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A 벙커 B1 전시실
2022.11.01~2022.11.16
무료
도예, 사진, 설치, 영상, 회화
시민큐레이터
장자현, 전지홍, 정수, 최희수
서울시립미술관
송희진 02-2124-8945
《긴, 빈 꼬리, 희박하게 가끔 빛》은 서로 다른 세계를 맞닿게 하는 일에 실패할 것을 알면서도 여전히 희망하며, 성긴 연결의 빛을 빚어내는 전시입니다.
전시는 SeMA벙커를 지구 안쪽으로 패어 있는 땅의 꼬리로 바라보며 어두운 자리에 희박한 빛이 내려앉은 찰나의 풍경을 펼쳐냅니다. 중심에서 벗어나 있던 꼬리의 세계는 빛이 투과하는 순간 비로소 선명해지고 제 움직임을 퍼뜨려갑니다. 이 움직임은 옅은 신호가 되어 세계 바깥의 세계, 세계 뒤쪽의 세계로 연결되는 길을 틔워내며 안과 밖, 앞과 뒤의 경계를 흩트립니다.
그러나 전시는 시선 바깥에 있던 세계를 비추는 동시에 존재들이 겹쳐지는 순간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어긋남에 주목합니다. 정수는 빗나가며 틈을 만드는 방식으로 찾아오는 낯선 세계에 대한 작업을 선보입니다. 전지홍은 표지되지 않아 잊히는 존재들을 매번 다르게 감각하며 생동하고 변화하는 길을 그려냅니다. 장자현은 흙을 매개로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를 헤아리면서 재현의 문제에 섬세하게 접근하고, 최희수는 뒤섞이는 사물의 초상 사진을 통해 응시의 주체를 뒤집기를 시도합니다. 이를 통해 전시는 각자의 세계가 정확히 포개어질 수 있다는 믿음을 가장한 덫을 넘어 오해와 오차에 기대어서만이 가능해지는 관계를 풀어냅니다.
저기 옅은 신호가 점멸하고 있습니다. 인식의 장 밖에 있던 꼬리 달린 존재들이 보내는 것입니다. 타자를 대상화하는 일을 멈추고 자신과 동일시하는 일에 실패해야만 비로소 나 아닌 존재와 함께할 수 있다는 태도로 보기의 방식을 달리하기를 요청받은 당신, 인식의 장 밖에 있었던 꼬리의 세계와 꼬리 달린 존재들이 발하는 빛들을 만나기를, 그리고 당신에게도 부드러운 꼬리가 너울거리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기를 기대합니다.
SeMA 벙커는 서울시의 오래된 미래 유산입니다. 1970년대 군사 정권 시절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벙커는 2005년 여의도 환승센터 건립을 위한 현지 조사 중 발견되었고, 이후 미술 공간으로 탈바꿈했습니다.
한국 근현대사의 질곡을 상징하는 이 시설에서는 역사 갤러리 특별전과 더불어 공간의 미학적 특성과 장소성을 반영한 프로젝트를 선보입니다.(전경사진: ⓒ Kim YongKwan)
서울시립미술관은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시민큐레이터 프로그램을 운영하였습니다. 미술과 전시에 관심과 열의가 있는 시민을 대상으로 시민큐레이터 양성 교육을 진행하고, 수료생 중 10명의 시민큐레이터를 선발하여 전시 기획과 전시 공간을 지원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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