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에서 국내 최초, 최대 규모의 한·중·일 초상화 대전 <위대한 얼굴>전이 개최된다. 우리나라 초상화 가운데 최고의 걸작, 불후의 명작이라고 일컬어지는 윤두서 자화상을 비롯한 국보 보물급 한국 초상화 37점, 중국 한대부터 명·청까지의 국보급 대형초상화를 중심으로 상류층인 황제와 고위관료를 포함한 다양한 인물화 57여점과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소개되는 일본 초상화 10여점 등이 선보인다. 이외에도 초상화의 이해를 도와줄 원대부터 명 청대의 복식유물과 고가구, 금속공예품이 함께 전시되어 초상화 속 인물들의 실제 생활배경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는 테마기획전이다.
동양회화에서 초상화는 일찍부터 주요한 화제(畵題)로 발전하였다. 한중일 3국에서 초상화가 고도로 발달하게 된 것은 조상 숭배 사상과 이를 바탕으로 전개된 유교의 충효 사상 때문이다. 기록용, 감상용으로 그려진 서양의 초상화와는 달리 동아시아 3국의 대부분의 초상화는 조상 숭배의식을 위한 그림이었기에 제왕이나 성현, 충신이나 효부 등 숭배의 대상이 되는 인물을 주로 소재로 삼았으며 사실적인 외형묘사뿐 아니라 인격, 기질, 품위 등 성정을 드러내는 데 노력하였다. 그 결과 동아시아 3국의 전형성과 이상성, 그리고 인물의 고유한 개성이 훌륭하게 조화를 이루는 독자적인 경지에 도달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처럼 동일한 목적과 용도로 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한 중 일 초상화는 각 나라의 고유한 문화적 배경에 따라 나름대로 독특한 개성을 갖게 되었다.
이번 전시는 동아시아 초상화의 뛰어난 예술성과 역사적 가치를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기회이며 동양의 유교적 사상을 이해할 수 있는 교육적인 목적을 갖고 있다 . 한국 초상화는 국보 240호 <윤두서 자화상>을 비롯하여 보물 제 594호 <최덕지 초상>, 보물 639호 <기사계첩> 등 쉽게 공개되지 않았던 지정문화재를 선보이고, 가장 화려한 면모를 보이는 중국초상은 관복 초상, 부부 초상, 선세 초상(단체 초상) 등 내용도 다양하다. 일본 초상화는 후쿠오카시미술관과 후쿠오카시박물관의 에도시대 다이묘 초상이 최초 공개되어 삼국 초상화의 특징을 한 자리에서 감상 할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이다.
또한 중국 오천년 역사상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위인 220명의 초상과 약력이 수록된 《역대도상》화첩이 국내 최초로 공개된다. 이 화첩에는 공자, 이태백, 진시황, 왕희지 등 역사책에서 보아왔던 인물들을 시대 별로 구성하고 있어 쉽고 재미있게 중국 역사를 이해할 수 있으며, 한국의 성현 4명도 포함되어 있어 군자가 충신에게 가르치고자 했던 교훈을 시공을 뛰어넘어 체험해 볼 수 있다. 《역대도상》은 이번 전시와 함께 책으로 영인되어 임금과 군신간의 법도와 유교적 가르침을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