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갗의 사건>(2015-17)은 남녀의 애정관계의 장면을 묘사함으로써 관계가 주는 불안의
그림자를 담아낸 작품이다. 제목에서 드러나듯, 화면에는 남녀의 입맞춤, 여성의 가슴 등 남녀의 성적 관계를 암시하는 장면들이 그려져 있으며, 그것은 달콤함보다는 불안감을 동반하는 정서를 나타내고 있다. 주체가 아닌 남성 시선의 객체가 된 여성의 몸은
고등어의 작품에서 파편화된 충격적인 이미지로 그려졌다. 그녀는 작품에서 남녀의 육체적 관계에 대해 “주체가 타자와 가장 극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관계이자, 타자의 신체와 나의 신체를 온 힘을 다해 경험하는. 그렇기에 언제나 불안을 동반하는 관계”임을 표현하고자 했다. 이는 나의 신체가 다른 신체가 될 수 있는 ‘내일의 신체’로 이어지며, 불안과 극복의 정서가 교차함을 보여준다.
고등어(1984- )는 숙명여자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중퇴하였다. 2008년 《웃는다, 빨간 고요》(소굴갤러리, 서울), 2014년 《노동요 vol.1 웨이트리스_생존의 풍경》(갤러리SUKKARA, 서울), 2015년 《불안의 순정》(코너아트스페이스, 서울), 2017년 《살갗의 사건》(소마미술관 드로잉센터, 서울)에서 개인전을 개최하였다. 2008년 《2008 젊은 모색》(국립현대미술관, 서울), 2009년 《Asian young artists 3인전》(금산갤러리, 도쿄, 일본), 2014년 《SECRET ACTION》(토탈미술관, 서울), 2016년 《괘념미술》(인천아트플랫폼, 2016) 등의 단체전에 참여하였다. 2012년 『BAROQUE PORNO. VOL2. 불안한 마음 드로잉 북』을 출간하였으며, 2010년 국립고양레지던시, 2016-17년 인천아트플랫폼에 참여하였다.
고등어는 섹스와 노동이라는 인간의 두 가지 행위를 작업의 주요 소재로 삼는다. 그녀는 남녀 간 애정을 나누는 행위를 통해 경험하는 우리의 신체와 그 신체가 짊어진 불안에 대해 드로잉을 비롯한 다양한 매체로 형상화하는 작업을 보여준다.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심리치료를 목적으로 그림을 시작했던 그녀에게 자신의 내밀한 경험과 이야기는 작품의 주요 소재가 된다. 자신이 거식증을 앓으며 느꼈던 고통의 경험이 묻어난 <올랭피아의 구토>(2008)로 국립현대미술관 《젊은 모색》전에 참여한 것이 본격적인 작가 활동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다. 고등어는 남성 중심적인 사회 통념의 제물이 되어버린 여성들의 상처를 드러내면서도 여성의 신체와 욕구를 긍정한다. 한편 그녀는 작가 활동을 하면서 자신의 직업이었던 웨이트리스를 주제로 2014년 <노동요> 프로젝트를 시작하였다. 노동자들의 생존의 풍경을 통해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구조의 실체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작품이다. 그녀는 개인의 이야기에서 출발하여, 사회의 시스템과 욕망에 대한 탐구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