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2005)은 조습의 2005년 개인전 《묻지마》에서 선보인 작품으로, ‘
한국전쟁’이 연상시키는 가난하고 고달픈 민중 이미지의 전형을 보여준다. 그는 당시 작업에서 해방 이후부터 2000년 사이 매스컴을 통해 부각된 주요 사건이나 인물들을 풍자적으로 재해석했다. 작가가 비틀고자 하는 것은 과거 군사 문화와 가부장제의 결합에 의해서 탄생된 것들로, 다분히 주입식으로 만들어진 일종의 ‘캐릭터’들이다. 작가 자신이 등장해 사건과 인물을 희화함으로써 은근하게 한국 사회 폐부를 찌르는 표현들은 마치 정치 풍자 코미디 프로그램처럼 사람들로 하여금 실소와 동시에 씁쓸함을 자아낸다. 관객을 도발하는 이와 같은 사진들은 국가에 의해 전략적으로 만들어진 ‘캐릭터’를 무너뜨리고 사람들의 고정된 인식을 뒤바꾸려는 작가의 기획을 바탕으로 한다.
조습(1975- )은 1999년 경원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2001년에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2001년 《명랑교 첫 부흥회 “난 명랑을 보았네!”》(한국문화예술진흥원 인사미술공간, 서울), 2005년 《묻지마》(대안공간 풀, 서울), 2010년 《컨테이너》(카즈, 오사카, 일본), 2014년 《어부들》(갤러리 조선, 서울), 2015년 《바보들의 배》(조습마씨, 제주), 2019년 《망望》(상업화랑, 서울) 등 개인전을 열었고, 1999년 《행복한 푸른―자기에 대한 자동기술》(대안공간 풀, 서울), 2002년 《현장―2002 로컬컵》(쌈지스페이스, 서울), 2007년 《민중의 고동―한국미술의 리얼리즘 1945-2005》(후쿠오카 아시아 미술관 등, 후쿠오카 등, 일본), 2010년 《긍지의 날》(아트스페이스 풀, 서울), 2019년 《간식행사를 넘어》(서울시립미술관 세마창고, 서울), 2020년 《시대를 보는 눈: 한국의 근현대미술》(국립현대미술관, 과천) 등 단체전에 참여했다. 2005년 문화관광체육부 제13회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과 2017년 제16회 우민미술상을 수상했다.
조습은 한국 근현대사의 역사적인 순간들, 또는 사회·정치적으로 이슈가 된 장면들을 비롯해 한국 사회의 부조리함을 희화해 사진으로 담아낸다. 이른바 연출사진에 해당하는 그의 작업은 종종 날카로운 풍자와 코믹한 재현 사이를 오간다. 대표적인 예로 1987년 민주화운동 당시 최루탄에 머리를 맞아 피 흘리고 있는 이한열 열사의 사진을 2002년 한일 월드컵 시점으로 치환해 패러디한 <습이를 살려내라>(2002)가 있다. 그는 이처럼 한국의 과거와 현재의 사건, 상황, 인물들을 참조하면서 역사와 사회가 개인에게 부과한 역할 및 정체성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해왔다. 이는 작가가 작업 초기부터 제기해온 ‘민중’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과 갈등에서 비롯되었다. 작가의 이러한 관심사는 국가 제도와 기득권의 폭력과 야만에 저항하는 한편 때로는 수동적이면서 기회주의적이기도 한 다양한 인간 군상을 드러내는 작업으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