 동시대 여성 퀴어 작가들을 호명하면서 일종의 계보를 만들고 싶었던 것 같아요. 수상작에 줄리아 크리스테바(Julia Kristeva) 개념을 많이 썼는데, 이것은 원래는 조르주 바타유(Georges Bataille)의 개념이고, ‘바타유의 개념을 보고 아마도 크리스테바가 자기 방식으로 전용한 것이다’라는 이야기들이 있어요.
비체는 모체에서 출발해요. 우리가 태어났잖아요. 우리는 태어날 때 이것저것 자궁 안에 있던 것들과 범벅이 돼서 태어나게 되는데, 성인이 돼서 우리는 토사물이나 더러운 것들을 보면서 “역겨워!” 이런 식의 원초적인 반응을 하잖아요. 그것이, 크리스테바가 볼 때는, 어렸을 때, 우리가 태아였을 때, 모체와 하나였던 어떤 그 경험을 상기시키기 때문에 즉각적으로 거부 반응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해요. 왜냐하면 ‘하나’였을 때의 그 기억을 가지고 사회적인 인간으로서 말을 하고 법을 지키고 어떤 질서를 유지하고 살아간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이미 도덕적인 인간, 사회적인 인간으로 성장했을 때는, 그런 모체를 떠올리는 것들을 우리가 원초적으로 거부하게 된다는 것이죠.
2012년부터 “퀴어방송”이라는 팟캐스트를 했어요. 거의 100회니까 100명의 퀴어 내지는 퀴어적인 존재들과 계속해서 만나고 이야기를 듣고 그들과 방송을 진행을 했어요. 어떻게든 자기 삶을 설명하려고 하는 그런 방식에서 제가 얻게 되는 소스들이 있거든요. 그런 것들에 대한 빚을 갚아야 한다는 이상한 채무감이 조금 있어요. 이런 이상한 사람들이 하는 미술, 그리고 미술뿐만이 아니고, 그림일 수도 있고, 만화일 수도 있고, 영화일 수도 있는데, ‘이런 것들을 엮어서 얘기를 해야 된다’라는 생각은 계속해서 해요.
이미래 작가하고는 원래 알던 사이이기도 하고, 굉장히 친한 친구이기도 한데, 글을 쓴다는 것이 서로 상호적인 어떤 침범이 일어나고, 그리고 이것저것 작업에 대해서 물어보면서 이전 같은 관계가 될 수 없을까봐, 이런 것들이 굉장히 두려워서 기피하려고 했었거든요.
간접적으로 우리가 서로 작품을 사이에 두고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관계를 맺을 수 있다면 가장 좋을 것 같아요. 그런 식의 관계를 저는 글로서 하게 되지 않을까요.
글 쓰면서 어려웠던 것은, 단순히 저 작품이 ‘설명하기 어려운 종류의 어떤 시각성을 가지고 있고 그것이 그로테스크해서’가 아니라는 점을 이야기하는 것이 힘들었는데요. 외면적인 어떤 그로테스크함뿐만 아니라, 그것이 어떻게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몰아적이고 경계가 없는 어떤 상태로 유도하는지, 그런 방식의 흐름을 만들고자 했었고요.
비체적인 물질이 우리로 하여금 경계 상실을 유도한다면, 비체적인 정서라는 것은 그렇게 유도된 상태겠죠. ‘어떤 몰아적이고, 다른 타자와의 경계가 굉장히 흐릿하고, 그러한 상태를 이미 이미래 작가 작업에서 좀 발견할 수 있지 않나’하는 차원에서 시도해봤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이러한 종류의 기회들, 그러니까 선생님 없이, 그리고 제도권에서 어떤 방식의 보호나, 아니면 저를 알고 선정하는 방식 없이, 이렇게 다 열린 상태에서 어떤 자격을 얻을 수 있는 것은 SeMA-하나 평론상과 같은 이런 종류의 기회가 유일하거든요.
‘사람들이 실제로 이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구나’라는 인상을 받을 수 있어서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제가 계속해서 관심 있는 분야는 부정성인데, 이 부정성이라는 부분이 사실 광범위한 것이거든요. 그것은 삶을 지속불가능하게 하는 그런 파괴적인 성향일 수도 있고, 아니면 정말 우리가 눈앞에서 치워버리고 싶은 그냥 그런 것들일 수도 있는데, 그런 것들이 사실은 삶에 굉장히 중요하고, 예술에서도 당연히 중요하겠죠. 그런 부분들을 더 연구하고 싶은데요. 문제는 아마 이것이 미술에서만 발견되는 양상은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문화적인, 만화일 수도 있고, 영화일 수도 있고, 시일 수도 있는데, 그런 분야를 좀 넓혀서 연구를 하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서울시립미술관 수집연구과장 전소록
다음은 2021년 제4회 SeMA-하나 평론상 수상자 이연숙님에 대한 시상이 있겠습니다. 시상은 하나금융그룹 ESG기획팀 김영주 부장님께서 해주시겠습니다. 이연숙님 앞으로 나와주시기 바랍니다.
이연숙님은 ‘비체(abject)’의 개념을 통해 여성·퀴어 예술가들의 작품 속 물질과 실체, 정서를 분석하는 응모작 「‘비체적’ 정서의 내장 만지기 : 이미래의 《캐리어즈 Carriers》」로 수상을 하게 되셨습니다.
SeMA-하나 평론상 수상자에게는 하나금융그룹의 후원을 통한 상금과 상패가 수여되고요, 후속 연구 활동을 지원하는 SeMA 비평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십니다. 임소담 작가님이 제작해 주신 상패 전달이 있겠습니다.
시상에 참여해 주신 하나금융그룹 ESG기획팀 김영주 부장님 감사드립니다.
그럼 이제, 수상자 이연숙님의 수상 소감을 들어보겠습니다.
2021 SeMA-하나 평론상 수상자
이연숙
안녕하세요? SeMA-하나 평론상을 수상하게 된 이연숙입니다. 저는 「‘비체적’ 정서의 내장 만지기 : 이미래의 《캐리어즈 Carriers》」라는 글을 썼습니다. 이 글에서 저는 비체 개념을 여성?퀴어 예술가들의 작품, 그 중에서도 이미래 작가의 《캐리어즈 Carriers》를 이해하는 입구로 제시하려 했습니다. 이 글로 상을 받게 되어 무척 영광입니다. 상을 받게 되어 기쁘지만, 두렵기도 합니다. 앞으로 어떤 글을 써야 제 글을 좋게 봐주신 분들을 실망시키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하고, 제가 속한 커뮤니티에 대한 말을 더 많이 해야겠다는 책임감도 감히 생깁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 보면 지금까지보다도 더 많이 공부해야 할 앞으로의 시간들이 마냥 설레지만은 않습니다. 상과 함께 저는 앞으로 2년간 지원을 받아 연구하게 됩니다. 앞으로도 떨면서 열심히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이 중계를 유튜브로 보고 계실 분들을 생각하면서 감사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이 글에 이름을 올릴 수 있도록 허락해주신 작가분들께 감사드리고, 절친한 친구이기도 한 이미래 작가에게도 고맙습니다. 글을 심사해주신 선생님들께도 매우 감사드립니다. 일터에 계실 엄마에게도 감사 전합니다.
2021 SeMA-하나 평론상 폐회
서울시립미술관 수집연구과장 전소록
이연숙님 축하드립니다. 앞으로 2년간 진행될 프로그램도 기대하겠습니다. 시상식은 이것으로 마칩니다.
이어지는 프로그램에 대해 잠시 안내말씀 드리겠습니다. 잠시 후 2시부터 SeMA-하나 평론상 기념 프로그램 한국 현대미술비평 집담회가 이어질 예정입니다. 이번 집담회는 SeMA 비평연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019년 제3회 평론상 수상자인 이진실, 장지한 비평가가 지난 2년 간 추진한 연구의 성과인 출판물을 최초로 공개하고, 서동진 문화평론가, 김화용 미술작가와 함께 대화 나누는 자리입니다. 이어지는 프로그램에도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앞으로도 SeMA-하나 평론상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리며, 이것으로 시상식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