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품과 미술연구 / SeMA 소장품
청산청경, 1980, 김기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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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작연도 1980
  • 재료/기법 종이에 수묵담채
  • 작품규격 88×145.5cm
  • 액자규격 115.5×173cm
  • 관리번호 2000-138
  • 전시상태 비전시
작품설명
<청산청경>(1980)은 김기창이 1970년대에 진채가 아닌 수묵담채로 그린 청록산수화들 중 하나이다. 미술평론가 오광수는 이러한 장식적 산수화들이 “종래의 풍속도적 시각의 산수이지만, 기법적인 면에서 바보산수로 자연스럽게 변주된 것”이라 보고 있다. 화면의 반 이상은 청록색의 산으로 표현되어 있고, 중경은 대담하게 생략되어 원경과 근경으로만 이루어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일명 바보산수는 1976년 개인전에 처음 발표해서 1980년대 초까지 민화적 기법과 풍속화적 요소를 가미하여 소박하고 풍류적 산수화의 세계를 보여주었다. 근경은 폭포나 개울가의 목동과 소, 혹은 빨래하는 여인들, 농악패들이 줄지어가는 장면들이 주로 등장한다. <청산청경>의 경우도 이러한 청록산수의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다. 원경은 청록색의 산이 있고, 중경은 안개로 싸여있으며 근경에는 두 목동이 소를 끌고 개울을 건너고 있는 여름날의 풍경이다.

김기창(1914-2001, 호 운보雲甫)은 승동보통학교를 졸업한 후 1930년 당대 최고의 채색화가로 이름을 떨치던 이당 김은호 문하에서 그림을 익히기 시작했다. 1931년 제10회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입선한 후 1933-36년 제12-15회 조선미술전람회에 연달아 입선했다. 1937-40년 제16-19회 조선미술전람회에서 4회 연속 특선을 차지하면서 추천작가로 선정되었다. 1967년 신문회관(서울), 1971년 뉴욕 헌팅턴 현대미술관(뉴욕, 미국), 1978년 국립현대미술관(과천), 2002년 덕수궁미술관(서울) 등에서 개인전과 초대전을 가졌다. 또한 1947년 삼월백화점 화랑(서울), 1965년 《초청 부부전》(오벨리스크 화랑, 워싱턴 DC, 미국) 등 부인 박래현과 다수의 부부전을 개최했다. 주요 단체전으로는 1957년 《백양회 창립회원전》(화신화랑, 서울), 1963년 《상파울로 비엔날레》(상파울로, 브라질), 1972년 《한국 근대미술 60년전》(국립현대미술관, 과천) 등 국내외에서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1957년 동양화의 현대화를 주창하는 백양회를 창립하여 초대 회장을 맡았고 홍익대학교와 수도여자사범대학에서 교수를 역임했다. 1982-83년 제1-2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 1986년 예술원 정회원 등으로 활동했고 3.1 문화상, 대한민국 은관 문화훈장, 국민훈장 모란장, 대한민국 예술원상, 의제 허백련 예술상 등을 수상했다. 김기창은 전통적인 동양화 기법에 자신만의 독특한 화법과 전통적인 소재를 결합하여 한국 전통 회화의 현대화를 이끈 작가다. 다양한 기법과 표현을 전 시기에 걸쳐 작품에 구현했다는 점에서 시기를 명확하게 구분하기는 어렵지만, 미술평론가 최병식에 따르면 김기창의 작품세계는 크게 4단계로 나눌 수 있다. 학습시기(1930-44)와 예술세계의 형성시기(1945-51), 전개시기(1952-75), 운보화풍 시기(1975-2001)이다. 학습시기에는 일본식 동양화에 영향을 받아 구상적이고 사실적인 세필의 채색화를 주로 작업했다. 광복 이후 김기창은 일본 화풍을 극복하고자 노력했는데 오광수는 이 시기 작품에 대해 “힘에 넘치는 필세와 수묵의 간결한 표현”이 특징이라고 평했다. 1952-75년은 김기창의 독특한 화풍이 시작되는 시기로 입체주의에 영향을 받아 화면의 분할이 이루어졌고 추상에 대한 실험을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소, 엿장수 등 전통적인 소재에 대한 관심을 이어나갔고 농묵과 담묵의 변화를 다채롭게 사용하면서 동양화의 현대화를 시도했다. 특히 1963년 이후에는 다수의 해외 전시를 개최하게 되면서 전통적인 풍경화부터 완전 추상화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작품을 제작했다. 1976년 이후로는 독특한 해학성과 자유로움이 표현되어 스스로 ‘바보화풍’이라고 부른 작품이 본격적으로 제작된 시기다. 한국적인 소재를 바탕으로 일반적인 원근법이나 정형화된 기법을 완전히 뛰어넘어 김기창만의 독특한 조형세계를 완성한 시기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