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02>(2010)은 <수성십경(水聲十景)> 시리즈 중 한 작품으로, 겸재 정선이 인왕산 아래 수성동의 산수를 화폭에 담은 <수성동도(水聲洞圖)>에서 제목을 착안하였다. 그러나
장민승은 유려한 자연의 경치가 아니라 철거 직전의 빈 아파트 내부에서 바라보는 관점에 주목하여, 인왕산 계곡 인근에 아파트 9개 동 91세대
중 10세대를 선별하고 10가지 풍경(十景)을 촬영하였다. 옛 지명 수성동에서 현재 옥인동으로 바뀐 이 지역의 옥인시민아파트는 자연공원으로 조성하기 위해 2009년부터 철거가 진행 중이었는데, 삶의 흔적이 사라진 텅 빈 주거공간에는 인위적인 자연의 양식을 재현하려 했던 내부 벽지와 내장재들이 미처 제거되지 못한 채 남아 있다. 창문 너머로는 실제 인왕산의 모습과 중첩되면서 지나간 세월의 흔적과 빈 공간이 자아내는 쓸쓸한 정경이 외부 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섬세하게 구성된 회화적인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장민승(1979- )은 2004년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조소학과를 졸업하고 2012년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10년 《수성십경(水聲十景): In between times》(아트라운지 디방, 서울), 《A multi-culture 다문화》(원앤제이갤러리, 서울), 2014년 《가구팔자(家具八字) hidden track》(스페이스 윌링앤딜링, 서울), 2016년 《입석부근(立石附近)》(플랫폼-L, 서울) 등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작곡가 정재일과 미디어 아티스트 그룹을 결성하여 2011년 《spheres part I: MAP》(문래예술공장, 서울), 2012년 《The Moments》(원앤제이갤러리, 서울), 2014년 《상림(上林》(온라인 홈페이지 및 어플리케이션 공개) 등을 선보였다. 2006년 Korean Design Award 제품부문 올해의 영디자이너로 선정되었으며, 2014년 제15회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을 수상한 바 있다.
장민승은 사진가, 미디어아티스트, 영화음악가, 영화감독, 가구디자이너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작업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그는 작업 초창기에 가구를 제작하면서 개인과 사회의 특성이 공간과 가구에 반영된다는 사실에 주목하였고, 이내 유사한 작업 태도로 사진 작업을 시작하였다. 20여개국의 주한대사 집무실 정경을 촬영한
, 아파트 철거 풍경을 기록한 <수성십경(水聲十景)> 등 정치와 사회의 일면을 드러내는 공간을 포착하는 사진 시리즈를 이어가고 있다. 한편, 2011년부터 작곡가 정재일과 함께 영상, 음악, 애플리케이션이 통합된 미디어 아티스트 그룹을 결성하여 공간과 음악을 엮는 작업을 시도하며 (2011-2014), (2012), (2014) 등을 선보였다. 특정 장소에 깃든 사회·문화적 의미와 맥락에 주목하는 장민승 작가는 시공간적 체험을 자아낼 수 있는 작업을 탐구하며 다양한 매체를 넘나드는 예술의 방식을 실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