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19세기 폴 고갱의 작품과 21세기 현대미술작품이 만나는 이색적인 전시를 마련하였다. 폴 고갱은 대표적인 후기인상주의 화가로 상징주의, 종합주의 등의 탈인상주의 화풍을 탄생시키며 스스로 인상주의의 종말을 고하였던 급진적인 예술가였다. 모더니티(근대성)의 포문을 열었던 그의 화풍은 야수주의, 표현주의, 입체주의, 추상주의 등 20세기 미술의 탄생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고, 21세기 오늘날의
시각예술에도 폴 고갱이 남긴 상징주의적, 종합주의적 태도는 지속되고 있다.
본 전시를 통하여 서울시립미술관은 고갱 작품과 그 이후 현대미술작품을 접목시키며 ‘고갱 재해석’을 시도했다. 고갱의 독특한 미술사적 양식을 재조명함과 동시에 그의 작품에 면면히 흐르는 정신성에 전시의 초점을 두며 21세기 현대미술작품과 어우러지게 구성하였다. 고갱 예술의 특징을 양분하는 브르타뉴(Bretagne)와 폴리네시아(Polynesia)시기는 '설교 후의 환상' '황색 그리스도'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무엇인가, 어디로 가는가'등 고갱의 3대 걸작을 통하여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다. 마르코 브람빌라를 비롯한 6인의 현대미술작가들은 그들의 작품을 통하여 예술적 언어와 추구하는 정신이 고갱의 상징성과 급진성 이라는 유전인자를 공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대미술작품의 시각적인 개입이 고갱이 추구하던 ‘낙원’의 의미를 다채롭게 해석해 볼 수 있는 흥미로운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고갱은 오랜 방랑과 고된 삶으로 인해서 작품을 그리 많이 남기지 못했고, 그나마 있는 작품들 조차 세계 도처에 뿔뿔이 흩어져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점에서 본 전시는 고갱 3대 걸작과 함께 '황색 그리스도가 있는 자화상' '타히티의
여인들' '파아 이헤이헤 타히티 목가'등 60여점의 진귀한 고갱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관람포인트
이번 고갱 전시의 특징은?
고갱이 살던 19세기의 정서와 21세기 오늘날의 정서가 만나는 독특한 경험의 장을 제시하고자 본 전시를 마련하였다. 해외 전시에서도 자주 만나보기 어려운 고갱의 주요 작품들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인지도 있는 현대작가들의 작품이 한자리에 모여 미술사적 시공을 확장하고 관람객의 경험을 증폭시키게 된다. 고갱의 마스터피스들과 마르코 브람빌라(Marco Brambilla), 라샤드 뉴섬(Rashaad Newsome), 양푸동(Yang Fudong)과 같은 현대 작가들의 깊이 있는 작품들이 함께 전시됨으로써 고갱을 19세기 작가로 이해함과 동시에 오늘날의 시각으로도 경험할 수 있다. 즉 고갱은 과거의 예술가로만 남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 예술가들과 연결선상에서 아직도 영향력을 행사하는 거대한 존재인 것이다. ‘포스트뮤지엄’의 기치 하에 동시대 현대미술을 전문적으로 선보이고 문화예술의 담론을 형성하고 있는 서울시립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통하여 21세기의 시각에서 ‘고갱 재해석’을 시도해 보고자 한다.
관람객이 주목할 만한 고갱 작품은?
이번에 전시될 세 점의 고갱 작품에 주목해 주시기 바란다. '황색 그리스도',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갈 것인가?', '설교 후의 환상' 이렇게 세 점이다. 이밖에도 프랑스의 브르타뉴에서 5년간 지낼 때 그린 작품들과 타히티에서 10 여년간 머물며 그려낸 진귀한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다. 페인팅뿐만 아니라 드로잉과 조각 작품 등 총 60여점의 고갱 작품이 전시될 예정이다.
고갱 작품의 의미와 중요성은 무엇인가?
고갱 작품의 현대적 감각은 19세기 말 당시 매우 혁신적인 것이었다. 르네상스의 고전주의 화풍에 익숙해 있던 사람들은 아마 고갱의 작품을 처음 대하고 아주 당황스러워했을 것이다. 고갱 작품에는 원근법이 보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모나리자를 그렸을 때처럼 스푸마토(Sfumato)기법에 의한 질감이나 양감도 느껴지지도 않으며, 색채 또한 이치에 맞지 않게 수시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물은 평평하게 그려지고 외곽선은 색채를 가두어 버리려는 듯 강하고 짙은 선으로 단단히 마무리 되고, 색채는 현실계에 도무지 존재할 것 같지 않은 색들이 화면의 아무데서나 사용되고 있고, 그 당시 사람들이 보아오던 페인팅의 개념과는 너무도 다른 양식이 고갱에게서 나타났던 것이다. 그의 색채는 상징주의적 색채라고 명명되고, 그의 스타일은 작가의 주체성과 개성을 드러낸 양식이라 불리우게 되었다. 고갱은 예술에 있어서 현대성(Modernity)이라는 포문을 열었던 진취적인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