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운성컬렉션은 작가 한운성의 판화 세계를 집약적으로 보여줍니다. 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한 한운성은 드로잉, 회화, 판화의 매체언어를 교차시키며 형상과 재현의 관계를 탐구해 온 작가입니다. 그는 1960년대 리놀륨판화와 목판화 제작을 시작으로 판화에 대한 관심을 키워 왔습니다. 1973년 미국 타일러 미술대학 대학원에서 판화를 전공하며 동판화, 석판화, 세리그래프 등 다양한 판화기법을 실험했습니다. 1988년에는 문교부 해외파견 연구 교수로 선정되어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롱비치캠퍼스에서 사진판화를 연구했습니다. 또한 2000년대 이후부터는 컴퓨터 프로세싱을 통해 디지털 이미지를 판화에 도입하며 동시대 판화의 다양한 가능성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2023년 한운성은 1960년대부터 2000년대에 이르는 판화 작품 195점을 서울시립미술관에 기증했습니다. 본 컬렉션은 목판화, 동판화, 석판화, 세리그래프, 사진판화, 디지털 판화 등 다양한 매체와 기법의 판화들로 구성되며, ‘변신’, ‘거인’, ‘받침목’, ‘신호등’, ‘매듭’, ‘과일채집’ 등 일상 사물을 매개로 현실 상황을 들여다본 주요 시리즈로 구성됩니다. 한운성 판화컬렉션은 형상과 표현, 주제와 매체의 관계가 변화해 온 양상을 응축해 보여줍니다. 나아가 한국 현대미술의 주요 화두가 작가의 판화 실험 속에서 어떻게 수용·변형되었는지를 드러내며, 한국 현대 판화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입니다.
한운성은 1946년 서울에서 출생하여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1970) 및 동 대학원(1972)을 졸업한 뒤, 1973년 미국 템플대학교 타일러 미술대학 대학원에서 판화를 전공했습니다. 그는 회화와 판화를 넘나들며 1980년 제2회 《동아미술제》 판화 부문 대상, 1981년 제3회 《서울국제판화비엔날레》 대상을 수상하는 등 활발한 작품 활동을 전개해 왔습니다. 1978년에는 판화 기법서 『판화세계』를 출간하고, 1996년부터 1998년까지 한국현대판화가협회 회장으로 재임하며 판화의 개념과 제도를 정립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1970년대 덕성여자대학교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강의했고, 1982년부터 2012년까지 서울대학교 서양화과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 양성에 힘썼습니다. 작가로서는 1973년 첫 개인전 《한운성도미(渡美)기념전》(신세계화랑, 서울)을 시작으로 20여 회의 개인전을 개최했고 2011년 그의 작품세계를 총 망라한 회고전 《한운성-한운성 교수 정년퇴임기념전》(서울대학교미술관, 서울)을 열었습니다. 또한, 형상과 재현의 문제를 고민하며 1986년 《현·상》(관훈미술관, 서울), 1987년 《레알리떼 서울》(아르꼬스모미술관, 서울)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하였습니다. 주요 저서로는 『환쟁이송(頌)』(태학사2006), 공저 『그림과 현실』(태학사, 2018)이 있고, 카탈로그 레조네 『한운성』(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11)이 발간되었습니다. 드로잉, 회화, 판화에 이어 디지털 이미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형상과 재현 논리의 관계를 탐구해 온 그는 현재 용인의 작업실에서 꾸준한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