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습관적 열정〉(2009)은 뉴욕의 양키 스타디움을 상징하는 조형물을 박물관의 유물처럼 좌대 위에 올려 보여주는 영상설치 작품이다. 전작들처럼 빈틈없이 꽉 들어 찬 군중이나 스펙터클한 웅장함을 보여주는 대신, 작가는 텅 빈 경기장을 제시하면서 군중의 문제에서 그들을 지배하는 사회 시스템으로 초점을 옮겼다. 선수들의 속도와 파워, 관중의 환호성으로 가득 차있었을 경기장은 비워져 몇 명의 사람들이 느리게 걸어가는 사이로 경찰차가 헤드라이트를 비추며 지나가고, 그 모습 속에는 보이지 않는 긴장과 숨겨진 감시의 시선이 느껴진다. 경기장의 긴장감 도는 공간을 들여다보는 관람자 역시 그 중 한 시선일 수 있다. 작가는 침묵과 긴장감을 통해 감시와 통제의 불안한 사회 시스템을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으로 뮌은 제9회 송은미술대상전에서 대상을 받았다.
뮌(Mioon)은 김민선(1972- )과 최문선(1972- )으로 구성된 아티스트 듀오이다. 김민선은 1997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를 졸업하고, 2003년 뒤셀도르프 미술대학(Kunstakademie Dusseldorf), 2005년 쾰른 미디어 예술대학(Academy of Media Arts Cologne)의 연구과정을 졸업하였다. 최문선은 2004년 뒤셀도르프 미술대학(Kunstakademie Dusseldorf)에서 석사를 졸업하였다. 이들은 2001년에 그룹 ‘뮌’을 결성하고 공동 작업을 시작하였다. 2004년 독일 Wilhelm Fabry 예술상, 2005년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젊은 미디어 예술가상, 2006년 독일 컴퓨터 예술상, 2009년 제9회 송은미술대상 대상을 수상하였다. 국립현대미술관 창동레지던시, 가나아틀리에, 뉴욕 ISCP, 경기창작센터 등 국내외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였다.
뮌은 사진, 영상, 설치작업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군중’ 혹은 ‘대중’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표현해왔다. 김민선은 주체적인 존재와 수동적인 존재와의 관계를 다룬 조각 오브제 작업을, 최문선은 관광객을 주제로 사진작업을 진행했는데, 함께 공동 작업을 시작하면서 영상 설치, 인터렉티브 설치 작업 등 매체의 영역을 확대해나갔다. 독일 유학 시기 유럽과 한국을 비교해보며 문화적 차이를 인식한 뮌은 사회 자체를 작업의 주제로 확장하여 사회를 구성하는 ‘대중’ 혹은 ‘군중’, 그리고 이들 주변의 시스템을 작품으로 해석하였다. 초창기에는 한국 사회에서 드러나는 ‘집단성’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며 사회 구조 속에서 ‘집단화된 군중’이 움직이게 되는 원인과 방향을 보여주는 작업들을 제작하였다. 2000년대 초반 거시적인 관점에서 ‘군중’의 속성과 양상을 해석했던 뮌은 2008년 <관객의 방백> 이후 거시적인 군중보다는 군중 안의 개인, 그 개인을 둘러싸고 있는 시스템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군중’을 이루고 있는 개인들의 역사, 상황, 관계를 고찰한 뮌은 이전 ‘군중’의 개념을 ‘공공’으로 확장하여 다양한 유형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 공동체의 모습들을 통해서 공공영역에서 공동체가 작동되고 존속되는 상황을 다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