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은 ‘포스트 뮤지엄’이라는 비전 아래 관객을 위한 공간, 대중과의 소통, 타 장르와의 협업을 실천해왔다. 최근 도시재생정책과 함께 화두가 되는 ‘유휴공간’을 주제로 이를 지역 거점 문화공간으로 활용하는 프로젝트 <리-플레이: 4개의 플랫폼 & 17번의 이벤트>를 선보인다.
1980년대 이후 서구에서 등장한 ‘도시재생’이라는 개념은 문화 콘텐츠를 통해 후기 산업도시를 (재)활성화하고, 낙후한 도시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도시문화정책을 포함한다. 국내에서도 2000년대부터 ‘창조도시’의 개념과 함께 유휴시설을 문화와 접목하여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러한 오래되고 빈 건물을 활용한 도시재생 과정에서 사용자와 지역 커뮤니티에 대한 고려와, 이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는 콘텐츠 및 프로그램에 대한 연구가 부족했음을 지적할 수 있다. 관객과 커뮤니티가 직접 참여하고 창작 등 문화 활동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미술관 프로그램과 활동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는 상황이다.
이 전시는 관객이 문화 활동의 주체이자 대상이 되는 문화공간의 모습을 모색하고, 그 작동 가능성을 실험하는 무대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네임리스건축(나은중, 유소래), 박천강x조남일, 신형철@shinslab, 안기현 + 신민재(AnLstudio) 등 4인/팀의 건축가는 일시적으로 멈춰있는 공간을 다시 재생(리-플레이)시키기 위한 건축적 상상력을 담아 4개의 플랫폼을 제안한다.
정소영 작가는 유휴공간이 지닌 유보된 도시의 시간과 역동 가능성을 특유의 조형언어로 풀어냈다. 그 밖에 워크숍, 강연과 상영, 멘토링 등 4개의 플랫폼에서 펼쳐지는 17번의 이벤트는 서울시립미술관이 지향하는 관객 참여의 장을 제공함으로써 창작과 배움의 놀이터로서의 미술관의 비전을 실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