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 형태―연단 1〉(2011)은 작가가 생각하는 주관적인 ‘공공성’을 반영하는 기념물을 간단한 드로잉과 설명문으로 제안한 공공미술 프로젝트 〈퍼블릭 블랭크(Public Blank)〉(2006―8)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 작품에서는 길거리나 공공장소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종이박스를 브론즈로 캐스팅하여 불안정한 구조로 쌓아올리고 기능할 수 없는 마이크와 함께 설치하여, 제 역할을 할 수 없는 비현실적인 연단으로 조성하였다. 공공장소에서의 발언을 목적으로 하는 연단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 이 일상적이고 일회적인 재료들로 구성된 기념물은 ‘연설’이라는 기능이 제거된 상징적인 오브제로만 남는다. 이를 통해 동시대 미술에서 주목하는 공공성, 공공미술, 공공기념물이라는 주제에 관하여 의문을 제기하고 새로운 시사점을 제공한다.
김홍석(1964― )은 1987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를 졸업하고, 1996년 독일 뒤셀도르프 쿤스트아카데미를 졸업하였다. 2004년 〈Cosmo Vitale〉(레드캣갤러리, 로스앤젤레스), 2008년 〈In through the outdoor〉(국제갤러리), 2010년 〈Antithesis of Boundaries〉(티나킴갤러리, 뉴욕), 2011년 〈평범한 이방인〉(아트선재센터), 2013년 〈좋은 노동 나쁜 미술〉(플라토) 등 개인전을 개최하였으며, 2007년 〈All about Laughter〉(모리미술관, 도쿄), 2008년 〈The Fifth Floor〉(테이트리버풀, 리버풀), 2008년 제3회 광저우 트리엔날레, 2008년 제3회 난징트리엔날레, 2010년 〈Your Bright Future: 12 Contemporary Artists from Korea〉(로스앤젤레스 카운티미술관) 등 단체전에 참여하였다. 2012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후보에 올랐다. 현재 상명대학교 공연 영상미술학부 공간연출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김홍석은 조각, 설치, 퍼포먼스, 영상 등 매체에 구애받지 않는 다양한 작업 활동을 해왔다. 이를 통해서 특정 사조나 작가를 패러디하거나 작품제작과 유통과정의 이면을 노출하는 방식으로 그 권위를 사멸시키는 작업을 선보였다. 또한 인지의 과정에서 혼동을 주는 다양한 장치를 삽입하여, 사회적으로 인식된 일률적인 의미 체계를 해체하고 새로운 의미의 생산이 가능한 지점을 탐구하고자 한다. 그리하여 모더니즘 이후 제도권 미술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졌던 원본성, 독창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작가, 작품, 전시장(미술관)을 권좌에서 끌어내리고, 미술계 안에서 구성되는 역동적이고 유기적인 개인 간의 관계 자체에 주목하는 작업을 지속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