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SeMA)은 유엔난민기구(UNHCR), 제일기획과의 공동협력으로 국내외 난민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제고하는 <보이지 않는 사람들>전을 개최한다.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는 소박한 명제에서 출발한 이 전시는 전 세계 3천 5백만 명, 국내 350여명에 이르는 난민들이 고국(고향)을 떠나 난민으로 살아가고 있는 현실에 대한 이야기이며, 3D 미니어처 등의 최신의 테크놀로지를 통해 우리의 관심 밖에 있는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보게 만드는 전시이다.
우리에게 다소 생소할 수 있는 난민의 정의는 “인종, 종교, 정치, 사상 등의 차이로 인한 박해를 피해 국적국 밖에 있는 자로서,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공포로 인하여 국적국의 보호를 받는 것을 원하지 아니하는 자”를 가리킨다. 2014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난민은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거나 나와는 거리가 먼 얘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불과 반세기 전에 우리도
한국전쟁으로 인해 수많은 난민이 발생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대한민국을 찾아오는 난민들의 숫자 역시 계속해서 늘고 있다. 이들은 한국을 ‘반기문 UN사무총장의 나라’ ‘인권국가’로 인식하며 희망을 품고 이곳을 찾는다. 2013년 11월 말 기준, 6,4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대한민국 정부에 난민신청을 하였으며, 이 중 350명 가량이 난민으로 인정받아 한국에 거주하고 있다. 최근에는 새터민(탈북민)들이 또 하나의 이슈가 되고 있다. 난민은 우리 곁에 가까이 있지만 보이지 않는 존재인 것이다.
이 전시를 위해 실제의 난민들, 국내 거주 난민들과 아프리카 니제르 현지 난민 캠프 방문을 통해 찍은 영상으로 한 뼘 크기의 3D 미니어처를 제작하고, 이들 개개인의 실제 스토리를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미술관 곳곳에서 만나게 한다. 계단, 창틀, 화장실 선반 등 미술관 곳곳의 틈새공간을 활용하여 수십 개의 난민 3D미니어처들을 설치하고, 각 미니어처에 QR코드/NFC코드를 입력해서 관람객들이 자신의 핸드폰으로 접속하면 이들 개개인의 리얼 스토리 영상을 들어볼 수 있다. 또 공식 SNS로 연결되며 직접 응원의 메시지를 보낼 수 있게 된다.
물론 예상치 못한 장소와 작은 크기 때문에 난민들은 사람들의 눈에 쉽게 띄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한 두 명이라도 난민을 발견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이들은 더 이상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잘 보이는 사람들이 될 것이다. 세상을 따뜻하게 하는 테크놀로지를 통해 이 전시는 보이지 않는 난민과의 소통을 시도하면 그들은 비로소 우리 앞에 드러나고 우리가 이미 수많은 난민들과 함께 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