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
2006 성균관대학교 일반대학원 서양화 전공 졸업
2003 성균관대학교 예술학부 미술학과 졸업
개인전
2019 《눈의 소리》, SeMA 창고, 서울
2015 《어떤 시간, 어떤 장소》, PS 333, 금천예술공장, 서울
2013 《수집된 이야기의 풍경: 상도동》, Hal 할 Project, 스페이스 매스, 서울
2009 《원서동》, 인사미술공간, 서울
2008 《Project apt-tour in S.J.P.J》, Bureau Touristique, 퀘백, 캐나다
2006 《아파트 관광》, 브레인팩토리, 서울
주요 단체전
2016 《꽃, 함축의 시간》, 서울-북경 예술가 교류 공동전시, 서울역사박물관, 서울
《2016 청년미술프로젝트》, 엑스코, 대구
《장소와 각주》, 금천예술공장 오픈스튜디오, 서울
2015 《신용산》, 북서울미술관, 서울
《Real DMZ Project》, 철원 동송읍, 철원 / 아트선재센터, 서울
기금
2019 서울시립미술관 신진미술인 전시지원 프로그램
2013 호주 노마딕 레지던시 프로그램 지원사업
2009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인사미술공간 전시지원사업
2008 에스트-노흐-에스트(Est-Nord-Est), 퀘벡 예술위원회, 캐나다 예술위원회
레지던시
2015 스페이스 매스 레지던시
2014 금천예술공장
2013 호주 노마딕 레지던시, 호주
2011 솔로몬 아티스트 레지던시
2008 에스트 노흐 에스트(Est-Nord-Est) 레지던시, 캐나다
www.shinjisun.com
눈의 소리
SeMA 창고
2019.8.2. - 2019.8.21.
이설희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사람들이 보입니다; 그런데 나무가 걸어다니는 것처럼 보입니다”
마가복음 8장의 한 구절이다. 예수가 벳세다의 눈먼 사람을 고치는 이야기로 구성되는 이 구절(8:22-26)은 영적인 체험을 통해 시력을 회복하는 한 사람의 경험담이 그려진다. 치유를 받은 눈먼 사람의 시야에 처음 보인 것은 사람들이었으나, 더 정확하게는 나무가 걸어다니는 것 같은 모습의 사람들이었다. 그 후 거듭된 치유를 통해 그의 시력은 회복되어 모든 것을 분명하게 볼 수 있게 된다. 눈먼 사람에게 단 한번에 사람이 (나무가 아닌) 사람으로 보였더라면, 그가 사람들이 “나무가 걸어다니는 것”처럼 보였던 과정을 겪지 못했더라면, 당연시되어 온 기존 인식의 틈(in between)을 발견할 수 있었을까?
신지선은 《눈의 소리 Sound of Eyes》(SeMA 창고, 2019)에서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바라보는 미래의 이야기를, ‘눈’의 역사에 반추하여 그간 수집, 기록하고 정리했던 아카이브를 근저로 재가공한 작품을 선보였다. 이 전시 역시 기존 작업 방식과
마찬가지로 개인의 관찰에서부터 출발하지만, 그 귀결점에서는 상상적 시도가 가미되는 형식을 취한다.1 작가 개인의 관찰에서 시작한 탐사가 장소, 환경, 그리고 문화, 역사와 같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며, 그러한 것들이 상호 보완적으로 구축된 토대 위에 서 있는 우리를 확장된 해석이 가능한 출구로 안내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신지선의 작업 방식은 구체적인 장소에서 컬렉팅한 이야기를 선택, 채록, 관찰, 정리, 분석, 질문, (재)해석하는 것을 기본 프레임으로 삼고 있다.
특히, 작가는 사전 리서치의 일환으로 출간한 『미래를 보는 미아리고개』(2015)2를 통해 이번 전시의 개념을 형성하고 그 가능성을 모색해왔다. 그 결과물인 《눈의 소리 Sound of Eyes》는 서울 미아리고개 주변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맹인 역학사의 삶과 맹인독경에 관해 축적해 온 사료를 각기 다른 모습으로 등장시킨 전시이다. 두 개의 공간으로 나누어진 전시장에서 처음 대면하는 우주 형상의 그림 〈벌어진 8각의 지팡이〉와 이들을 마주하는 드로잉들은 작가가 관련 도큐멘테이션을 모두 소화한 뒤 자신의 필터와 프레임으로 걸러 만든, 다소 상상적이지만 추측가능할 법한 세계의 현현처럼 보인다. 8가지의 점괘를 만들어내는 산통은 미래를 점칠 때 사용되는 오브제로, 현세와 염원하는 세계 사이에 위치한 매개물이다. 작가는 이러한 산통이 열리면서 물리/정신적 차원의 경계가 사라져 융합하는 과정을 상상의 드로잉으로 환원한 것이다.
아울러, 살펴 본 평면 작업의 레퍼런스를 읽을 수 있는 아카이브 작업이 같은 공간에 함께 전시된다. 현재에 서서 미아리 점성촌의 역사를 추적하여 맹인 역학사들의 삶과 문화를 반추해 본 〈미래를 보는 사람들〉과 보다 거시적 차원에서 눈의 역사를 접근한 〈눈의 시간〉이 그것이다. 〈눈의 시간〉에서는 서구의 역사에서 채집한 다양한 눈의 도상과 이미지들이 반복 재생된다. 본다는 것에 절대적인 의미를 부여했던 고대 그리스인의 눈에 대한 개념으로부터 태양, 정의, 성상, 주체, 욕망, 죽음, 상상, 과학, 기술, 기호 등으로 해석되며 존재해 온 눈의 역사를 환기시키는데, 이는 시선(eye)과 응시(gaze)의 구조 속에서 주체와 타자의 관계로 설정되어 왔던 눈의 실재 모습을 재확인하게 한다.
전시장 마지막 공간에 다다르면, 사운드를 동반한 큰 스크린에 상영되는 영상 작업을 만난다. 이 작품은 ‘영 (靈)으로 세상을 보는 맹인 역학사들이 무엇으로 영(靈) 을 보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되었다. 그들은 ‘봄’이라는 물리적 행동에서 배제된 내면의 눈으로 우리가 사물을 지각하고 이해하는 방식을 넘어선 세계를 구축한다. 이성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그 세계는 시각과 청각, 주체와 객체, 서양과 동양, 성경과 독경, 과거와 미래, 실체와 초현실의 중간 어디 즈음 위치할 것 같다. 이와 같은 상상을 동반한 추측과 도큐멘테이션, 개인에 대한 기록과 이야기, 여러 레퍼런스를 통해 수집한 시각물 등이 상호 침투하여 〈눈의 소리〉에서 가시화된다. 이는 보지 못하는 사람들의 세계를 보는 자들의 시간과 역사를 통해 새롭게 돌아보는 시도에 다름 아니다
모든 보이는 것 배후에는 보이지 않는, 아울러 보여질 수 없었던 개인/사회적, 또는 역사와 문화의 내적 맥락들이 얽혀 있다. 신지선의 ‘눈’이 향하는 곳은 바로 그 표피적인 눈감음 속에 침잠해있는 보이지 않는 것들을 상상의 ‘소리’ 를 통해 소환해보는 지점에 있다. 그 ‘눈의 소리’가 공명하는 울림의 편차들은 작가가 정리한 아카이브와 레퍼런스의 읽기를 통해 다양한 층위로 쌓일 것이다. 이 작업은 우리에게 점성촌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영(靈)으로 세상을 보는 맹인 역학사들의 시선을 마주하게 할 것이며, 이 모든 여정의 출발점에 자리한 맹인독경을 통해서는 한국의 개화기와 근대화, 지금의 시대에 내장된 의미론적 구성요소를 과거, 현재, 전-미래(future anterior)의 타임라인 안에서 상상해보고 유연하게 조립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가 보고 지각하는 현재 상태의 구심점을 축으로 파생되는 ‘틈’에 위치한 신지선의 작업은 보는 이에게 ‘먼저 온 미래’로 건너갈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며, 그 가능성이 가진 감응력이 이루어지는 틈으로 다시 우리를 위치시킨다. 눈을 감고 이 순환의 구조를 따라 맴돌 때 새롭게 관찰되는 것과 더불어 이미 본 적 있는 망막의 기억으로부터 누락된 편린들의 만남과 이별이 교차, 반복하는 이 여정을 통해 우리들이 가진 감각의 확장을 모색해보며, 또 다른 새로운 가능성이 페이드 인아웃(fade in/out)을 반복하는 스크린 위에 혹은 그 경계선 상에서 구현되길 기대한다.
서울시립미술관(Seoul Museum of Art. SeMA)은 2008년부터 역량있는 신진작가들에게 전시장 대관료, 홍보 및 인쇄비, 작품 재료비, 전시컨설팅 등을 지원해 왔습니다. 2016년부터는 유망기획자까지 지원의 폭을 확대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역량 있는 신진미술인들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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