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시민큐레이터
소개

재수를 감수하며 미술대학에 들어갔지만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 방황하며 덧없이 20대를 보냈다. 그러던 중 결혼을 하고 미술교육 관련 일에 몸담았지만 그것 또한 나의 길이 맞는 것인지 고민하면서 30대를 맞이했다. 그렇게 고민으로 시작된 30대에 광고 에이전시, 인터넷 신문사, 유아교육 프랜차이즈 업체 등에서 다양한 일을 접하면서 다시 교육의 길로 돌아왔고 교육 중에서도 미술교육이야말로 앞으로 우리나라가 세계 속에서 버틸 수 있는 콘텐츠라는 믿음을 가지고 살고 있는 40대가 지금 내 모습이다.


앞으로 갤러리를 운영하면서 내가 몸담고 있는 협회의 전시회를 나의 갤러리에서 열고 싶고, 재능을 갖고 있는 젊은 신진 작가들의 전시회를 지원해 주고 싶은 소망이 있다. 그러던 중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날아온 '시민큐레이터 양성과정' 교육 안내 메일은 나의 눈을 번쩍 뜨게 한 아이템이었고, 영화감독 친구를 꼬드겨 같이 신청을 했다. 하지만 그 친구는 수강을 포기했고, 나는 수요일 금요일 본업의 강의를 끝내자마자 점심도 못 먹고 헐레벌떡 미술관으로 뛰어 들어와 교육을 받았다. 그러기에 중도에 지각을 한다거나 결석을 하는 등 수업에 불성실할 수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온 맘을 다해 강의해 주신 강사님들과 배움의 열정으로 가득한 수강생들 덕분에 즐거운 마음으로 빠지지 않고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그중 몇몇 교수님들께는 팬심을 담아 메일을 보내기도 하였다)


나보다 훨씬 미술과 큐레이터에 대한 갈망으로 똘똘 뭉친 분들이 많았음에도 나의 전시기획서가 통과되어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전시회를 열게 된 것은 큰 행운이며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 주어진 짧은 기간 안에 작가를 10명 섭외하여 순조롭게 진행하고, 도록까지 무사하게 나오게 된 것은 내 힘으로만 된 것이 아니라 많은 분들의 도움과 하나님의 은혜로 비롯된 것이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된 오프닝 파티에서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의 도슨트가 되어 설명할 때는 이전에 몰랐던 그 작가에 대해 알게 된 부분도 있고 가슴이 뭉클한 순간도 있었다. 그다지 많이 홍보하지 못함에도 워크숍에 많은 인원이 참석하여 강의를 듣고 소중한 체험을 나눈 것 또한 내 인생에 잊지 못할 일이다. 참여하신 분들이 문자로 또는 각자의 SNS, 블로그에 워크숍에 대한 좋은 평을 써주시고, 어떤 아이들은 집에 가서 다시 한 번 해보겠다며 재료를 사서 작품을 다섯 개나 더 만들었다는 피드백이 왔을 때 '잘 했구나'하는 보람을 느끼게 되었다. 갤러리가 조금 외진 데에 있어 관람객이 너무 없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하루 종일 심심하지 않게 방문해 주시는 분들께 감사했고, 워크숍도 제대로 신청을 못 받아 정확한 인원 파악이 힘들었는데도 오다가다 들르신 분들이 체험하겠다고 들러주시고, 할머니와 손자 손녀, 부부, 모녀 등 다양한 연령층이 특강에 동감하고 체험 활동에 기뻐함에 또한 감사했다.


이제 바라는 바가 있다면 실마리전이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방법으로든지 2회, 3회 이어져 가서 많은 시민들의 참여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 지금 그 방법을 고민 중이며 여러 기업에게 후원 요청을 보내는 중이다. 그리고 나도 이 실마리전을 소재로 하여 학교 특강에도 이용하고 큐레이터 교육 커리큘럼도 계획해 보려고 한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진행하게 된 2015 실마리전이 나에게도 새로운 기회와 목표를 갖게 되는 실마리가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