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전시
2013 커뮤니티&리서치 / 금천예술공장, 서울
2013 적당한 사이 / space99, 서울
2012 산으로 가는 배 / space99, 서울
2012 낭만의순간 / 플레이스막, 서울
2011 만안의기억-오래된 미래 (보통의시간) / 스톤앤워터, 안양
2011 소셜뮤지움 / 스페이스빔, 인천
2011 SNAP / AG Gallery, 서울
2010 다름이 아니라 / 커뮤니티스페이스 리트머스, 안산
2010 천국보다 낯선 / 커뮤니트스페이스 리트머스, 안산
관계를 그리는 단계별 운동법
김진희 (미술이론)
pre-step. 시작하기에 앞서서
아직은 날이 그다지 뜨겁지 않았던 여름 초입에 KKHH의 근희씨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요는 새로운 작업에 대해서 글을 써달라는 것이었는데, 나에겐 그것이 느긋하면서도 어딘가 불안한, 목적지를 알 수 없는 여행에 합류해 달라는 것처럼 들렸다. 그래서 애초에 그들의 작업에 대해 글을 쓰려고 마음먹으면서 마치 전지적 작가 시점에 있는 화자보다는 바로 옆에서 지켜보는 동행자의 시점으로 그들의 작업을 따라가 보고 싶었다. 그들의 여정을 함께하며 나의 눈과 심상으로 그 자체를 기록해 보는 것. 그것이 얼마나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 역시 불안한 마음과 흔들리는 손으로 그것을 그려보려 했다. 마치 나만의 또 다른 작업인 양.
step 1. 준비자세
먼저 최초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제일 처음 그들의 작업에 대해 기억하는 장면은 원곡동이라 불리는 안산 한 구석 동네에 위치한 지하 전시실의 한 풍경이었다. 노출 콘크리트에 덥고 습한 장방형의 공간 한 켠에 어딘가 후줄근하면서도 제멋대로 생긴 조형물들이 가지런히 모아져 있었다. 그 뒤로 나오는 영상에서는 적외선 카메라로 촬영된 듯 초록색 눈빛을 반짝이는 두 여자의 날랜 몸짓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들은 지도를 펴들고 확인한 후 무언가를 트럭에 싣고 있었다. 어딘가 긴박감이 넘치는 장면들은 하룻밤 동안 그들이 한 도둑질을 기록한 것이었다. 그리고 가지런히 그러모은 제멋대로 생긴 조형물들은 길가에 세워져 제 할 일을 하다 밤의 그늘 속에서 그들에게 포획된 장물이었다.
그 뒤로도 그들은 어딘가 불법적인 모양새를 띄는 일들을 계속 했었던 것 같다. 유원지에서 남들이 하는 이야기를 몰래 수집한 감청 <보통의 시간/2011>, 어떤 남자 K의 인터넷 정보를 추적하여 현실세계에서 맞닥뜨리고자 벌인 스토킹 , 버려진 공터라고 하지만 누군가의 사유지거나 공유지일 곳에 들어가서 자신들의 작업을 무단으로 상영한 것 <낭만의 순간/2012>(이건 무단침입? 혹은 내용에 따라 풍기문란?) 등등. 이들은 집요하게 일상의 편린들을 그러모으고, 그것을 어떤 체로 걸러 몇 개의 반짝이는 돌과 같은 말과 풍경들을 헤아리다가, 어떤 모양들로 그것을 가지런히 세워두곤 그것이 다시 세상이란 바람 속에서 흩어지게끔 방사해 버린다. 그들은 모든 것을 열심히, 치밀하게 쫓고 붙잡으려는 듯 행하다가, 장난스럽고 소소하게 일을 치르곤 결국에는 허랑하게 쥐었던 것들을 놓아버린다.
이런 짤막한 의식과 같은 일련의 수행들은, 목적을 향해 나아가며 열심히 삶을 꾸리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왜 이렇게 살고 있지?’ ‘왜 그렇게 열심히?’란 질문에 쓸쓸한 얼굴이 되어버리고 마는, 평범한 일상의 쳇바퀴에 탄 누군가 내뱉는 탄식 혹은 주절거림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 어쩌면 이사람들이 하는 일들이 그런 질문 자체라고 느껴졌다. ‘무엇 때문에, 어디를 그렇게 열심히 가시나요?’
step 2. 심호흡
금천예술공장 2층에 있는 KKHH의 작업실이다. 근희씨의 전화를 받은 후 구경도 할 겸, 이야기도 들을 겸 찾아온 것이다. 그런데 여기는 올 때마다 마치 병원 같다고 느껴진다. 희고 깔끔한 벽과 진동 없이 가라앉은 무색무취의 공기 때문인 것 같다. 작업실과 방이 섞여있는 느슨한 실내의 조용한 공기 속에서 가만히 앉아 이야기를 듣는다.
KKHH는 어떤 체조를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일을 하는 사람들이 평소에 취하는 어떤 모션 혹은 제스처 이런 것들을 모아 춤이 아닌 어떤 몸의 움직임들의 집합을 만들어 보고자 한다며 그에 대한 워크숍 계획을 풀어놓는다. 언뜻 머릿속에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았다.
잠깐 먹먹해진 나는 이들의 작업을 본지가 좀 되었다고 생각하며 이해를 방해하는 간극을 채우기 위해 그간의 작업들을 좀 보고 들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대만에서 진행한 ‘운’을 따라간 작업과 예전에 보았던 작업들을 다시 보고 듣고, 그리고 이들이 좋다고 여긴 몇 가지 작업들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그러한 이야기 속 행간에서, 그리고 작업에서 어딘가 예전처럼 불법적이고 짓궂은 기운은 살짝 사그라졌지만, 여전히 사람들로부터 발화되는 무언가를 쫒으려 서성이는 모습이 보였다. 한 편 예전에는 주로 어떤 개인 혹은 몇 명의 사람들의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를 포착하고 그 순간을 담으려 했다면 그것이 형성되는 관계망이나 사회적인 관습들에게로 점점 시선이 옮겨지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그에 대해 가시화하는 방식을 달리하고자 하지만 여전히 그것이 어떤 ‘언어’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한 표현이라고 보기 어려운, 어떤 마음이나 몸체를 싸고 있지만 그것이 투명하게 드러나기보다 그 위에 어떤 옷과 같은 언어. 그리고 이들은 그 옷 위의 무늬나 주름들을 뚫어져라 보면서 그것이 드러내거나 혹은 감추는 것을 읽어보려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 것 같았다.
step 3. 몸 풀기
63빌딩을 등지고 한강을 옆에 낀 채 걸어내려 가다가, 이렇게 멀지는 않을 텐데 하며 휴대폰으로 안내장을 다시 확인해 본다. 역시 너무 내려왔다. 전화를 걸어서 위치를 확인한다.
KKHH는 작업의 방향을 조금 바꾸어, 사람들의 관계와 관련된 어떤 어구, 제스처를 끌어내고 이를 어떤 동작으로 만드는 워크숍을 이곳, 이촌 지구의 한 풀밭에서 피크닉 형식으로 연다고 했다. 하지만 근방 100m 어디에도 피크닉다운 분위기를 풍기는 무리들은 없다. 농구대를 찾아오라는 말에 주변을 돌아보다 나무 아래 노란색 무언가가 보여 그쪽으로 발길을 돌리니 그제야 노란 천위에 삼삼오오 앉아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알음알음으로 모여든 이 무리는 어색하게 각자에 대해 소개를 하고 잠깐씩은 유쾌하게 웃으며 깊고도 얕은 이야기들의 꼬리를 물었다. 여러 이야기가 오갔지만 관계에 대한 이야기나 몸짓에 대해서는 잠깐씩 이야기를 하다가도 침묵에 빠져들었고, 결국 이번 눈치 게임에서 1을 부른 사람은 없었다.
가끔씩 불어오는 습한 바람 속에서 주위가 어둑해 지는 사이 사람들은 어색함에 익숙해져 가고 있었다. 마치 지하철 안에서 낯모르는 사람들이 여름날 짧은 옷차림 때문에 맨살끼리 부딪혀버린, 어색한 기분 속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포기하고 살을 맞닿은 채 각자의 목적지까지 서로에게 기대어 가는 것처럼. 어떻게 보면 이렇게 일시적이고 어색한 관계들이 꽤 익숙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기묘하게 편안한 기분에 빠져들었다.
step 4. 본 동작. 팔다리 다음 몸통
오랜만에 걸려온 근희씨 전화 속 목소리가 밝다. 다시 워크숍 날짜가 정해졌다고 했다. 그 사이에 금천에서 학생들과 한 워크숍에서 몇 가지 방법들을 시험하고 사람들을 다시 모아 워크숍을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작업의 모양이 갖춰지고 있는 것 같았다.
학생들과 한 워크숍이 궁금하다하니 영상을 볼 수 있는 곳을 알려주었는데, 학생들치고는 담담한 듯 정갈한 연기와 단문으로 써낸 글이 썩 멋들어져 보였다. 말과 말이 얽히듯 설킨 전선을 조심스럽게 건너가며 내뱉는 한 구절과 그들이 ‘말’을 새긴 라이트박스를 들고 서있는 모습이 꽤 시적이다. 근희씨는 이렇게 학생들과 한 워크숍이 작업의 방향을 잡아가는 데 영향을 주었다고 했는데,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본 작업에 버금가게 학생들과 한 워크숍은 전체 프로젝트에서 중요한 축을 담당했다고 여겨진다. 제한된 공간과 구성원이란 조건 때문에 작업은 조금 더 집중력을 갖게 된 것 같았고 그들이 과거에 수행한 언어 발견 작업이 몸의 발화로 이어지는데 하나의 형식적 실험으로써 가교가 만들어 진 것 같았다.
워크숍 본편의 장소는 독산유수지였다.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는 파란 바깥과 달리 유수지 아래는 어두컴컴하고 습했다. 바닥은 물기와 진흙으로 질척거렸고 가끔 불어오는 바람에는 비린 흙냄새와 날벌레가 섞여있었다. 주황색 불빛이 벽을 비추는 구석에, 전혀 관계가 없는 8명의 군상이 스포트라이트를 마주하고 듬성듬성 서 있거나 배회하고 있었다. 그들은 어떤 행동과 말을 반복하고 있었는데 그것은 그들이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 낸 어구와, 그에 상응하는 어떤 몸짓이었다. 몇 번의 연습 끝에 카메라의 불이 켜지자 사람들은 각자의 자리에 선 채 조각상처럼 미동도 하지 않았다. 마치 다비드의 역사화에 그려진 사람들처럼 딱딱하고 비장해 보이기까지 한 얼굴들, 그 얼굴 아래 2013년 한국 여느 거리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옷차림이 이 공간과 그들의 몸 위에 오히려 낯설 만큼 어색하게 걸쳐져 있었다.
누군가 갑자기 한숨을 내뱉듯이 대사를 읊으며 한 발자국을 떼어놓았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스칠 듯 다가가자 서있던 사람은 마치 숨이 불어넣어진 듯 몸을 움직이며 그만의 대사를 읊는다. 그렇게 하나 둘 마치 전구에 불이 켜지듯 움직임이 시작되고, 스칠 때 마다 한사람이 다른 한사람을 잡거나 세우거나, 기대며 둘만의 춤을 춘다. 그리고 이것은 각자의 대사와 제스처에 따라 여러 경우의 수를 만들면서 점점 커다란 군무를 이뤄간다. 대사와 몸짓은 반복되지만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문맥에 놓여진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건 이 군무가 전혀 예상할 수 없는 동선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누가 말을 시작할지 누구에게 다가갈지 알 수 없는 채로 이어진다. 매끄럽게 계산된 것처럼 움직이는 것 같지만 동선이 점차 복잡해 질 때쯤 조심스러운 발걸음은 좀 더 조심스럽게 되며 서로 부딪치지 않으려는, 서로가 서로를 발견할 때 주고받는 눈빛과 눈치, 붙잡아 세울 때 손길에서 느껴지는 찰나의 머뭇거림과 얌전한 몸짓이 끊임없이 연습해도 언제나 익숙해 지지 않는 관계의 속성, 막연한 상대성을 떠올리게 한다. 적정함이나 기준이란 무엇인지, 측량할 수 없는 그것. 참여자들은 이 워크숍을 시작하기 전에 컵에 물을 적정하게 따르는 하나의 워크숍을 거쳤다고 하는데, 그러한 적정성의 애매함처럼 약속된 행위들 속의 적절함도 접촉의 찰나 속에서 애매하고 위태하게 균형을 맞춰가고 있다. 망치지 않으려 하는 조심스러움과 배려 속에서. 마치 우리가 매일 만나거나 혹은 처음 보는 누군가와 그러하듯이.
시간이 지나며 참여자들의 얼굴, 팔과 다리가 땀과 습기로 번들거린다. 계속해서 반복되며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관계의 운동은 누군가가 발길을 멈추면서 서서히 잦아들다가 전부다 멈춰버리게 된다. 영화 <폴록>에서 작업이 언제 끝나는 줄 아느냐는 누군가의 질문에 당신은 사랑이 언제 끝나는 줄 아느냐고 되묻던 에드 해리스의 무심한 얼굴이 떠오른다. 그렇게 예측 불가한 순간에 당연한 듯 하나의 운동, 춤, 연극, 관계는 끝을 맞는다.
step 5. 마무리, 스트레칭하며 다시 심호흡, 정지.
끝없이 반복될 것 같은 무의미한 몸짓이 끝날 무렵 기둥 위에 앉아있던 비둘기가 펄럭이며 그 위를 날아갔다. 그 너머로 사람들이 만들어낸 그림자가 물기와 먼지로 더러워진 회색 콘크리트 벽 위로 일렁거렸다. 마치 동굴 같다고 생각했을 때, 플라톤의 ‘동굴의 우화’를 그린 삽화가 떠올랐다. 그러면서 나카자와 신이치가 『예술인류학』에서 인류가 마음을 발견한 과정을 약술한 것이 떠올랐다. 그리고 언어를 만들게 된 순간도.
10만 년 전 신인(新人)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출현하는데 이들의 특이점 중 하나는 어두컴컴한 동굴 속으로 들어가 어떤 종교적이거나 예술적이라 불릴만한 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특히 그 곳에서 자기 마음의 내면세계를 들여다보며 내면의 세계가 확대되어 가는 경험을 했다. 그러면서 마음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어떤 작용이 일어났고 이런 작용이 생명체 안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이룬 ‘유동체’ 때문에 인간이 다른 생명체와 구별되는 점인 ‘망상’이 생긴다. 망상이란 그에 따르면 ‘마음의 내면에서 생각한 것과 외부 세계의 현실 사이에서 대응 관계를 발견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하며, ‘머릿속에 발생하는 이미지나 사고가 과잉 상태가 되어 외부 세계에서 대응물을 찾을 수 없게 된 상태’를 말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자신의 감각기관이 포착하는 외부 세계의 현실과 마음속에 일어나는 움직임을 되도록 맞추려는 것도 일어나는데 이렇게 현실과 마음의 작용을 대응시키는 사영 관계가 종교나 예술과 같은 형이상학적 세계를 일구도록 한다. 이러한 환상성의 세계를 토대로 인간은 이미지를 만들지만 동시에 그러한 이미지를 토대로 실제 세계를 살아가며 다른 사람의 마음 역시 추측하고 그에 조응하며 원만한 관계를 만들고자 한다.
폭발적인 이미지를 제어하며 사물을 합리적으로 이해하고 외부의 현실과 충돌이 별로 없는 대응 관계를 형성하고 그를 통해 합리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세계를 사회관계를 만들어 것. 이것이 자신의 세계를 다른 사람의 세계와 맞추어 나가는 타협의 과정이며, 사회화의 과정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이 마음의 활동을 심층으로 가라앉히며 행동하는 사이에 나타나는 것이 언어라는 것으로 표현된다. 그리고 그것이 인간 세계를 이루는 구조로 작용하는 것이다. 인류학의 시작은 언어로부터 출발해서 그 구조의 합리성을 통해 인간 활동 기저에 내포된 어떤 방법론을 추론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발전했다. 이런 면에서 마음이라는 인간의 본성과 그를 다스리며 하나의 전체 안에서 조화로운 구조를 형성하는 움직임은 거의 동시에 태어나며 인간을 앞으로 나아가게도 주저하게도 만들면서 인간사라는 복잡한 무늬와 그림을 그려낸다.
관계 안의 문법을 읽으려는 KKHH의 작업 속에서는 인간의 이러한 본성과 관습 안의 반복적이고도 간절한 움직임에 대해 다시금 그를 표현하고 사영하려는 다른 차원의 ‘표현’을 엿볼 수 있다. 과거의 예술이 인간의 원천적인 마음의 움직임을 터뜨리며 문법 이전의 상태, 이미지를 투영했다면 지금의 예술은 그러한 본질과 사회적 관계 안의 긴장까지 의식하며 어떤 구조 자체를 표현하고자 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또는 심지어 어떤 구조 자체가 마음의 모양을 결정하는 역전적 상황을 의식하며 그에 주목한다. 표현은 이미지로 나타나지만 이제는 스스로가 생각하는 방식, 그를 표현하는 문법과 그를 통해 생겨난 언어와 행동거지, 표현법을 하나의 대상으로 생각하며 마음과 그로부터 발화되는 소리를 함께 담아내보려 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마음이라는 유동체가 고착되는 과정의 질서를 추출하여 보여주고, 그 안의 반복적인 움직임, 운동들을 살펴보며 우리 시대의 마음과 언어, 본질과 구조 사이의 관계와 그것이 절묘하게 혹은 어긋나게 교호하는 순간을 묘사한다.
그들의 작업은 분명히 일상의 자잘한 편린을 소재로 하거나 작업의 출발점으로 삼지만 점차적으로 그것이 생겨나는 모양새, 그것이 출발하는 어떤 구조적 상태를 넌지시 비춤으로써 우리를 둘러싼 일상의 구조를 찾아가고 있다고 여겨진다. 그리고 약간의 일정한 법칙을 통해 가시화함으로써 우리에게 그 구조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또한 그러한 구조 안에서 생겨나는 행동이나 상황, 말 속, 그 이면에 감추어지고 눌려진 마음의 구겨진 주름들을 생각하게 만든다. 그 때문인지 그들의 작업에서 나타나는 담담한 움직임이나 말투 속에서는 아련한 감정들이 미약하게 풍긴다. 잊을 수 없는 마음의 냄새들이 정련된 움직임 속에서 비뚜름하게 나타났다 사라진다. 가끔은 차라리 잊어버리고 싶은 이런 걸 보여주는 이런 예술가들. 고약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고맙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 또한 어딘가 애매해져 버리는 마음이다.
서울시립미술관(Seoul Museum of Art. SeMA)은 2008년부터 역량있는 신진작가들에게 전시장 대관료, 홍보 및 인쇄비, 작품 재료비, 전시컨설팅 등을 지원해 왔습니다. 2016년부터는 유망기획자까지 지원의 폭을 확대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역량 있는 신진미술인들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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