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시민큐레이터
소개

학교에 가고 수업을 듣고 주어진 과제를 하며 한국의 흔한 대학생으로서의 나날을 보냈던 것 같다. 3학년 2학기 때 교양강의에서 미술사 강의를 듣기 전까지 나는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흘러가는 대로 살았다. 강의를 들으면서, 처음으로 '공부라는 게 재밌구나'라는 것을 느꼈고 그 후 닥치는 대로 미술 관련 책을 읽고 전시회를 다녔다. 좋은 전시가 있다면 어디든 가서 보았고 하얗고 깨끗한 공간 안에서 작품과 이야기하면 복잡했던 머릿속이 정리되는 느낌이 들어 너무 좋았다. 미술관에서 언젠가 나도 멋진 큐레이터가 되면, 어떤 전시를 기획해야 할까 이런저런 행복한 상상을 늘 해왔다. 큐레이터가 되기 위해 어떻게든 미술관의 업무를 어깨너머에서라도 배워보려 국내 큰 미술관의 문화행사에 참여하기도 하고 여러 강의도 듣고, 책도 읽고 갤러리에서 인턴으로도 일해 보기도 했다. 하지만 진짜 미술관의 실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어떤 과정으로 전시회가 만들어지는지를 배워보고 싶던 나는 이런 과정들을 항상 책으로만 접해야 한다는 게 아쉬웠다. 그러던 중 시립미술관  홈페이지에서 시민큐레이터라는 교육 행사를 보고 바로 지원을 하게 되었고, 운 좋게 강의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시민큐레이터 교육을 통해서 전시를 만드는 다양한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은 나에게 너무나 소중했고, 평소 동경해 왔던 강사님들도 만나게 되어 영광스러운 시간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강의를 듣고, 마침내 최종 10인으로 선정되는 믿기지 않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느낀 점은 아직 갈 길이 너무나도 먼 한낱 어린아이에 불과하구나 하는 점이었다. 평소 미술관을 다니면서 이런저런 주제로 전시회를 열면 재밌겠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막상 실행에 옮겨 진짜 전시를 기획하려니 머릿속이 깜깜해졌다. 그래서 나는 지금 나의 상황에 맞는, 지금 내 나이에만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관객에게 전달하고 싶었다. 나와 같이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20대들을 위로하고 함께 힘내자고 이야기해 주기 위해 이번 전시 주제를 20대의 이야기로 정하게 되었다.


주어진 기회를 이용해 정말 멋진 전시를 만들고 싶은 마음만 앞섰던 탓에 실수도 많이 했고, 부족하고 모자란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주변에 많은 분들이 도와주었고 내 전시를 위해 도움 주시는 많은 분들 때문에 전시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전시가 끝난 후엔 준비과정에서 조금 더 세심하게 하나하나 챙기지 못했던 점, 혼자 예민해져서 감정에 휘둘렸던 점들은 많은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나는 이번 전시를 기획함으로써 큐레이터의 첫발을 내디뎠다고 믿고 있다. 전시 준비가 많이 힘들고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얼마나 뿌듯한지, 관객들이 내가 기획한 전시를 보며, 또 내가 쓴 글을 보며 공감하는 과정이 나에겐 영원히 잊히지 않을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전시의 메시지의 벽에 부착되었던 멘트대로 나는 앞으로 최고의 큐레이터가 되기 위해 "매일매일 존나 버티는" 자세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누구보다 많이 경험하고 배울 것이다.


2011 마산제일여자고등학교 졸업
2015 상명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졸업
      > 홍익대학교 예술기획학과 재학 중

      > 시민큐레이터 1기 S.O.S 展 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