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1>(1982)은 수도승의 도상을 통해 이상적 세계에 대한 절대적 염원을 그린
안성금의 초기작으로, 강렬한 표현력이 응집된 작품이다. 거칠고 짙은 필과 먹의 운용으로 묘사된 승려는 손에는 염주를 들고 가부좌를 튼 자세로 안정감 있는 모습이며 굳건한 내재적 힘이 느껴진다. 작가에 의하면 이는 특정 종교로 대변되기보다, 고뇌하는 참구도자의 한 전형을 제시한 것이다. “나는 육안으로 보지 않고 심안(心眼)으로 본다. 그러므로 나의 작업은 예술 자체에 대한 질문이나 유희가 아니라, 나의 고뇌와 수고를 동반하고 심안으로 보여진 인간세계에 대한 나의 증언이며 고백이다.”(작가의 말) 즉 고승의 도상은 암울한 시대에 홀로 고뇌하는 구도자의 강인한 정신력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며 나아가
현세를 사는 인간이 ‘깨어있는 의식’으로 세상을 보기를 바라는 작가의 염원인 것이다.
안성금(1958- )은 홍익대학교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수여받았다. 1983년 관훈미술관(서울), 1985년 갤러리 큐(Gallery Q, 도쿄, 일본), 1990년 《음(音)의 비젼》(갤러리 루카스, Gallery Lucas, 간디아, 스페인/벨가르드 문화원, Casa De Cultura, 벨가르드, 스페인), 1995년 《Buddha Sound》(더 메이어 갤러리, The Mayor Gallery, 런던, 영국/박영덕 화랑, 서울), 2001년 《戰時中·展示中》(가나아트센터, 서울) 등의 개인전을 열었다. 1990년 《소리를 위한 만짐》(아폴로하우스, Het Apollohuis, 아인호벤, 네덜란드), 1994년 《나의 어머니의 초상》(프랑스 에코스문화원, Institut Francais D’Ecosse, 에든버러, 스코틀랜드), 2000년《예술과 인권》(광주비엔날레, 광주), 2001년 《1980년대 리얼리즘과 그 시대》(가나아트센터, 서울), 2016년 《앤솔러지》(서울시립미술관, 서울) 등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1985년 일본에서 동경전 대상을 수상했다.
인간 사회와 문화에 대한 고찰을 해 온 작가는 1980년대 초반 수도하는 승려나 고통 받는 일반 대중의 모습에 주목한 <인물화> 시리즈를 제작했다. 이후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관세음보살을 표현한 <소리> 시리즈를 발표했고, 귀국 후에는 부처상을 부숴버리는 <부처> 시리즈와 퍼포먼스를 발표하였다. 1990년대 중반 이후에는 보다 구체적으로 현실을 비판하기 시작하며 <악몽>(2000), <세계화>(2000) 등의 작품을 발표했는데, 이는 무분별하게 발전하는 자본주의 사회를 비판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