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지아트쇼의 마지막 전시인 '난지도 플럭스'는 난지10기 입주작가들 중 이곳 작업 공간을 둘러싼 특유의 환경과 상황을 소재 삼아 작업을 풀어 가는 5명의 작가들로 구성되어있다. 5명의 작가들은 난지 라는 지역(place)을 주제, 소재, 의미로 삼아 각자 레지던시 이전 작업들과 방법론적으로나 내용적으로 구별되는 새로운 장소 특정적(site specific)작업을 시도 하였다. 미술에서 일반적인 특정적(specific) 장소(site)는 전시공간을 의미하지만 '난지도 플럭스'의 특정적 장소는 작업공간이다. studio site specific.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는 쓰레기매립지를 공원화한 하늘공원과 노을공원 사이 남쪽에 위치하여 일반 주거지와 멀찍이 떨어져있다. 눈에 보이는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는 인공적으로 조성된 생태공원에 둘러 쌓여있다. 버스도 몇 대 다니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국외입주자프로그램으로 참여한지 며칠 되지 않은 이탈리아 작가는 서울이 기대와 달리 무척 고요한 도시라고 했다. 문화적 충격을 이중으로 주는 셈이다.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가 매립지 위에 지어졌다는 사실은 바로 옆 수소연료전지 설립 공사를 위해 지난 여름 포크레인이 땅을 팔 때마다 보이는 켜켜이 쌓인 쓰레기 단층들이 지질학적(?)으로 증명해 보였다. 스튜디오 건물 사이 침출수 처리장은 이미 오래 전에 용도 폐기되어 작동은 하고 있지 않으나 외형은 그대로 남아 산업화 시대의 풍경을 연출한다. 북쪽의 지역난방공사의 커다란 굴뚝은 이곳이 쓰레기 매립지였음을 알려주는 랜드 마크이다. 이와 같은 난지의 모순되고 어울리지 않은 요소들은 역으로 작가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 충분하다.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가 생기기 이전 이 지역의 역사에 관심을 보인 권혜원은 기록을 찾기 위해 국가 기록원, KTV(한국 정책방송), 한국 영상 자료원, 신문사 아카이빙, 대학 도서관, 방송 3사의 아카이빙을 추적한다. 여기에 난지를 배경으로 한 픽션, 즉 소설, TV 드라마, 영화는 작업에 디테일과 생기를 더하는데 도움이 된다.
사계절과 변화하는 기후가 난지에만 있을까만 예민한 작가에게는 매 분이 다르게 느껴진다. 신현정은 스튜디오 건물 주변의 공터에 넓은 천을 펼쳐놓고 그 위에 다양한 형태의 물건들을 올려놓아 비와 햇빛에 바랜 천에 날씨의 흔적을 기록한다. 이는 어렸을 적 감광액을 바른 종이 위에 물건들을 늘어놓고 햇빛을 이용해 인화를 하는 청사진(cyanotype) 만들기를 연상시킨다.
주변의 울창한 인공림 덕분에 발생한 어마어마한 양의 각종 곤충과 벌레들은 작가들을 괴롭히기도 했지만 작업의 훌륭한 소재가 되기도 하였다. 신형섭은 벌레들의 살아생전 모습대로 박제하여 슬라이드 마운트에 끼워 전시장 벽면에 상영한다. 실제 모기가 환등기 안에 있으므로 생방송이라고 할 수 있다.
난지의 버려진 시설물 침출수 처리장은 배윤환의 놀이터가 되었다. 이전 기수 작가들이 야외작업장에 버리고 간 나무 조각들도 작업에 영감을 준다. 누군가 쓰고 버린 재료가 새하얀 캔버스천 보다 덜 부담스럽다.
성유삼은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이 작업 중에 생기는 부산물과 찌끄러기를 얻어다 작품을 만든다. 성유삼에게는 작업의 재료는 다른 작가들 스튜디오에서 나오는 쓰레기인 것이다. 쓰레기가 재료가 되는 순환의 과정은 한때 쓰레기섬 이었다가 현재는 공원이 된 난지의 역사를 상기시킨다.(신형섭)
부대행사
개막식 : 2016. 11. 10. 목 오후 5시
관람포인트
본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운영하는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10기 입주자의 기획전시 '2016 NANJI ART SHOW'로서 일곱 번째 전시입니다. 전시는 현재 입주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들에 의해 기획되었으며, 11월말까지 7회에 걸쳐 지속적으로 진행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